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저 크리스찬 Roger Christian

주연
존 트라볼타....털
John Travolta....Terl
배리 페퍼....조니 굿보이 타일러
Barry Pepper....Jonnie Goodboy Tyler
포레스트 위테이커....커
Forest Whitaker....Ker
켈리 프레스턴....척
Kelly Preston....Chirk
킴 코티스....카를로
Kim Coates....Carlo
리처드 타이슨....로버트 드 폭스
Richard Tyson....Robert the Fox
마이클 맥리....제트
Michael MacRae....Zete
마이클 번....파슨 스태퍼
Michael Byrne....Parson Staffer
숀 휴이트....헤이우드
Sean Hewitt....Heywood
마이클 페론....록
Michel Perron....Rock
크리스찬 테서....미키
Christian Tessier....Mickey
사빈 카르센티....크리시
Sabine Karsenti....Chrissy
마리-조세 크로즈....마라
Marie-Josée Croze....Mara
짐 메스키멘....블라이스
Jim Meskimen....Blythe

[배틀필드 어스]는 사이언톨로지의 교주인 론 허바드가 쓴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에 번역된 적 있죠. 영화 예고편에서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SF 소설을 각색했다느니 어쨌다느니 하지만 몽땅 허풍입니다. [배틀필드 어스]는 결코 그렇게 대단한 평을 받는 작품이 아니지요. 일부는 론 허바드가 사이비 종교 교주라는 것 때문이지만, 진짜 이유는 소설 자체가 시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말은 많지만 액션과 아이디어는 진부하고 자체 논리도 엉망이죠.

그런데 제가 과연 이런 평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 [배틀필드 어스]를 굉장히 건성으로 읽었거든요. 사이비 종교 교주의 책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부러 경시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 아니에요. 그래도 형편 없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만큼 읽으면 알죠.

영화의 내용은 무엇이냐. 사이클로라는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천 년인가 지났어요. 사이클로는 여전히 지구에서 광물을 채취해서 모성으로 보내고 있고 지구인들은 완전히 야만인으로 퇴화되어 있죠. 왜 겨우 광물 채취 따위나 할 계획이면서 전쟁을 하고 나중엔 원주민 관리까지 맡아야 하는 지구까지 왔는지는 전 모릅니다. 가끔 사이클로는 인간들을 잡아서 광물 채취용 노예로 부리는데, 그 역시 이해가 안 가는군요. 항성간 여행을 할 수 있으면서 노예처럼 비능률적인 방식을 동원하다니요. 아마 그 비능률적인 방식 때문에 천 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도 광물을 다 파내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하여간 이 지구 식민지를 관리하는 양반은 털이라는 친구인데, 장관 딸과 스캔들을 일으킨 결과 지구에 거의 유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떻게든 뇌물을 주어 빠져나와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똑똑한 양반은 방사능 지역에 있는 금광에서 몰래 금을 채취해 뇌물로 바칠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사이클로가 방사능 지역에서 제대로 버텨내지 못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그는 인간들을 훈련시켜서 광물을 파낼 생각을 합니다. 왜 사이클로가 인간도 버틸 수 있는 정도의 방사능도 이겨내지 못하는지, 왜 그 엄청난 과학기술로 방사능 차폐막도 발명해내지 못했는지, 방사능 차폐막도 없이 어떻게 그 먼 우주를 건너왔는지, 왜 그들에겐 로봇이나 무선조종장치가 달린 기계도 없었는지, 이 모든 것들은 미스테리입니다.

하여간 운좋게 뽑힌 친구가 우리의 주인공 조니입니다. 털은 학습 기계에 조니를 집어넣는데, 조니는 그 안에서 별걸 다 배웁니다. 그냥 기계 조종법과 간단한 명령어만 가르치면 될텐데 왜 풀버전을 모조리 전수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지식이라는 무기를 가진 조니는 슬슬 반란을 꿈꿉니다. 다행하게도 사이클로 중 지구말을 아는 애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 놀라운 학습 기계를 두고 뭘한 걸까요) 그들은 공개된 곳에서 음모를 진행시킵니다.

하여간 반란이 시작되는데, 그건 사이클로 도시의 돔을 깨뜨려서 사이클로들을 질식사시키고 (왜 그들이 몇 킬로 높이에 있는 돔이 깨졌는데도 마스크를 쓸 기회도 없이 죽어갔는지 전 모릅니다) 핵폭탄을 사이클로 행성에 텔레포트시켜 행성을 날려버린다는 것입니다 (대기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나요. 세상에나, 사이클로가 핵폭탄을 발명하지 못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일주일동안 뚝딱 배운 솜씨로 조종하는 해리어 기입니다. 물론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떻게 그 비행기들이 멀쩡했는지도 미스테리입니다. 그리고 왜 그 발달한 사이클로인들의 전투기와 해리어 사이에 전혀 기술 격차가 없어보이는지도 미스테리고요.

영화는 엔드 크레딧이 흘러나올 때까지 이런 바보스러움을 유지합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농담일까요? 그런 것 같지도 않군요. 존 트라볼타가 사이언톨로지 신자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가 론 허바드의 소설을 빈정대는 방식으로 다루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실 소설도 영화랑 별 차이가 없거든요. 각색 과정 중 많은 디테일들이 삭제되었고 더 바보스러워졌지만, 바보스러운 핵심은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코미디나 액션을 위장한 사이언톨로지 교 세뇌 장치일까요?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존 트라볼타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사실 이 영화엔 사이언톨로지 교의 교리와 같은 것들이 좀 남아 있거든요. 하지만 관객들에겐 그런 건 별 상관 없을 겁니다. 다들 지독하게 뻔한 것이니까요. "자신감을 가져라", "온 세상에 믿을 만한 건 너 뿐이야"... 이런 말들로 어떻게 지금까지 종교 행세를 해왔는지 전 정말 모르겠어요. 다시 말해 관객들에게 정말 종교적 메시지가 전달되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전혀 없을 거라는 말입니다.

[배틀필드]는 재미없는 영화일까?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전 이 영화를 에드 우드의 영화를 보는 식으로 봤습니다. 너무 바보 같고 형편없어서 오히려 재미있어진 영화였어요. 그러나 영화가 SF 액션 영화를 의도했다면 확실한 실패작임이 분명합니다. 영화는 비주얼로도, 액션으로도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니까요. 사실 한 행성이 날아가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어느 쪽에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구인이나 사이클로나 모두 정이 안 가는 종족들이니 말이에요.

배우들에 대해 묻는다면, 전 존 트라볼타와 포레스트 위테이커의 띨뻥한 외계인들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외계인 버전 로렐과 하디 같은 친구들이에요. 군대 대신 코미디 클럽에 나갔더라면 더 출세했을텐데 왜 쓸데없이 군발이를 자처해서 그 고생을 했는지... (00/06/30)

DJUNA

기타등등

켈리 프레스턴이 어느 장면에 나왔는지 아시는 분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