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rsh Light of Day (4X03)

각본
제인 에스핀슨 Jane Espenson

감독
제임스 A. 콘트너 James A. Contner

주연
사라 미셸 겔러....버피
Sarah Michelle Gellar....Buffy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Alyson Hannigan....Willow
니콜라스 브렌든....잰더
Nicholas Brendon....Xander
제임스 마스터스....스파이크
James Marsters....Spike
앤소니 스튜어트 헤드....자일즈
Anthony Stewart Head....Giles
엠마 콜필드....아냐
Emma Caulfield....Anya
애덤 카우프먼....파커 에이브럼즈
Adam Kaufman....Parker Abrams
머시디스 맥네이브....하모니
Mercedes McNab....Harmony
세스 그린....오즈
Seth Green....Oz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버피가 저번 에피소드에서 만난 파커라는 상급생과 새로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한 편 서니데일로 돌아온 아냐는 잰더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고, 윌로우는 하모니가 졸업식 날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참, 그동안 하모니의 남자친구가 된 운없는 뱀파이어가 누군지 아세요? 아마라의 보석을 찾으러 서니데일로 돌아온 스파이크랍니다.

'The Harsh Light of Day'
'The Harsh Light of Day'는 전형적인 [버피]식 소프 오페라지만 그와 동시에 그런 소프 오페라의 관습을 이죽거리며 놀려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마 작가가 코미디 전문인 제인 에스핀슨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이 에피소드에 이죽거리는 느낌이 강한 이유는 에스핀슨이 일부러 소프 오페라의 형식을 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The Harsh Light of Day'는 '매정한 남자 때문에 상처입은 여자' 이야기를 극도로 노골적인 신파 언어를 통해 보여주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세 겹으로 겹쳐놓습니다. 이들에게 대충 감정 이입한다고 해도 이 여자들이 인상을 팍팍 쓰면서 밤길을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게 되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어요.

버피
오늘 버피는 파커와 함께 데이트를 하고 섹스까지 갑니다. 버피에겐 두번째 섹스죠. 앤젤과 딱 한 번 한 뒤로 둘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말이에요. 딱하게도 이들의 이야기는 좋게 끝나지 않습니다. 파커는 섬세한 척 하며 여자들 꼬시는 게 전문인 바람둥이에 불과했으니까 말이에요. 그런 데 속아넘어가다니 버피도 참 순진하죠.

에스핀슨은 파커를 앤젤러스의 미니 버전으로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버피가 겪은 일은 2시즌 'Innocence'에서 겪었던 일들을 축소한 것에 불과합니다. 의심나신다면 다음 대화들을 비교해보세요.

ANGELUS: Lighten up. It was a good time. It doesn't mean like we have to make a big deal.
BUFFY: It is a big deal!
ANGELUS: It's what? Bells ringing, fireworks, a dulcet choir of pretty little birdies? Come on, Buffy. It's not like I've never been there before.

그리고...

PARKER: Something wrong? No, of course not. It was fun didn't you have fun. Watch out how you answer that. My ego is fragile.
BUFFY: You had fun? Was that all it was?
PARKER: What else was it supposed to be?
BUFFY: It seemed like you liked me.
PARKER: I do. But I'm starting to feel like you felt what? Some kind of commitment? Are you sure that's what you want right now?

이 이야기의 교훈은? 흠... 아마 저보다 여러분이 이런 설정에 잘 맞는 유행가 가사를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모니
오늘 가장 흥미로웠던 게스트는 하모니였습니다. 'Graduation Day (2)'를 주의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하모니가 죽었거나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걸 아셨을테니 특별히 놀라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 친구의 등장은 상당히 좋은 깜짝쇼였죠. 하모니가 다시 살아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하모니의 등장은 스파이크의 깜짝 출연과 연결됩니다. 아마라의 보석이라는 물건을 찾아 불사신이 되려고 서니데일로 내려온 스파이크는 운없게도 하모니의 '남자 친구' 노릇을 하고 있는데, 보석을 찾자마자 하모니를 걷어차버립니다. 스파이크의 이야기는 [앤젤] 크로스오버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밑의 기타등등을 참고하세요. 물론 아마라의 보석이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버피식 맥거핀에 불과하다는 건 여러분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에스핀슨은 하모니가 인간이었을 때보다도 더 생생하고 인간답게 이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여전히 얄팍하기 그지없는 '골빈 금발'이지만요. 그래도 이 친구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흥분, 곧이어 다가온 권태, 상심과 같은 상당히 진실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걸 모두 솔직하게 표출해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하모니에게 동정 비슷한 어떤 것을 느꼈을 겁니다.

보통 이런 식의 경박한 이야기는 대조를 통해 주인공의 수난을 더 진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닙니다. 오히려 버피의 클리셰 연애담을 더 얄팍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주지요.

아냐
서니데일을 찾아온 또다른 깜짝 손님은 잰더를 찾아 돌아온 아냐입니다. 여기서부터 [버피] 역사상 가장 긴 연애가 시작되는 거죠.

이 에피소드는 아냐가 잰더에게 섹스를 제안하고 그 직설적인 제안에 잰더가 쩔쩔매는 설정으로 코미디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런 건 성적 역할이 전도된 부자연스러운 설정처럼 보이니까요.

아냐에게 잰더와의 '로맨스'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띱니다. 인간이 된 뒤 아냐는 자신이 맡은 새로운 역할을 익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잰더는 어떻게 보면 그를 위한 통로입니다. 막판에 잰더는 아냐를 별 생각없이 외면하는데, 그건 아냐에게 거의 존재 자체를 흔드는 것처럼 잔인한 행위일 수도 있었어요.

여기서 버피, 하모니, 아냐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자들입니다. 이들의 남자 관계는 노골적으로 멜로드라마화시킨 통과제의의 은유인 셈이죠.

기타등등
이 에피소드는 [버피]/[앤젤]의 첫번째 크로스오버입니다. [앤젤] 1시즌의 세번째 에피소드인 'In The Dark'에서 오즈는 아마라의 보석을 앤젤에게 가져다 줍니다. 앤젤은 바보같이 온갖 폼을 다 잡으며 그걸 부숴버리죠. 고생고생해서 얻어다 준 사람 성의가 있지. (03/01/14)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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