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이스 초프라 Joyce Chopra
리처드 리콕 Richard Leacock

"A Happy Mother's Day"

1963년 9월 14일, 사우스 다코타의 애버딘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피셔 부부 사이에서 다섯 쌍둥이 남매가 태어났습니다. 이들 피셔 쌍둥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첫번째 다섯 쌍둥이였어요. 피셔 부부에겐 이전에도 아이들이 다섯이나 있었다니 부모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애들을 낳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의 표정은 참 막막해보입니다.

피셔 쌍둥이들은 당연히 전국적인 화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ABC 방송국에서는 다이렉트 시네마의 선두주자였던 리처드 리콕을 고용해 이 사건을 담아오게 시켰지요. 하지만 리콕의 필름들은 방영되지 않았고 실망한 그는 조이스 초프라와 함께 이 필름들을 독립적인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습니다. 리처드 로스먼과 같은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미국 시네마 베리테의 시작으로 보기도 해요.

[즐거운 어머니날]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고급잡지에 실리는 짤막한 단편처럼 우아하고 가벼워요. 영화는 다섯 쌍둥이에 집중하는 대신, 그로 인해 피셔 가족이 느끼는 사생활 침해의 염려, 미디어의 소동, 다섯 쌍둥이로 인해 발생할 시의 수입을 고려하는 시의원들을 따라갑니다. 영화는 다섯 쌍둥이 소동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소동을 핑계로 삼은 미중부 소도시의 초상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는 사생활에 간섭하는 미디어나 시의 상업적 속셈에 대해 어느 정도 비판을 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매섭게 째려보고만 있지는 않죠. 대신 영화는 이 모든 소동들을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온 보편적인 희극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즐거운 어머니날]은 비교적 나이를 잘 먹은 영화입니다.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화는 지금은 지나가버린 한 시대를 담아낸 풍속사적인 가치를 획득했습니다. 끝이 올라간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쓴 60년대 초 소도시를 사는 미국인들이 벌이는 소박한 소동은 더욱 귀여워보이고요. (05/02/18)

DJUNA

기타등등

작년 EBS 다큐멘터리 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