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서민영

주연
임예원....이준희
정운택....강준희
이재용....고경태
윤서현....양재호
박용연....이현우
오지영....김수진
홍여진....김숙자
김선영....남영선
유서은....조가영
진민주....최연지
이원재....오정석
이정한....자살도우미
단소영....자살도우미

이준희

[4요일]은 외딴 폐교에서 미치광이 연쇄살인마가 다양한 살인도구를 이용해 희생자들을 학살하는 내용을 다룬 슬래셔 영화입니다. 다른 슬래셔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사실은 자살하려고 거기까지 갔다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는 좋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죽고만 싶어 하는 건 아니죠. 그들의 심리는 대부분 죽기 직전까지 훨씬 복잡합니다. 아무리 단순화시킨다고 해도 남의 손에 죽는 것과 자기가 직접 죽는 것은 사정이 다르죠.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본 적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건 장르를 잘 통제하고 인간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의 손에 넘어갔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4요일]을 만든 사람들은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장르물로서 [4요일]은 평범함과 어색함의 극치를 달립니다. 슬래셔 장르의 매력은 익숙하고 고루하기까지 한 설정에 어떻게 새로운 영화적 아이디어를 불어넣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4요일]에서는 그런 아이디어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폐쇄된 공간 안에 갇힌 사람들의 심리묘사도 어색하거나 엉망입니다. 배우들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과장된 연극체의 나쁜 대사와 어색한 행동에 계속 걸려 넘어집니다. 추리물로서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이 직접 제기한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않지요. 콘트라스트가 낮고 어두운 화면이 제공해주는 정보는 빈약하기 짝이 없고 음악은 매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자살’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이 영화가 자살이라는 이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의 깊이가 얕고 천박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자살에 대해 고민하는 대신 만든 사람들의 경박함에 혀를 차게 됩니다.

이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단 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자살은 죄다. (2)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봤어? 물론 그보다 더 깊이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투영된 생각은 이 둘이 전부입니다. 영화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에 대해 이해할 생각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대놓고 그들을 희화화하고 모욕하고 장황하게 설교를 늘어놓은 다음 처참하게 죽입니다. 하긴 고통 보다 ‘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정신구조는 단순한 법입니다. 그들의 정신구조는 연쇄살인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연쇄살인마를 설교의 주체로 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희대의 괴작 [맨데이트]를 배급한 메가픽쳐스제이씨의 차기작입니다. 한 번 심하게 데인 뒤로 전 이 회사에서 나오는 모든 영화들을 음모론적 관점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일부러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쪽에 생각이 미치게 되는 걸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겠죠. (08/12/01)

DJUNA

기타등등

전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이 목격한 유령 이야기가 영화 내용보다 더 무섭더군요. 사실 다 뻔한 이야기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