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해롤드 레이미스 Harold Ramis

주연
브렌든 프레이저....엘리엇 리처즈
Brendan Fraser....Elliot Richards
엘리자베스 헐리....악마
Elizabeth Hurley....The Devil
프랜시스 오코너....앨리슨/니콜
Frances O'Connor....Alison/Nicole
미리엄 쇼어....캐롤/펜트하우스 여주인
Miriam Shor....Carol/Penthouse Hostess
올란도 존스....댄/에스테반/스포츠캐스터/흑인 파티 손님
Orlando Jones....Dan/Esteban/Sportscaster/African Party Guest
폴 아델스타인....밥/로베르토/스포츠캐스터
Paul Adelstein....Bob/Roberto/Sportscaster

악마와 엘리엇

우리의 주인공 엘리엇은 여러모로 악마가 유혹하기 쉬운 존재입니다. 직장에서는 왕따지, 능력도, 재능도 없지,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특출한 것도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앨리슨을 3년 동안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앨리슨은 그의 존재도 모르죠.

한창 엘리엇이 지상의 지옥을 헤매고 있을 때, 악마가 나타납니다. 영혼만 준다면 일곱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서요. 특별히 잃을 것도 없는 엘리엇은 잠시 고민한 뒤 악마가 내민 두터운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나 악마와의 계약은 늘 고약한 함정이 숨어 있기 마련이죠. 엘리엇이 하나의 소망을 성취할 때마다 뭔가 고약한 것이 나타나 그의 희망을 망쳐놓습니다.

[일곱 가지 유혹]은 스탠리 도넌이 1967년에 만든 더들리 무어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원작이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묻지 마세요. 저도 본 적 없으니까요. 아니, 봤을 수도 있지만 기억나지는 않아요. 더들리 무어 영화들은 다들 비슷해 보이거든요.

리메이크가 되면서 여러가지가 바뀌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악마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악마는 평범한 중년남자인 피터 쿡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엘리자베스 헐리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홍보용으로 내세웠던 배우도 바로 헐리였어요. 하긴 제가 악마라도 피터 쿡보다는 엘리자베스 헐리의 모습으로 돌아다닐 겁니다. 악마는 자기 과시가 강하고 사치스러워야 하지 않겠어요?

영화 속에서 헐리를 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이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옷을 아주 많이 갈아입고 나오거든요. 그 사람의 도미너트릭스 분위기와 아랫사람들을 부려먹도록 진화된 영국 상류계급의 억양 때문에 악마의 분위기에 꽤 그럴싸하게 맞아요.

브랜든 프레이저 역시 헐리의 희생자로 훌륭합니다. 콜롬비아 마약왕에서부터 NBA 스타까지 수많은 다른 사람들로 변신해야 하는 역이므로 로빈 윌리엄즈처럼 보다 변신이 쉬운 코미디언이 더 적절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프레이저는 예상 외로 이런 변신들을 굉장히 잘 소화해냅니다. 게다가 이 사람 특유의 단순함과 우직함 때문에 엘리엇의 피해자다운 느낌도 훌륭하게 살아나고요. 그는 훌륭한 코미디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캐스팅만큼 각본이 좋지 않습니다. 영화는 엘리엇이 대충 다섯 명의 다른 사람들로 변신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들의 농담은 대부분 가볍고 약하며 반복적이라 특별한 재미가 없습니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원작의 논리 역시 결여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영화가 작아 보이고요. 영화가 이 정도만큼 나왔던 건 배우들이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지 각본 덕택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져요.

영화는 종종 그나마 건진 캐스팅의 힘을 빼놓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헐리에겐 보다 과격하고 요란한 대사와 액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악마의 현란함과 사디즘이 살아나니까요. 전체적으로 헐리의 캐릭터는 너무 얌전해요. 앨리슨 역의 프랜시스 오코너도 낭비된 배우입니다. 이 사람은 무척 현실적인 이미지의 배우라, '꿈 속의 연인'과 같은 역엔 잘 어울리지 않죠. 영화 전체를 통해 탈색된 느낌입니다. [맨스필드 파크]나 [사랑과 그밖의 재앙들] 때가 그리워요. (01/06/21)

DJUNA

기타등등

영화 초반에 보면 바티칸에 악마의 유혹 대상이 단 한 명밖에 없는 것으로 나 있죠. 그것도 몇 초쯤 뒤에 불가능 딱지가 붙고요. 그건 바티칸 사람들이 봐도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