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르첼로 알리프란디 Marcello Aliprandi

주연
나탈리 들롱
Nathalie Delon
존 필립 로
John Phillip Law
올가 비세라
Olga Bisera
조셉 코튼
Joseph Cotten
루크레티아 러브
Lucretia Love
수잔나 멜란드리
Susanna Melandri
시모나 파틸루치
Simona Patilucci
알레산드로 포기
Alessandro Poggi
아드리아나 루소
Adriana Russo
마르게리타 살라
Margherita Sala
조라 벨코바
Zora Velcova

마르첼로

[어둠 속의 속삭임]의 주인공들은 베네치아 근방의 호사스러운 저택에 사는 상류층 가족입니다. 얼핏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이들에게는 작은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그건 아들 마르첼로에게 루카라는 상상 속의 친구가 있다는 거였죠. 처음엔 별 게 아니라고 넘겼던 가족들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걱정하게 됩니다. 특히 루카가 마르첼로 이전에 임신했다 사산한 형의 이름이라는 걸 알고 있는 엄마는요.

마르첼로 알리프란디의 이 영화는 희귀한 장르 영화입니다. 이탈리아산 귀신들린 집 영화죠.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엄청난 량의 호러 영화들을 양산해왔지만 고전적인 의미의 귀신 영화들은 거의 없습니다. 취향이 맞지 않아서일 거예요. 이 동네에서는 은밀한 암시보다는 직접적인 육체적 자극을 선호하니까요. 가끔 나오는 이탈리아 귀신들은 영어권 고딕물의 귀신들보다 훨씬 폭력적입니다. 이 작품은 어떠냐고요? 전통적이긴 한데,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역시 이 사람들 취향은 아닌가 보구나."

우선 이 영화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방향을 잡아보기로 하죠. 보고 있으면 몇 가지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가장 노골적인 건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못 회전]과 니콜라스 뢰그의 [지금 보면 안돼]입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추구하는 건 분명한 결론이 나지 않는 중의적이고 모호한 귀신 영화죠. 루카는 철저하게 마르첼로가 상상한 존재일 수도 있지만 진짜일 수도 있습니다.

괜찮은 설정이죠.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따릅니다. 각본과 연기가 아주 좋아야 한다는 거죠. 살인마에게 쫓기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귀신을 추적하며 그 과정 중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털어놓으려면 훨씬 섬세한 터치가 필요합니다.

[어둠 속의 속삭임]엔 그런 게 없습니다. 영화가 끝까지 결말을 내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이 영화엔 이 장르 필수인 은밀함은 없습니다. 일단 모든 등장인물들이 심령탐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의심스러운 부분들에 대해 떠들고 다니죠. "만약 루카가 진짜로 귀신이라면?" "혹시나 자신을 없앨까봐 두려워 사람들을 해치면 어쩌지?" 루카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는 단서들 역시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던져져서 흥이 떨어지고요. 결국 모호함은 없습니다. 가능한 정답이 두 개일뿐이죠. 배우들의 연기도 결코 좋은 편이 못 되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다국적 캐스팅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특히 애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이런 후시 녹음 영화는 치명적이죠. 애들이 예쁘긴 합니다만...

그래도 영화의 비주얼은 근사한 편입니다. [나사못 회전]식의 담담한 어두움은 기대하지 마세요. 오히려 영화는 밝고 다양한 색조로 반짝입니다. 그렇다고 아르젠토 영화처럼 노골적인 원색을 쓰는 건 아니고... 70년대 유럽 영화 특유의 뿌옇고 신경질적인 느낌을 생각해보세요. 결코 이상적인 호러 영화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기 좋긴 해요. 우리가 보고 즐기는 게 호러 영화의 정서적 도구가 아니라 그냥 호사스러운 베네치아의 빌라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지만. (05/10/06)

DJUNA

기타등등

중간에 빨간 풍선이 여자 주인공 앞에 팔랑거리며 날아오는 장면이 있어요. 자세히 보면 풍선을 매단 실이 보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