|
||||
 |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버피] 소설' 전 이런 식의 소설들에 그렇게까지 큰 매력은 느끼지 못합니다. 이 사이트에서 모든 [버피] 소설들을 다루는 일은 없을 거예요. 골든은 능력있는 직업작가지만 남의 세계에 뛰어들어 남의 언어를 모방하는 동안 조금씩 기계적이 되어갑니다. 활자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도 그렇게까지 즐겁기만 한 경험은 아니고요. 만화책처럼 시각적인 매체가 아닌 이상, 전 책을 읽는 동안엔 저 자신의 상상력을 활용하고 싶답니다.
'The Wisdom of War' 골든은 이들을 등장시키면서, 지금까지 [버피]를 지탱해왔던 선악 구도를 살짝 깨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종류의 괴물들은 꼭 악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위험한 존재지만 인간적인 사악함과는 거리가 있지요. 덕택에 이야기는 기존 [버피] 에피소드들과는 살짝 다른 식으로 전개됩니다. 버피와 친구들은 괴물들과 일당 백으로 싸우는 대신 두 세력 사이에서 정치적 균형을 잡으며 피해를 최소화시켜야합니다. 골든은 여기서 지금까지 [버피]가 대충 무시했던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슬레이어들과 와처 협회는 인류를 구한다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종족들을 학살했지만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런 걸 단순히 종족 말살이라고 볼 수는 없는 걸까요? 여기서 골든은 와처 협회와 대응되는 Order of Sages라는 다른 종류의 비밀조직을 등장시킵니다. 와처 협회는 무작정 괴물들과 악마들을 죽이려고 하지만 Order of Sages는 그들을 이해하고 연구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와처 협회도 뒤에 뭔가 숨기는 게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피투성이 소동 뒤에는 와처 협회의 덜떨어진 실험이 버티고 서 있지요. 골든은 'The Wisdom of War'를 통해 버피버스를 보다 거대하고 모호하며 성숙한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가 묘사하는 서니데일도 시리즈 안의 서니데일보다 크고 복잡해보여요. 중산층 백인들만 부글거리는 시리즈의 서니데일과는 달리 소설 속의 서니데일은 자기만의 역사와 사실적인 계급 구조를 갖춘 진짜 도시입니다. 이 점은 시리즈가 배워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캐릭터들 이런 변화 때문에 이득을 취하는 쪽도 있고 손해를 보는 쪽도 있습니다. 잰더나 아냐처럼 단순하고 표면적인 캐릭터들은 일단 손해를 봅니다. 애당초부터 깊이가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니까요. 반대로 자일즈와 타라처럼 내향적이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시리즈보다 더 깊이 있게 그려졌습니다. 특히 타라는요. 주변 사람들이 심어놓고 자라길 기다리는 구근에 자신을 비교하는 타라의 독백은 꽤 정확하기도 해요. 기억상실증에 걸린 시리즈의 자일즈와는 달리 책 속의 자일즈가 아직도 제니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반갑고요. 버피는 시리즈 버피보다 현명하고 사려깊게 느껴지는데, 그건 골든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SMG의 조금 어린아이와도 같은 외모와 연기 스타일을 책에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하긴 그래야 스토리의 스케일과 어울리기도 했을 거고요. 여기서 약간 당황스러운 삽입은 페이스의 등장인데, 꼭 필요했는지 의심스럽군요. 페이스의 역할을 버피에게 그냥 넘겨도 별 무리는 없거든요. 이런 식으로 등장시켜놨는데, 나중에 다시 시리즈에 페이스가 돌아오면 어떻게 할 생각인지? 그래도 전 페이스가 여기서 간접적으로나마 조이스에게 사과할 기회를 잡았다는 걸 생각하면 괜히 맘이 편해진답니다.
기타등등
DJUNA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