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진덕삼 Teddy Chan

주연
견자단....도박꾼
Donnie Yen....Sum Chung-yang
여명....걸인
Leon Lai....Lau Yuk-bak
사정봉....인력거꾼
Nicholas Tse....Ah Si
양가휘....혁명가
Tony Leung Ka Fai....Chen Xiao-bai

제자와 스승

[8인 - 최후의 결사단]이 다루는 건 쑨원 암살 미수 사건입니다. 1906년 일본에 있던 쑨원은 거사를 도모하기 위해 홍콩을 찾고, 청에서는 그를 제거할 암살단을 파견합니다. 그 정보를 입수한 쑨원의 지지자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한 호위대를 모집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두부장수, 인력거꾼, 부패경찰, 거지와 같은 사람들로 상당수는 쑨원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그는 영웅이 거사를 마치는 동안 몸을 바쳐 하나씩 죽어 갑니다.

이 정도면 환상적인 셋업입니다. 영웅 하나를 위해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초개처럼 스러져 가는 이야기니, 거의 장철 영화처럼 중국식이죠. 그러면서도 이런 고풍스러운 이야기가 20세기 근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니 그 역사적인 무게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사실일까요? 영화는 주인공들이 하나씩 죽어갈 때마다 그들의 이름과 생몰년을 표시하며 그들이 실존인물임을 밝히고 있는데 말이죠. 하여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사실이더라도 세상과 담을 쌓고 있던 무림고수가 금속 부채를 휘두르며 나타나 일당백의 무협 액션을 벌일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이들의 드라마가 조금 더 짜임새 있게 그려졌다면 이야기는 진짜 감동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캐릭터 관리에 애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들을 관리하는 게 좀 힘이 듭니다. 정치와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이 혁명에 가담하는 과정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과정만 해도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는데, 그것도 완전히 성공적이지는 못합니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오는 지식인 혁명가 진교수는 자신의 과업을 위해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억지로 끌고 가는 물귀신 취향이 있어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숨은 주제일 수는 있어도 드라마에 큰 도움은 안 돼요.

다소 덜컹거리는 휴먼 드라마가 끝나면 액션입니다. 쑨원을 태운 인력거가 홍콩 이곳저곳을 질주하는 동안 청에서 보낸 암살자들은 사방에서 화살을 쏘아대거나 칼을 휘두르고 주인공들은 이들과 맞서 싸우다가 한 명씩 죽어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중국 무술 영화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액션의 종합전시장입니다. 피터지게 주먹을 날리는 현실적인 액션도 있고, 무협 영화의 판타지에 쓸려가기도 하며, 장철 영화처럼 비극적인 죽음을 과장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전함 포촘킨]에서 직접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장면도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시장이 그렇듯, 한 에피소드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그를 보완하거나 훌쩍 넘어설만한 다른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액션은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캐스팅이 빵빵합니다. 견자단, 양가휘, 임달화, 여명, 판빙빙, 사정봉, 이가흔... 그러나 이들의 스타 퀄리티를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여명 같은 경우는 처음엔 얼굴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고... 음, 엔드 크레딧을 보니 장학우도 나왔다는데 도대체 어디 나왔다는 거죠? 임달화, 이가흔은 카메오 수준이고요.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배우는 이들 거사의 재정적 지원자인 상인 리옥당을 연기한 왕학기입니다. 아마 그의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3차원적 깊이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겠죠.

[8인 - 최후의 결사단]은 많이 덜컹거리고 잡다한 영화지만, 밍밍하지는 않습니다. 소재 자체가 워낙 좋고 벌어지는 사건들의 힘이 그만큼 강렬하니까요. 중국 근대사에서 소재를 취하는 최근 본토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금은 정직해보이고요. 그래도 중국정부의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아, 좀 편하게 영화를 보고 싶은데 세상이 허락을 안 해주는군요. 그 쪽도 그 쪽 대로 고생이 많겠지만. (10/01/22)

DJUNA

기타등등

1. [황비홍] 2편 기억나세요? 보면서 자꾸 그 영화 생각이 나더군요. 그 영화에서도 쑨원이 나오고 견자단도 출연했죠.

2. IMDb 사용자 코멘트를 뒤지다가 사정봉이 연기한 인력거꾼 캐릭터는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영화와 결말이 다르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