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밀러 George Miller

주연
엘리자베스 데일리....베이브
Elizabeth Daily....Babe
마그다 주반스키....에스미 하겟
Magda Szubanski....Esme Hoggett
제임스 크롬웰....아서 하겟
James Cromwell....Arthur Hoggett
메리 스타인....호텔 주인
Mary Stein....Landlady
미키 루니....퍼글리 플럼
Mickey Rooney....Fugly Floom
대니 만....퍼디난드
Danny Mann....Ferdinand
글렌 헤들리....주티
Glenne Headly....Zootie
스티븐 라이트....밥
Steven Wright....Bob
제임스 코스모....셀로니어스
James Cosmo....Thelonius
네이단 크레스....이지
Nathan Kress....Easy
마일즈 제프리....이지
Myles Jeffrey....Easy
스탠리 랠프 로스....피트불/도베르만
Stanley Ralph Ross....Pitbull/Doberman
루시 테일러....핑크 푸들
Russi Taylor....Pink Poodle
애덤 골드버그....플릴릭
Adam Goldberg....Flealick
에디 바스....나이젤과 앨런
Eddie Barth....Nigel and Alan

1.

전국 양몰이 대회로 베이브가 영웅이 된 것도 잠시. 하겟 농장은 다시 재난에 휘몰립니다. 베이브의 실수로 그만 하겟 할아버지가 우물에 빠져 버린 거예요. 은행이 농장을 차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에스미 하겟 할머니는 베이브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지만 그만 마약 운반책으로 몰려 고초를 겪다가 낯선 도시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맙니다. 할머니와 함께 동물도 받아주는 호텔에 머물게 된 베이브는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2.

[꼬마 돼지 베이브]는 속편이 나와서는 안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영화는 간결하고 작고 완벽한 작품으로, 이 동화적인 스토리에는 더이상 더할 것이 없었습니다. 베이브는 양치기 돼지가 되어, 전국 양치기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끝. 나머지를 더 붙이려한다면 그건 군더더기가 될 뿐입니다.

그러나 헐리웃의 생리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은 제작비로 이처럼 알찬 성공을 거둔 영화를 그대로 놔둘 수가 없는 것이지요. 뜻밖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자 조지 밀러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속편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꼬마 돼지 베이브 2]가 탄생한 것이지요.

결과는? 상업적인 재난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제작비는 엄청나게 많이 들었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비디오 마켓에서도 왕창 깨져서, [베이브 3]까지 생각했던 낙천적인 영화사 사람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지요.

영화를 보면 왜 그랬는지 알게 됩니다. [꼬마 돼지 베이브 2]는 애들이 좋아할 작품이 아니거든요. 이 영화는 구식 빅토리아 조 소설을 각색한 것처럼 어둡고 잔인합니다. 아마 이 작품에 가장 가까운 작품은 [올리버 트위스트]일 겁니다. 어릿광대 플럼과 원숭이 패거리는 파긴 일당의 온화한 버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죠. 파긴 일당처럼 범법자도, 악당도 아니지만요. 영화는 상당히 자극적이기도 합니다. 특히 호텔의 동물이 위생당국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는 장면들을 보세요.

밀러는 이런 이야기를 디킨즈처럼 아주 재미있게 끌고가지도 못했습니다. 단순하고 간결했던 전편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상당히 길고 복잡한 플롯을 꾸려가고 있는데, 그게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 아니어서, 영화는 종종 길게 처지거나 부수적인 모험이 지나치게 늘어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균형감각을 잃었어요.

그러나 이 정신없는 영화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프랑스와 트뤼포가 썼던 '실패한 걸작'이라는 표현을 이 영화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감독의 야심은 완벽하게 통제되지 못했지만, 부분부분이 무지 인상적이고, 그것들이 통제되지 못해 덜컥거리는 걸 보는 것도 묘하게 재미있거든요.

