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니 르콩트 Ounie Lecomte

주연
김새론....진희
박도연....숙희
고아성....예신
설경구....진희 아버지
문성근....의사
박명신....보육원 보모
오만석....보육원 원장

진희

이야기꾼들은 대부분 자기 일생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기 마련이지만, 우니 르콩트처럼 그 욕구가 절실한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 받고 아홉 살에 프랑스 가족에게 입양되어 그 이후로 프랑스인으로 자란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엄청난 단절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겠죠.

르콩트는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여행자]의 이야기를 진희라는 어린 소녀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 들어오는 부분에서 시작해서 프랑스 커플에게 입양되는 부분에서 끝냈습니다. 그 뒤에도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겠지만 르콩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친부에게 당한 끔찍한 배신과 그 경험으로부터 주인공이 살아남는 과정입니다.

이 영화에서 진희가 겪는 경험은 대부분 내적인 것입니다. 이 아이가 머무는 보육원은 초라하지만 견딜만한 곳입니다. 아이들은 친절하고 지내다보니 숙희라는 친구도 한 명 생깁니다. 진희가 견딜 수 없는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매정하게 버려졌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 배신의 경험은 영화 중간에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등장하지요. 진희는 영화 후반에 결국 이 배반감을 극복해냅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부분을 떨어내는 포기를 거쳐야합니다.

앞에서 전 이 보육원이 견딜만한 곳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거기가 덜 슬픈 곳이라는 말은 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는 정상적인 의미의 동심이 제거되어 있습니다. 보육원의 아이들이 빨리 입양되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나이를 낮추고 귀여움을 떨면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경쟁에서 탈락한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한국어를 거의 잊어버린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지만 [여행자]는 언어 감각과 문화의 디테일이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아마 한국어 각본의 경우는 공동각본가이자 제작자인 이창동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박명신과 같은 성인 배우의 경우는 그들이 가진 기본기가 도움이 되었을 거고요. 하지만 어린 배우들의 절묘한 연기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만으로는 설명이 안됩니다. 감독의 능력이라고 봐야죠. 이 영화의 아역 연기에는 충무로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이 있습니다. 특히 김새론의 경우는 인공적인 느낌 없는 사실적인 생활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거의 '무비 스타'와 같은 위엄을 갖추고 있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기한 경험입니다. (09/10/16)

DJUNA

기타등등

언론시사회에서 보았는데, 상영관 사용시간을 짧게 잡아놨는지 간담회를 정말 성의없이 후두둑 진행하더군요. 엔드 크레딧을 끊어먹고 포토 타임을 한 것도 모자라 게스트들에게 의자도 주지 않더라고요. 간담회를 서서 진행하는 건 오늘 처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