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셸 오슬로 Michel Ocelot

주연
시릴 무랄리....아주르
Cyril Mourali....Azur
카림 음리바....아스마르
Karim M'Riba....Asmar
히암 압바스....제난
Hiam Abbass....Jenane
파트릭 팀시....크라푸
Patrick Timsit....Crapoux
파트마 벤 켈....샴수 사바 공주
Fatma Ben Khell....La princesse chamsous sabah

아주르와 아스마르

중세 유럽. 사라센인 유모인 제난은 영주의 아들 아주르와 자신의 아들 아스마르를 모두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키웁니다. 하지만 아들이 지나치게 유모와 가깝다고 생각한 아주르의 아버지는 아주르를 학교에 보내고 유모와 아스마르를 집에서 쫓아내지요. 어른이 된 아주르는 유모가 들려준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나오는 요정 진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가 그만 조난당합니다. 파란눈이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그 나라 사람들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장님행세를 하던 그는 그 동안 엄청난 부자가 된 유모와 아스마르를 만나죠.

미셸 오슬로의 이전 영화들처럼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왕년에 프랑스 식민지였고 지금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문화를 소재로 삼아 관객들에게 현대적인 교훈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거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은 나빠.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남의 문화를 욕하지 마. 우리 모두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같이 살자. 다들 좋은 이야기이고 저 역시 동감하는 바이지만, '톨레랑스'를 가르치는 이런 식의 유럽 예술작품들이 다들 그렇듯 생색내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중세에 북아프리카의 모 왕국에서 현대적인 관용이 넘쳐흐르는 모범적인 사람들의 나라가 탄생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무리 동화라도 그냥 거짓말이고요.

결정적으로 영화가 심심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교훈이 이야기를 치어버린 거죠. [아주르와 아스마르]의 이야기는 사실 30분짜리밖에 안됩니다. 이게 다 장황한 교훈 때문에 영화 한 편 분량으로 늘어난 거예요. 주인공인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모두 따분하기 짝이 없는 무개성적인 젊은이들이에요. 뒤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등장한 악당들은 이름도, 얼굴도 없는 그냥 두 발 달린 물건들이고요. 그나마 조역인 소악당 크라푸나 조숙한 공주 샴수 사바 정도가 분명한 자기 개성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사실 내용만 보면 없어도 되는 게스트에 불과합니다.

다행히도 영화는 각본을 보완할만한 장점이 상당히 큽니다. 비주얼이죠. 오슬로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3D에 도전했는데, 이 새로운 매체를 썩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새 매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쓰는 대신 자신의 원래 스타일에 끼워맞추고 있는 것이지만요. 여전히 이 영화는 2D입니다. 일반적인 2D영화보다 훨씬 납작하죠. 그 납작한 배경 속에서 3D 캐릭터들이 주변과 어울리려고 애쓰며 돌아다니는 걸 보면 은근히 즐겁습니다. 게다가 2D의 배경은 굉장히 아름다워요. 아랍과 페르시아의 문양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휘황찬란한 컬러를 입힌 인공적인 천국과 같지요. 생각해보니 원래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캐릭터가 아닌 스타일이니, 꼭 주인공의 개성이 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07/11/14)

DJUNA

기타등등

영화의 개봉 소식은 아직 없지만 영화 원작의 그림책이 벌써 나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