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itiative (4X07)

각본
더글러스 페트리 Douglas Petrie

감독
제임스 A. 콘트너 James A. Contner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마크 블루카스....라일리
Marc Blucas....Riley
제임스 마스터즈....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린지 크루즈....매기 월시
Lindsay Crouse....Maggie Walsh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애덤 카우프먼....파커 에이브럼즈
Adam Kaufman....Parker Abrams
베일리 체이스....그레이엄 밀러
Bailey Chase....Graham Miller
레너드 로버츠....포레스트 게이츠
Leonard Roberts....Forrest Gates
머시디스 맥네이브....하모니
Mercedes McNab....Harmony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드디어 서니데일 대학의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던 특공대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그들의 본부에 감금되어 있던 스파이크는 간신히 탈출하지만 머리에 박힌 칩 때문에 더이상 사람들을 물 수가 없군요. 월시 교수의 조교 라일리는 버피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하지만 그에게는 버피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답니다...

'The Initiative'
'The Initiative'는 4시즌 스토리 전개상 아주 중요한 에피소드입니다. 지금까지 빙빙 돌고만 있던 몇가지 비밀들이 이 에피소드를 통해 밝혀지죠. 특공대는 '이니셔티브'라는 정부 비밀 기관의 일부였고, 서니데일 대학 지하에는 그들의 거대한 본부가 숨어있으며, 월시 교수와 라일리 핀 모두 그 기관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그 외에도 숨기고 있는 게 많지만 적어도 호기심의 일부는 풀어준 셈이죠.

4시즌 전체 스토리 전개의 중요성을 떠나서도 'The Initiative'는 꽤 좋은 에피소드입니다. 로맨스와 코미디, 드라마가 가득하고 스토리 전개는 빠르며, 캐릭터들은 풍성하고 믿음직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7시즌의 맥빠지는 에피소드들과 한번 비교해보세요.

이 에피소드에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몇 개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점들은 에피소드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시즌 스토리 디자인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밑에서 이야기하기로 하죠.

라일리
이 에피소드에서부터 라일리가 본격적으로 소개됩니다. 처음에 그는 썩 괜찮은 남자처럼 보입니다. 단순하고 모범생 분위기가 지나치지만, 장기적이고 안정된 연애에는 썩 잘 어울리는 남자죠. 물론 버피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파커를 때려 눕힌 것도 점수를 후하게 줄만한 행동이고요.

문제는 이 친구가 비밀 정부 요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슬슬 기어나옵니다. 한마디로 라일리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복잡한 인물의 설정에 맞을 만큼 미묘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덕택에 4시즌의 라일리는 어른 옷을 입은 어린아이처럼 우스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5시즌에 부족함을 커버할만한 어떤 걸 얻은 것도 아니었고요.

더 큰 문제는 바로 그 '어른 옷'을 제공해준 이니셔티브라는 기관의 아이디어 자체가 [버피]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버피]는 장르 공식의 바보스러움을 일부러 외면하는 시리즈가 아니지만 그 바보스러움을 적당한 이죽거림과 섞어 새롭게 꾸며내는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마와 뱀파이어를 연구하는 정부 비밀 기관이라는 설정의 바보스러움은 그런 식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었죠. 20세기식 아이디어인 정부 음모는 기본적으로 중세 유럽풍인 [버피]와 그렇게 잘 어울리는 소재가 아니거든요. 그 때문에 작가들은 이니셔티브의 설정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고 최종 결과는 조금 바보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버피]식 농담을 통해 이 소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겨도 말이에요.

버피와 라일리
그러나 'The Initiative'에서는 시즌 설정이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꽤 유쾌한 코미디의 배경을 제공해주죠. 버피와 라일리는 모두 신분을 숨긴 채 초자연적인 존재와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자기 정체를 숨기고 초자연세력으로부터 다른 쪽을 보호하려 하죠. 마치 18세기 프랑스 코미디 같아요.

라일리가 더듬거리면서 버피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는 장면들 역시 라일리의 단순한 성격과도 맞고 재미있습니다. 잔뜩 우울해있는 윌로우가 라일리에게 도움을 제공해주는 장면들 역시 흥겹습니다.

