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리오 바바 Mario Bava

주연
윌리엄 버거....패럴
William Berger....Farrell
이라 폰 퓨르스텐베르크....트루디
Ira von Fürstenberg....Trudy
에드위지 페네크....메리 채니
Edwige Fenech....Mary Chaney
하워드 로스....잭 데이비드슨
Howard Ross....Jack Davidson
헬레나 로니....페기 데이비드슨
Helena Ronee....Peggy Davidson
테오도로 코라....조지 스탁
Teodoro Corrà....George Stark
엘리 갈레아니....이자벨
Ely Galleani....Isabelle
이디스 멜로니....질 스탁
Edith Meloni....Jill Stark
마우로 보스코....자크 (찰스)
Mauro Bosco....Jacques (Charles)
모리스 폴리....닉 채니
Maurice Poli....Nick Chaney

냉동 창고의 시체들

[8월 달을 위한 다섯 인형들]은 한마디로 마리오 바바 버전 [열 개의 인디언 인형]입니다. 백만장자 조지 스탁은 외딴 섬에 위치한 자기 별장에 친구들과 동료들을 초대합니다. 스탁의 목적은 과학자 게리 패럴이 최근에 발명한 합성 수지를 사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패럴 주변에는 다른 경쟁자들이 부글거리고 패럴은 어느 누구에게도 발명품을 팔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요. 더욱 더 재수없게도 하인인 자크 (영어 더빙 버전에서는 찰스)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 피에 절은 연쇄살인이 시작됩니다. 범인은 누구일까요?

알게 뭐예요. 사실 이 영화에서 범인 따위에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아니 캐릭터에 신경 쓰기도 쉽지 않아요. 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계속 스크린 앞에서 얼쩡거리는데, 도대체 그 사람들이 누군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배우들이 스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캐릭터가 제대로 묘사되어 있지 않고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도 않다는 게 진짜 이유입니다. 도대체 왜 열 명이나 섬에 갖다놨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시체 머리 수를 맞추기 위해서인가 봅니다.

구성도 엉망입니다. 이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관찰해야 할 시점에서도 이들이 늘 밖에 싸돌아다니는 이자벨에 대해 신경 쓰는 걸 본 적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이름도 제대로 구별할 수 없는 6,70년대 풍의 유럽 부르조아들이 섬 이리저리를 오가며 가끔 불륜을 저지르고 물건이나 돈을 훔치다가 죽어가는 것입니다. 결코 그 자체로 재미있을 자격이 있는 구경거리는 아니죠. 제대로 된 줄거리도 없고 구성도 빈약하니, 추리물 관객들은 실망할 것이고, 사람들은 많이 죽지만 정작 살인 장면은 드무니, 요새 호러 영화의 잔혹함에 익숙한 관객들 역시 만족 못할 겁니다.

그래도 골수 마리오 바바 팬들에게는 이 영화도 꽤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바바 풍으로 요란한 볼거리를 주는 작품이니까요. 바바 풍의 거창한 줌이나 엿보는 사람과 대상, 살인자와 피해자, 목격자와 시체 사이를 물흐르듯 오가는 신나는 카메라 워크와 같은 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종종 튀어나오는 블랙 유머 역시 짓궂은 재미를 주고요. 특히 한 명씩 살해당할 때마다 장난스러운 음악과 함께 냉동창고에 매달린 시체들을 늘려가는 장면들은 꽤 즐겁습니다.

각본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조금만 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평작은 되었을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8월 달을 위한 다섯 인형들]은 감독의 골수 팬들을 만족시킬 정도에 불과한 미완성작이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01/05/21)

DJUNA

기타등등

제목이 껄끄럽죠? 제 탓이 아닙니다. 전 그냥 원래 제목을 직역했을 뿐이니까요. 영화 내용을 보고 대충 의역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과 영화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