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니콜라스 레이 Nicholas Ray

주연
제임스 메이슨....에드 에이버리
James Mason....Ed Avery
바바라 러시....루 에이버리
Barbara Rush....Lou Avery
크리스토퍼 올슨....리치 에이버리
Christopher Olsen....Richie Avery
월터 매소....월리 깁스
Walter Matthau....Wally Gibbs
로버트 사이먼....노튼 박사
Robert Simon....Dr. Norton
롤랜드 윈터스....루릭 박사
Roland Winters....Dr. Ruric

에이버리 가족

[실물보다 큰]은 원래 당시 신약이었던 코티존의 부작용에 대한 뉴요커지의 기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원래 각본은 모델이 된 교사의 사건에 비교적 충실했다고 해요. 하지만 니콜라스 레이와 이 영화의 주연과 제작까지 맡은 제임스 메이슨이 각본에 참견하면서 이야기가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당시 분위기가 짐작되지 않나요? 컴컴하고 과장된 멜로드라마의 전문가와 어떻게든 자신의 거창한 연기로 비평가들과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근사한 인상을 남겨주고 싶은 할리우드 스타가 작당했으니 말이죠.

영화는 에드 에이버리라는 성실한 초등학교 교사가 희귀병으로 쓰러지면서 시작됩니다. 병원에서는 에이버리에게 당시 기적의 약이었던 코티존을 투여하고 에이버리는 목숨을 건집니다. 하지만 퇴원한 뒤 코티존을 남용하기 시작한 그는 서서히 성격이 이상해지죠. 가부장의 권위를 휘두르며 서서히 가족을 죄어가던 그는 결국 [샤이닝]의 잭 니콜슨처럼 위험한 살인마로 돌변합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가 그린 에드 에이버리의 이야기처럼 할리우드식으로 거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너무 과장되어 있어서 몇몇 사람들은 이 영화를 코티존 버전 [리퍼 매드니스] 정도로 여길 정도죠. 하긴 신약물에 대한 50년대식 나이브한 접근법은 현대 관객들에게 귀엽게 보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시적 자유를 인정한다면 [실물보다 큰]의 과장은 이해할만합니다. 결국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 정신에 대한 영화이니 사건의 과장은 오히려 예술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지름길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원래 각본대로 실제 사건을 그대로 영화로 옮겼다면 흔해빠진 실화 소재 TV 영화처럼 따분해졌겠지요. 아마 사실을 제대로 담지도 못했을 겁니다. 실제 기록을 충실하게만 따른다면 실제 사건의 겉껍질만 담아낼 수 있을 뿐이니까.

약물에 대한 접근법이 현대 관객들에게 다소 순진해 보인다면, 영화가 묘사하는 50년대 중산층 가족의 묘사는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날카롭고 무시무시해집니다. [실물보다 큰]이 현대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강렬한 영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코티존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죠.

일단 "모든 게 약물 때문이야! 약을 잘못 먹어서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망가졌어!"라는 주제는 잊기로 하죠. 세상에 그런 거짓말이 없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에드 에이버리는 코티존 복용 전이나 복용 후나 특별히 다를 게 없는 사람입니다. 약물에 중독된 에이버리가 품은 진보적 교육이나 독립적인 여성들에 대한 증오, 자신의 남성성과 가부장적 위치에 대한 불안감은 모두 그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각임이 거의 분명해요. 코티존은 단지 그의 원래 생각들이 상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부풀도록 해방시켜주었을 뿐입니다.

에이버리 가족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서서히 하얀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50년대 미국 중산층 가족의 완벽한 이미지가 얼마나 허상인지 드러납니다. 심지어 에드가 코티존을 복용하기 전부터 그 흔적이 보입니다. 그가 비교적 멀끔한 가족의 경제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택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을 보세요. 에드의 위태로운 정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인 여유 또한 가짜인 것입니다. 그가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미식축구공도 사실은 가짜 유물입니다. 아들에게 자랑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미식 축구 스타도 아니었으니까요. 에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매스컴이 주입하는 50년대 미국 가정의 일반적인 기준을 자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두려움입니다.

코티존은 그 때까지 쌓여있던 에드의 불안과 불만족의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교사라는 직업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가족에게 구약의 가부장처럼 군림하려는 에드의 행동은 괴상하고 바로크적이지만 무서울 정도로 보편적이기까지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미국 사람들이 아직도 기분좋게 회상하고 싶어하는 아이젠하워 정권 당시 사람들이 과연 보기만큼 멀쩡했겠습니까? 에이버리처럼 노골적으로 과장하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무서운 폭력들로 가득했을 거고 그건 잘 드러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실물보다 큰]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도 그런 완벽한 외양 속에서 휘두르는 가부장의 폭력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으니 말이죠.

니콜라스 레이는 이 모든 걸 와이드스크린 테크닉컬러의 장려함으로 묘사합니다. 진정한 와이드스크린의 대가들이 그런 것처럼 레이의 시네마스코프 화면은 정말로 넓고 깊습니다. 에드의 미친 정신이 두개골을 뚫고 부풀어오르면 그의 육체와 그림자는 옆으로 한 없이 긴 화면을 따라 자라납니다. 따분한 중산층 가족의 개성없는 집은 미친 왕의 궁전이 되고 그 안에서 불쾌한 컬러와 비정상적인 명암이 스며나옵니다. 영화가 폭력적인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관객들은 처음엔 산문적인 가족물의 배경이었던 곳이 미친 정신의 진액으로 끈끈하게 젖어있는 걸 보게 됩니다. 자칫하면 센세이셔널한 멜로드라마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이 영화가 아직도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레이의 카메라가 따분한 50년대의 미국 가족의 외피 속에 흐르는 영적인 흐름을 잡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불쾌하고 미친 정신의 잔재라고 해도요. (05/02/25)

DJUNA

기타등등

가끔 모델이 된 그 교사의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영화가 그 사람에게 경제적인 도움이 되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