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찰스 샤이어 Charles Shyer

주연
주드 로....알피
Jude Law....Alfie
제인 크라코스키....도리
Jane Krakowski....Dorie
마리사 토메이....줄리
Marisa Tomei....Julie
오마 엡스....말론
Omar Epps....Marlon
수잔 서랜든....리즈
Susan Sarandon....Liz
시에나 밀러....니키
Sienna Miller....Nikki
니아 롱....로네트
Nia Long....Lonette
게드 와타나베....윙
Gedde Watanabe....Wing

알피

[나를 책임져, 알피]는 찰스 샤이어의 또다른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네, [신부의 아버지]와 [페어런트 트랩]의 '정치적으로 공정'하고 번지르르한 리메이크 버전을 만든 사람이 이 코크니 바람둥이의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거죠. 일종의 도전이었을까요?

늑대처럼 런던의 영역권을 맴돌았던 마이클 케인의 알피와는 달리 주드 로가 연기한 알피는 꿈을 조금 크게 가졌습니다. 맨하탄으로 진출한 거죠. 그는 이제 리무진 운전사로 일을 하며 미국 여자들을 후리고 다닙니다. 번지르르한 외모와 영국 악센트를 무기로 삼으면서요.

주드 로의 알피는 마이클 케인의 알피보다 견딜만 합니다. 여전히 이기적인 바람둥이지만 그래도 선배처럼 대책없는 인간은 아니거든요. 주드 로의 알피는 그럭저럭 여자들의 비위를 맞추어 줄 줄도 알고 예의도 차릴 줄 알며 성차별적인 행동도 덜합니다. 하긴 그래야죠. 21세기 맨하탄에서 마이클 케인처럼 군다면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온 몸에 손톱자국이 나고 등에 칼이 서너 자루 찍힌 시체가 되어 허드슨 강에 떠오를테니 말입니다. 그 동안 여자들은 바뀌었고 남녀사이의 역학관계도 바뀌었습니다. 알피도 진화해야죠. 사고 방식이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전개는 원작과 거의 같습니다. 알피가 상대하는 여자들은 모두 원작 캐릭터들과 대응시킬 수 있어요. 취직하러 런던에 온 시골 아가씨가 맨하탄의 파티걸로 바뀌는 식의 개작은 있지만 그 정도면 상식적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주제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이제 영화는 도덕주의자의 위치에서 대책없는 바람둥이 남자를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샤이어의 버전은 알피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합니다. 이 영화가 생각하기에 진짜 문제는 알피가 책임지지 않는 바람둥이라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노느라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친구들을 잃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원작과 같은 내용이 아니냐고요? 아뇨, 조금 다릅니다. 원작의 알피는 그런 개안 과정 속에서도 철저하게 자기 연민에만 빠져 있었지요. 그의 고통엔 다른 사람이 들어갈 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대판 알피는 그가 상대하는 여자들과 친구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합니다. 훨씬 나은 인간이 된 거죠.

알피가 나아졌다면 영화도 더 나은 작품이 된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부드러워지다 보니 원래의 강한 개성이 사라졌고 주제도 어느 정도 약화되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작의 그림자가 강해서 영화는 괜히 현대 관객들에게 생색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정치적 공정성'을 삽입한 리메이크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지만요.

샤이어의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스토리나 변화된 주제가 아니라 스타일입니다. 영화는 21세기 맨하탄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이상할 정도로 60년대 풍이거든요. 여자 배우들의 외모나 패션 편집 기법 같은 건 60년대식 쿨함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있지요. 아마 이 영화의 이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즐기는 관객들도 많을 겁니다. (05/01/12)

DJUNA

기타등등

원작의 엔드 크레딧을 꽤 충실하게 모방하고 있더군요. 심심하시다면 나중에 원작과 비교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