참,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윌로우가 라일리에게 하는 대사 중 하나는 버피/라일리 커플의 미래를 꽤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습니다. 이걸 들어보면 이 에피소드의 흥겨운 느낌이 조금 죽긴 하네요.

WILLOW: Ok, say that I help, and you start a conversation. It goes great. You like buffy, she likes you. You spend time together, feelings grow deeper, and one day, without even realizing it, you find you're in love. Time stops, And it feels like the whole world's made for you two, and you two alone, until the day one of you leaves and rips the still-beating heart from the other, who's now a broken, hollow, mockery of the human condition.
RILEY: Yep, that's the plan.
WILLOW: I figured it was.

스파이크
스파이크의 이야기도 오해 코미디의 일부입니다. 그 역시 처음엔 자기가 버피의 음모에 걸려들었다고 믿으니까요. ("I always worried what would happen When that bitch got some funding.") 이 친구는 흐릿한 연기 속에서 벌어지는 후반부의 난장판 액션 코미디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스파이크는 이 에피소드에서 이니셔티브의 칩을 이식받게 되는데, 이 수상쩍은 칩은 스파이크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해치려고 할 때마다 심한 두통을 일으킵니다. 물론 이 칩의 진짜 극적 기능은 지금까지 악당이었던 스파이크를 스쿠비 갱에 어정쩡하게 편입시키는 통로를 제공해주는 것이죠. 이니셔티브 칩의 수상쩍은 기능에 대해서는 다른 에피소드를 다룰 때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윌로우
윌로우는 여전히 오즈 때문에 상심해 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처럼 구는 7시즌의 윌로우와 비교하지는 마시길. 이 캐릭터의 상심은 울림이 크고 풍부한 드라마의 일부입니다. 심지어 윌로우는 상당히 좋은 코미디 스토리 라인에 가담하기도 하죠.

물론 오즈의 배신과 타라의 죽음은 스케일이 다른 사건이긴 합니다. 7시즌 윌로우가 더 망가져 있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7시즌은 극복의 시즌이기도 해야 하지 않나요? 왜 잠재되어 있는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않는 겁니까? 7시즌은 윌로우의 시체를 막대에 매달아 흔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7시즌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하고... 이 에피소드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버피와 윌로우의 기숙사 방에 뛰어든 스파이크와 윌로우가 벌이는 실랑이입니다. 스파이크는 윌로우를 물려고 하지만 두통 때문에 할 수가 없습니다. 윌로우는 그게 자신이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발기불능의 남자와 실망한 여자의 흔해빠진 이야기를 흉내내기 시작합니다.

WILLOW: Maybe you're trying too hard. Doesn't this happen to every vampire?
SPIKE: Not to me, it doesn't!
WILLOW: It's me, isn't it?
SPIKE: What are you talking about?
WILLOW: Well, you came looking for Buffy, then settled. I, I... You didn't want to bite me. I just happened to be around.
SPIKE: Piffle!
WILLOW: I know I'm not the kind of girl vamps like to sink their teeth into. It's always like, "ooh, you're like a sister to me," or, "oh, you're such a good friend."

그 뒤로도 한참 이어집니다. :-)

하모니와 잰더
스파이크의 배신으로 실망한 하모니는 오프라식 페미니즘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고 합니다. 잰더는 병정놀이를 하면서 무너진 남성을 회복하려 하고요. 이 덜떨어진 두 캐릭터들은 중반에 만나 대혈전을 벌입니다. 누구 말마따나, [버피] 역사상 가장 기집애같은 결투죠. 더글러스 페트리와 제임스 A. 콘트너는 필사적으로 상대방의 따귀를 때리려 기를 쓰는 이들의 서툰 몸짓을 장엄한 배경음악과 슬로우모션으로 묘사합니다. 얄미워요.

기타등등
이 에피소드의 오프닝 크레딧부터 제임스 마스터즈의 이름이 세스 그린의 이름을 밀어냅니다. (03/01/28)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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