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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00년 1월

장르를 거부한 장르영화

속편에 기대를 거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전편의 상업적 성공에 고무돼 제작된 대부분의 속편은 전편의 장점을 상실한 채 졸작으로 남았고,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런 속설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깨어질 것 같다. 사실, 속편이라는 말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걸맞지 않는다. [여고괴담]과 '두 번째 이야기' 사이에는 '여고'와 '공포' 외에는 어떤 교집합도 없기 때문이다.

여학교에 다녀본 사람은 안다. 여학생 특유의 정서들, 예컨대 동성 친구에 대한 집착, 총각 선생님에 대한 선망, 서너 명씩 짝지어 다니던 친구집단의 일원이 다른 친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느끼는 묘한 배신감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라는 닫힌 공간이 빚어내는 여고생들의 독특한 정서를 너무나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리얼리티가 가능했던 이유는 엔딩 크레디트에서 밝혀진다.

여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한 것이 여고라는 특수한 공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영화를 두고 여고를 다닌 적이 있는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여성전용 영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여고는 엄연히 존재하며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성별에 관계없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적 보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고라는 공간에 표면적 관심만 기울일 뿐 그 이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금기시된 동성애, 사제간의 사랑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닐까?

영화의 매력은 여고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데에 그치지 않는다. 효신이와 시은이의 궁극적 관계를 암시하는 영화 도입부의 수중촬영신, 기절했다 깨어난 민아의 눈동자에 시은, 효신, 선생님 등이 번갈아 비치는 장면, 효신이와 영진이가 학교옥상에서 노는 장면 등은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민아의 눈동자에 사람들이 비치는 장면은 한국영화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200 미리 초정밀카메라 촬영으로 이 영화가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보여준다.

효신이가 죽은 후 학교 곳곳에 불길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효신이의 얼굴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이 다소 눈에 거슬리지만 영화 전체에 오점을 남길 정도는 아니다.

영화의 시점은 화자인 민아와 주체인 효신이를 오가지만 대사나 전개는 조숙하고 예민한 효신이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구구절절한 설명을 최대한 피하고 때로는 몽환적인 방식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때문에 지나치게 생략이 많아,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가령 고형석 선생과 효신이의 관계가 그렇다. 효신이는 시은이에게 선생님과의 관계를 과장되게 설명하는데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효신이의 환영에 위로받던 선생님이 자살을 선택한 동기도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관습에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바라보자면 '공포' 부분이 퇴색한 것은 분명하다. 김태용 민규동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공포' 보다는 '여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추구한 공포는 귀신이 누구냐를 맞추는 데에만 집중하고 유혈낭자한 복수극이 펼쳐지는 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여학교라는 갇힌 공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여고'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가 그리 선명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후반부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공포'를 만들기 위해 구색을 맞춘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차리리 멜로영화에 가깝다.

이런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전편의 아성을 뛰어넘는 수작이다. 주연배우인 박예진 김민선 이영진은 신인답지 않게 각각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였고 공동연출을 맡은 김태용 민규동 감독은 단편 [열일곱]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 이상의 연출력을 장편데뷔작에 담아냈다. 발랄한 화면과 장중한 음악은 조화를 이루어 영화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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