네, 밀러는 이 영화에서 참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의 비주얼이지요. 이 영화가 무대로 삼고 있는 '도시'는 참 굉장한 곳입니다. 좋게 말하면 '모든 도시'이고 나쁘게 말하면 확대한 미니 골프장같은 곳이지요. 이 도시에는 헐리웃 사인에서 스페이스 니들, 자유의 여신상, 금문교,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등 없는 게 없습니다. 맞은편에 맨하탄과 같은 마천루 섬을 앞에 두고 있는 호텔 앞에는 베니스처럼 운하가 흐르고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벗어나면 LA처럼 북적거리는 현대적인 해변이 나오지요.

공간적으로 전 세계를 모두 먹어버린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해, 이 도시는 시간까지 먹어버립니다. 해변 사람들과, 에스미 할머니, 호텔 주인들은 모두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후반 사이에 펼쳐져 있는 다른 시간대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공항의 마약 단속과 같은 20세기식 이야기가 버려진 동물들의 디킨즈 풍 이야기와 마구 뒤섞이고요.

밀러는 이런 거대한 도시에 시골 돼지 한 마리를 집어던져넣고 거창한 농담을 꾸려내고 있습니다. 문화적 코드가 너무 복잡해서 애들은 이해가 안될 정도이죠. 원숭이 일당의 오랑우탄 두목 이름이 '셀로니어스'라는 걸 듣고 웃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베이브가 자기한테 달려드는 피트불한테 돌아서서 "왜?"라는 심오한 질문을 하는 부분 역시 지독한 농담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아이들 역시 없을 거고요. 아이들은 영화 속에 삽입되는 이탈리아 오페라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영화의 내용과 매치시키지도 못할 겁니다. 너무나도 블랑쉬 뒤보아처럼 행동하는 늙은 핑크 푸들이나, 꼭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영국인 퇴역 장교들처럼 행세하는 호텔의 개들, 19세기식 사회주의 우화처럼 전개되는 버려진 동물들의 유토피아 이야기 역시 감지하기 힘들겠죠. 게다가 이 유토피아 이야기에 숨어있는 [동물 농장]의 암시까지 집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이 영화의 진짜 대상은 이 모든 코드들에 익숙한 성인 관객들입니다.

도대체 밀러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걸까요? 아마 정치 팜플렛처럼 뚜렷한 주제는 없었을 겁니다. 그냥 요란한 포스트 모던한 농담을 한 번 해보는 것으로 만족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목적이 있다고 하기엔 영화의 일관성이 너무 없어요.

그러나 일관성 부족은 이 영화의 단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죠. 만약 밀러가, 자기가 만드는 영화가 패러디와 인용으로 가득 찬 코미디라는 걸 가끔 잊지 않았다면 호텔 습격 장면과 같은 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 장면은 정서적 충격이 너무 강렬해서, 동물들이 사람 흉내내는 어린이 영화라는 게 완전히 잊혀질 지경입니다. 누구 말마따나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인상적이지요. 네, 하긴 그런 우툴두툴한 '감동'이 '실패한 걸작'의 특징이겠지만요.

[꼬마 돼지 데이브 2]는 결코 전편처럼 '불멸의 가족 영화'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말하는 돼지가 나온다고 해서 꼭 어린이 영화는 아니니까요.

3.

[꼬마 돼지 베이브 2]는 돈이 상당히 든 영화이고, 영화에도 그 티가 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매트로닉스의 도움을 받아 진짜처럼 완벽하게 움직입니다. 동물들의 머릿수와 액션의 양을 생각해보면, 전작을 몇 배 능가한다고 할 수도 있죠.

[매드 맥스] 감독의 영화가 아니랄까봐 상당히 강렬한 '카 체이스' 장면도 있습니다. 역시 무척이나 심각하고 박진감넘치게 묘사되고 있어서 농담같지가 않습니다.

제임스 크롬웰의 뒤를 이어받은 마그다 주반스키의 하겟 할머니도 귀엽고 메리 스타인과 같은 조연들도 단단합니다. 미키 루니 할아버지의 최근 모습을 볼 수도 있고요.

4.

자막 번역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더군요. 나레이션의 따뜻한 느낌도 살리지 못했고 동물 캐릭터들의 그 거창하게 점잖은 척 하는 느낌도 잡아내지 못해서 영화의 반은 날려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많은 문화적 코드들은 무시되었고요. (00/02/28)

DJUNA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이 다 올라가면 아주 귀여운 쿠키가 하나 나옵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다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