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파웰 Michael Powell
에머릭 프레스버거 Emeric Pressburger

주연
에릭 포먼....토머스 콜페퍼
Eric Portman....Thomas Colpeper
쉴라 심....앨리슨 스미스
Sheila Sim....Alison Smith
데니스 프라이스....피터 깁스
Dennis Price....Peter Gibbs
존 스위트.....밥 존슨
John Sweet....Bob Johnson
에드먼드 나이트....나레이터/세븐-시스터즈 병사/동네 바보
Esmond Knight....Narrator/Seven-Sisters Soldier/Village Idiot
찰스 호트레이....토머스 더켓
Charles Hawtrey....Thomas Duckett
헤이 페트리....우드콕
Hay Petrie....Woodcock
조지 메릿....네드 호튼
George Merritt....Ned Horton
에드워드 릭비....짐 호튼
Edward Rigby....Jim Horton
프리다 잭슨....프루던스 허니우드
Freda Jackson....Prudence Honeywood
베티 자딘....피 베이커
Betty Jardine....Fee Baker
엘리엇 메이크햄....오르간 주자
Eliot Makeham....Organist
하비 골든....로진스키 상사
Harvey Golden....Sgt. Roczinsky
레너드 스미스....레슬리
Leonard Smith....Leslie
제임스 탬시트....테리 홈즈
James Tamsitt....Terry Holmes

앨리슨과 콜페퍼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초서의 유명한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한 영화인 척하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유명한 서시가 끝나고 중세 복장의 배우들이 지나가면 갑자기 시대는 1940년대로 건너뛰어요. 그 뒤로 영화는 정말 초서의 이야기와 아무 상관 없이 진행됩니다. 무대가 캔터베리와 부근 마을이고 가끔 순례자들이 언급되는 것만 뺀다면요.

영화에서 순례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세 사람입니다. 농업위원회에서 파견된 앨리슨이라는 영국 아가씨, 예전엔 극장 오르간 주자였던 영국인 상사 피터 깁스, 그리고 캔터베리에 가려다 실수로 이전 역에 내린 미국인 상사 밥 존슨. 이들을 묶어주는 건 켄트 주의 이 마을에 사는 다소 정신없는 괴물인 '글루맨'입니다. 군복을 입은 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밤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자 머리에다 끈적거리는 풀을 던지고 달아나죠. 세 사람은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이 우스꽝스러운 사건의 범인을 밝혀냅니다.

이 정도면 영화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괴팍한가를 놀려대는 (또는 자랑하는) 영국식 코미디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구석도 있어요. 이 영화에 나오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은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매력적인 건 플롯이 아니라 플롯의 부재입니다. '글루맨 잡기'는 이야기에 형식과 모양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대단한 의미가 없어요. 글루맨의 정체도 비교적 빨리 밝혀지는 편이고요. 영화 중반 이후엔 이 세 사람들은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건 곧 그들의 정신적인 여정과 연결됩니다.

그러는 동안 영화는 구체적인 이야기의 힘 대신 시적인 흐름에 의지합니다. 그건 죽었거나 멀어진 사람들의 대한 애조띤 회상일 수도 있고 독일군 폭격의 목표가 되었지만 여전히 유머와 낙천주의를 잃지 않은 영국인들에 대한 예찬일 수도 있고 순전히 종교적인 감흥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플롯의 부재를 핑계삼아 이 모든 것들을 아주 자유롭게 엮고 있어요. 그리고 그 최종 결과는 이상할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개봉 당시 비평가들에게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들 이야기가 정신없고 '글루맨' 미스터리는 천박하다고 생각했지요. 그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개봉될 때는 30분 정도가 잘려나가고 킴 헌터가 등장하는 추가 촬영분이 붙은 재편집판이 상영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당시 비평가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은 이 영화의 알짜배기 장점입니다. 파웰과 프레스버거가 이 영화에서 사용했던 시적인 요소들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안다]에서 보다 친절하게 재사용되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 같군요. (06/03/21)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미국인 상사로 나오는 존 스위트는 정말로 당시 영국에 주둔하던 미국인 상사였다고 해요. 그의 유일한 출연작입니다. 영화를 찍은 뒤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학교 교사로 일했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