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들리 스코트 Ridley Scott

주연
조시 하트넷....맷 에버스먼
Josh Hartnett....Matt Eversmann
에릭 바나....놈 '후트' 후틴
Eric Bana....Norm "Hoot" Hooten
유안 맥그리거....대니 그라임즈
Ewan McGregor....Specialist Danny Grimes
톰 사이즈모어....대니 맥나이트
Tom Sizemore....Danny McKnight
샘 셰퍼드....윌리엄 개리슨
Sam Shepard....William Garrison
유언 브램너....숀 넬슨
Ewen Bremner....Shawn Nelson
윌리엄 피트너....샌더슨
William Fichtner....Sanderson
찰리 호프하이머....제이미 스미스
Charlie Hofheimer....Jamie Smith
톰 하디.....랜스 톰블리
Tom Hardy....Lance Twombly
톰 기리....제프 스트루커
Tom Guiry....Jeff Struecker
제이슨 아이작스....마이크 스틸
Jason Isaacs....Mike Steele
론 엘다드....마이크 듀란트
Ron Eldard....Mike Durant
휴 댄시....커트 슈미드
Hugh Dancy....Kurt Schmid
조니 스트롱....랜디 슈그하트
Johnny Strong....Randy Shughart
그레고리 스포리더....스코트 갈렌타인
Gregory Sporleder....Scott Galentine

격추된 블랙 호크

미국의 소말리아 사태 개입은 처음엔 단순해 보였습니다. 베트남전 때처럼 골치아플 이유가 없었죠. 91년부터 시작된 내전 때문에 나라는 무정부상태였고 연이은 가뭄으로 국민 과반수가 굶어죽을 판이었으니 유엔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풀릴 것도 같았던 사태는 다시 격해졌고 PKO 요원들에 대한 공격도 심해졌으니 미국 중심의 통합 긴급군이 개입될 수밖에 없었고요(우리나라에서도 93년에 건설공병대대가 가서 도로 공사를 하다 온 적 있습니다. 기억하시는지요?)

그러나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사상자만 늘어나자 유엔은 소말리아 활동을 실패로 규정하고 철수해버렸습니다. 베트남전의 악몽에 시달리는 미국도 더이상의 개입을 꺼려했고요. 지금까지 소말리아 참전은 클린턴 정권 초기의 가장 큰 외교적 실패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도덕적 문제 때문은 아니었어요. 한마디로 방법이 서툴고 잘못되었던 겁니다. 하긴 배배꼬인 내전을 외국군의 군사작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순진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에 나오는 소말리아인의 대사처럼 그냥 내버려 두는 게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내전과 기아로 죽어가는 수백만 사람들을 그냥 구경만 할 수도 없었겠고, 파견한 병사들을 위험 속에 방치해둘 수도 없었을테니.

[블랙 호크 다운]의 무대는 미국에게 소말리아 내전 최대 악몽이었던 모가디슈 전투입니다. 1993년 10월 3일, 아이디드 장군의 각료들을 체포할 목적으로 시작된 작전은 두 대의 블랙 호크가 격추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안에 끝날 것 같았던 작전은 19명의 미군 사망자를 내며 다음날 아침에야 종결되었습니다. (그 때 소말리아 사상자는 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정말 나라에 따라 목숨값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모가디슈 전투는 클린턴 행정부가 허겁지겁 미군을 끌어낸 진짜 이유였습니다.

마크 보든의 동명의 저서에 바탕을 둔 영화는 비교적 단순하게 소재에 접근합니다. 영화 초반에 소말리아 사태에 대한 몇 줄 설명을 자막으로 깐 뒤 그 끔찍했던 10월 3일의 사건을 참전한 미군들의 시각을 통해 재현하는 것이지요.

배경이 되는 사태가 워낙 복잡하고 영화가 하도 단순하다보니 이에 대한 비판이 꽤 많습니다. 우선 시대와 무대만 바뀌었을 뿐, 존 웨인이 나오는 옛날 전쟁 영화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긴 '우리 편'인 용감한 미군이 무시무시한 소말리아 '적군'과 싸우는 설정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니 맞는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인종 차별적 요소를 읽는 비평가들도 많은데,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소말리아 사람들은 아주 가끔의 예외를 제외하면 얼굴없는 괴물들처럼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영화가 당시 상황을 그렇게 끌어갔던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긴 앞에 나오는 몇 줄짜리 요약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죠. 캐릭터와 드라마가 약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누가 누군지 구별도 잘 안되는 영화니 역시 말 됩니다.

그러나 한 예술 작품이 이슈가 되는 모든 것을 다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위의 비판들은 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것들을 모두 다루었다면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영화가 지금만큼의 힘을 가진 작품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분석도 아니고, 캐릭터 연구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진짜 목표는 사방에서 총탄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는 전쟁터의 현장감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영화는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시점도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총알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옆에서는 동료들이 죽어가는데 소말리아인들 사정이 머리 속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게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요? 넓게 보기 위해서는 멀리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전쟁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죠.

리들리 스코트의 불꽃 튀기는 스타일은 이런 주관성에 강렬한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일단 그는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에 강렬하고 사실적인 폭력의 힘을 부여합니다. 어느 정도 배경이 설정되면 여기에 거의 거장과도 같은 강렬한 필치로 캐릭터의 시선과 감정을 덧입히는 거죠. 제대로 된 줄거리도 없이 군복입은 남자들이 제대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을 보여주기만 하면서도 영화가 강한 정서적 힘을 유지하는 것도 그 시선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블랙 호크 다운]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애들이 사람 죽이는 묵직한 도구를 끌고 피로 얼룩진 전쟁터를 돌아다니다 죽어가는 기분이 어떤지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것도 아주 효과적으로요. 영화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일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 삭이느냐는 관객들의 몫이죠. 영화가 모든 걸 다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진 않으시겠죠? (02/02/07)

DJUNA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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