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라이언 싱어 Bryan Singer

주연
브래드 렌프로....토드 보덴
Brad Renfro....Todd Bowden
이언 맥켈런....쿠르트 두산더
Ian McKellen....Kurt Dussander
조슈아 잭슨....조이
Joshua Jackson....Joey
앤 도드....모니카 보덴
Ann Dowd....Monica Bowden
브루스 데이비슨....리처드 보덴
Bruce Davison....Richard Bowden
제임스 카렌....빅터 보덴
James Karen....Victor Bowden
마조리 로벳....아그네스 보덴
Marjorie Lovett....Agnes Bowden
데이빗 쉼머....에드워드 프렌치
David Schwimmer....Edward French
엘리어스 코티스....아치
Elias Koteas....Archie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주인공 토드는 성적 좋고 영리한 고등학생입니다. 그는 역사 시간 때 홀로코스트에 대해 조사하다가 이웃집에 사는 아더 덴커라는 노인이 사실은 나찌 전범인 쿠르트 두산더라는 사실을 알아내지요.

토드가 정신이 똑바로 박혔거나 아니면 조금 덜 영리한 아이였다면 당장 신고해서 영웅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이 똑똑한 아이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살자의 입으로 직접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듣고 싶었던 거죠. 그는 두산더를 협박해서 당시의 체험담을 끌어내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는 굉장히 위험한 짓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고 하더라도 틴에이저의 여린 정신으로 늙은 학살자와 일대일로 대면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위험했죠.

토드는 서서히 두산더에 물들기 시작합니다. 제딴에는 노인네를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면서 나찌 장교 복장을 한 두산더에게 병정놀이를 시킬 때부터 일이 틀어져 가고 있었던 거죠. 그 위험은 지금까지 관계를 역이용해 두산더가 토드를 협박할 때 본격적으로 구체화되지만, 일은 거기에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홀로코스트라는 진지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또 어떤 초현실적인 괴물들도 등장하지 않지만 기질적으로 공포영화입니다. 토드는 흡혈귀를 관 속에서 끄집어낸 철없는 아이였던 거죠. 두산더 노인은 말 그대로 토드의 피를 빨아마시며 부활한 뒤 강제로 아이의 입을 벌려 자기 피를 마시게 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기존의 흡혈귀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거의 에로틱하기까지 합니다. 두산더 노인과 토드의 관계는 강렬한 성적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과연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영화(또는 원작이 된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는 우리 마음 속에 숨겨진 순수한 악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더욱 더 공포영화의 원형적인 패턴을 따라간다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이 추상적이고 순수한 악이 역시 티끌하나 없는 순수한 영혼을 말아먹는다는 내용이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가 과연 그 이야기를 능란하게 다루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훌륭합니다. 맥켈런과 랜프로의 연기도 훌륭하며 둘 사이의 긴장감도 굉장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진짜 중요한 부분들을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라는 대범죄에서 인간 본연의 악을 끌어내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그게 진짜 원인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거대한 일부임은 틀림없겠지요.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 당시의 광기를 모두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한 시도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이 부분에서 아주 얇아보입니다.

드라마적인 요소에도 문제가 꽤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가 그래요. 영화는 토드의 마지막 타락을 묘사하기 위해 기존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대신 보다 다루기 쉬운 보조 스토리를 끌어들입니다. 그 때문에 토드의 끔찍한 행동은 쉽게 관객들의 동정을 얻습니다. 그는 한 때 실수로 고생하는 겁에 질린 어린 아이에 불과하니까요. 이걸 그대로 마지막의 타락으로 연결하는 것은 안이한 방법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의 후반부는 아주 늘어지지요. 영화는 어떻게 결말을 내야 할지 자기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토드의 졸업식 연설을 들어보면 토드는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나름대로 교훈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토드와 프렌치의 대결은 토드가 그것과는 정반대의 교훈을 얻었다는 걸 말해주죠. 과연 어떤 게 진짜인지...

브라이언 싱어에게나 스티븐 킹에게나, 이 주제는 너무 크고 순수했던 모양입니다. 잔가지를 없애고 토드와 두산더 노인의 일대일 대결로 몰아갔더라면 더 나았을텐데. (99/12/10)

DJUNA

기타등등

[프렌즈]의 데이빗 쉼머가 진학 상담 교사로 나오죠. 미스캐스팅이라는 말을 꽤 들었지만, 제가 보기엔 괜찮았습니다. 그의 여린 이미지가 캐릭터에 대충 맞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