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드레 헬러 André Heller
오트마르 슈미더러 Othmar Schmiderer

주연
트라우들 융에....자기 자신
Traudl Junge....Herself

트라우들 융에

트라우들 융에는 1942년부터 45년까지 히틀러의 개인비서들 중 한 명으로 일해왔습니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기밀 사항을 직접 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히틀러와 주변 사람들의 사생활과 인간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세히 알았고 그들의 마지막 날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으며 히틀러의 마지막 유언장을 받아 쓰기도 했지요. 한 마디로 상당히 중요한 역사적인 증인이란 말입니다.

[히틀러의 여비서]의 홍보담당자들은 융에가 지금까지 과거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분위기를 풍기려 하고 있지만, 융에는 사실 그렇게 소극적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IMDb만 봐도 이 사람이 여러 다큐멘터리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며 자신의 경험담을 대중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안드레 헬러가 이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융에는 자신이 1947년에 썼던 회고록을 재편집하는 중이었습니다. 영화에 자막으로 언급되는 멜리사 뮐러는 그 회고록의 편집자이고 공저자지요. 따라서 이 영화는 2003년에 출판된 융에의 회고록 [Bis zur letzten Stunde. Hitlers Sekretärin erzählt ihr Leben.]의 시청각 부록 쯤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내용 대부분이 겹쳐요.

융에의 기록은 몇 가지에서 유용합니다. 우선 융에는 제2차 세계대전 말년에 히틀러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몰락]과 같은 영화는 나올 수 없었겠지요.

다음으로 융에는 자연인 히틀러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대중에게 친숙한 미치광이 독재자의 모습과 조금 달라요. 친절하고 유머감각도 있고 애견 블론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이 든 남자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히틀러가 성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지나치게 거대한 비전에 빠져 인간에 대한 동정심과 통찰력을 잃은 사람이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기록은 뼈아픈 고백이고 변명이기도 합니다. 융에의 이야기는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국가와 체제가 저지르는 엄청난 광기와 죄악에 말려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전쟁 후 별다른 죄의식 없이 살아가던 융에가 소피 숄의 기념비를 지나치다, 그 사람이 자기와 같은 나이 또래라는 걸 알고 젊음이 여기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는 마지막 장면은 섬뜩한 구석이 있어요. 우리라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화로서 [히틀러의 여비서]는 굉장히 건조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트라우들 융에의 인터뷰만을 담고 있지요. 자료 화면도 없고 나레이션도 없습니다. 단지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는 걸 이용한 약간의 장치가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텔레비전으로 융에에게 전에 한 인터뷰를 보여주며 거기에 대해 논평하고 정보를 추가하게 한 것이죠. 내용 전체가 변명과 고백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괜찮은 시도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전히 부차적입니다. 융에 자신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의 장점이 있습니다만, 회고록이 가진 상세한 정보량은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영화를 보고 흥미가 당긴다면 책에 도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06/02/22)

DJUNA

기타등등

이런 극장용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순수성에 엄청 신경을 쓴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융에의 젊은 시절 사진이라도 한 장 담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종종 이 사람들은 형식보다 정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잊고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