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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연
이번주 서니데일에서는...
앤젤 슬슬 앤젤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버피]에서 앤젤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먼저 말해야 할 건 이 캐릭터가 철저하게 기능적인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버피]의 다른 캐릭터들도 친한 친구나 와처 같은 기능적인 위치를 배정받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캐릭터 고유의 개성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앤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기능적 설정 뿐이었어요. 1시즌과 2시즌 초까지는 '뱀파이어와 슬레이어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설정의 도구였고, 2시즌 중반부터는 '영혼을 잃고 사악한 악마로 변한 슬레이어의 옛 연인'이라는 설정의 도구였지요.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무시되는 듯 한데, 앤젤은 던과 크게 차이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자기 고유의 추진력이 없이 철저하게 슬레이어의 스토리에만 봉사하는 존재지요. 설정이 워낙 강하고 전형적이다보니, [버피] 시리즈에서 앤젤은 자기만의 개성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앤젤이 아닌 어떤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앤젤의 자리에 가져다 놓아도 특별히 이야기가 바뀌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만큼 그의 개성은 무의미했지요. 그렇다고 데이빗 보레아나스가 그런 한계를 자기만의 힘으로 극복할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도 아니었고요. 그러나 앤젤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캐릭터의 힘 때문은 물론 아니었고 보레아나스가 특별히 잘해서도 아니었지요. 앤젤은 이 인기 속에서도 여전히 쓸모있는 물건과 같았습니다. 보레아나스라는 허우대 멀쩡한 배우가 그 역을 했고, 버피와 앤젤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는 전형적이긴 해도 굉장히 잘 먹혔던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앤젤이 뭔가 더 있는 캐릭터라고 믿어버렸습니다. 물론 이 캐릭터는 그 설정을 다 써버린 3시즌 부터는 완전히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남아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순전히 인기만 많은 존재가 되어버렸지요. 결국 그는 3시즌을 끝으로 시리즈를 떠나 [앤젤]이라는 자기만의 시리즈를 얻게 되었는데... 이 역시 조금 웃기는 일이긴 했습니다. 시리즈를 얻은 건 좋았는데, 자기 이름을 건 시리즈의 주인공치고는 너무 성격이 없었던 거죠. [앤젤] 1시즌은 완전히 투명하고 무개성적인 캐릭터에 새로운 개성을 입혀주는 작업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그는 그럭저럭 자기에게 맞는 성격을 찾았지만 그 캐릭터는 [버피]의 원래 앤젤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죠. 그래서 [앤젤] 시리즈에 익숙해져 있다가 [버피]의 초반 시즌을 보면 가끔 키득키득 웃음이 나옵니다. 저게 다 똥폼이란 말이에요.
그러나 이 에피소드도 여전히 앤젤의 캐릭터보다는 설정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Angel'에서 정말로 생생한 개성과 힘을 과시하는 뱀파이어는 앤젤이 아니라 앤젤을 축으로 놓고 버피와 대립하는 달라입니다. 사악하고 위트와 유머 감각이 넘치는 달라에 비하면 앤젤은 운동장 가운데 박아놓은 커다란 말뚝 같지요. 버피와 앤젤의 로맨스 중에서도 앤젤은 여전히 도구입니다. 앤젤은 버피에게 행동하고 갈등할 동기만 제공해준 채 가만히 있습니다. 물론 몸은 꽤 많이 움직이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첫사랑의 좌절, 불신과 의혹, 배신감과 분노에 휘둘리고 갈등하고 행동하는 건 모두 버피니까요. 이 정도의 동기를 제공해 준 것만 해도 앤젤은 그럴싸한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워요. 작가들이 이 도식적인 설정에 넘어가는 대신 캐릭터의 개성을 조금만이라도 더 살렸다면, 보레아나스의 떡대에 넘어가는 대신 앤젤을 맡을 더 좋은 배우를 찾았더라면, 이 모든 이야기들은 훨씬 더 입체적이고 절실했을 겁니다.
기타등등 2. 쌍권총을 휘둘러대는 달라의 액션은 분명 주윤발이 나오는 오우삼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겠지요. 나중에 우리는 [앤젤]에서 앤젤이 주윤발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건 그린월트의 취향과 관련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03/12/15)
DJU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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