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아 풀 Léa Pool

주연
폴 벨라르종....앙드레아
Paule Baillargeon....Andrea
루이즈 말로....에스텔
Louise Marleau....Estelle
마르트 투르종....배우
Marthe Turgeon....Comedienne singer
세르쥬 듀피르....시몽
Serge Dupire....Simon

에스텔

[호텔의 여인]은 몬트리올의 어느 호텔에서 새 작품을 찍는 영화 감독 앙드레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 호텔에는 에스텔이라는 여자가 머물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이 인물은 앙드레아가 지금 찍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을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에스텔에 대한 앙드레아의 관심은 곧 두 사람의 우정으로 이어지지만, 많은 예술가/뮤즈의 관계들이 그렇듯, 이 역시 어느 정도 일방적인 흡혈 행위처럼 변질되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선은 흐려집니다.

[호텔의 여인]은 레아 풀의 첫 장편 영화입니다. 많은 첫 작품들이 그렇듯, 이 영화는 풀의 이후 영화들을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 뒤로 테크닉과 접근법은 바뀌었지만, 풀이 다루는 기본 소재와 주제는 큰 변화가 없었으니까요. 두 여성간의 깊은 연대감, 망명과 탈출의 이미지, 남매 간의 거의 근친상간에 가까운 애정, 동성애, 예술가의 창작 과정...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예술 작품과 영감, 예술가와 뮤즈, 허구와 삶의 관계입니다. 이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에스텔은 단순히 앙드레아의 뮤즈가 아니거든요. 앙드레아는 이미 자기가 만든 한 여성의 상을 구체화시키는 동안 에스텔을 이용하는데, 덕택에 영화의 인과의 그물은 아주 이상하게 얽혀갑니다. 덕택에 영화가 이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초현실적이기까지 하지요.

영화라는 매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텔의 여인]은 아주 솔직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8과 1/2] 이후에 나온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그렇듯 자아도취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죠. 집단 예술인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고유의 특징 때문에 이 작품이 다루는 개인적인 느낌은 종종 당위성을 잃는데, 그 결과 영화가 지나친 심각함과 자기 도취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호텔의 여인]은 좋은 배우들, 인상적인 주제와 아이디어, 감각적인 시청각적 이미지로 구성된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유머가 적고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며 이를 커버할 만한 능숙함이 부족하군요. 전체적으로 막 경력을 시작한 젊은 감독의 순진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03/04/30)

DJUNA

기타등등

폴 벨라르종은 [나는 인어의 노래를 들었다]의 가브리엘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