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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99년 12월 17일

교육현장에서의 인간소외 문제를 두 여고생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속(續) 여고괴담] 도, [여고괴담 2]도 아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감독 김태용·민규동)라고 했다. 굳이 동어반복까지 하면서 1편과의 결별을, 차별성을 강조했다. 주인공도, 감독도, 이야기도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고괴담」이란 말과 소재와 공간, 장르는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다."1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에 갇히지 않고 그 후광만 입겠다는 욕심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이런 선택은 운명적인지도 모른다. 자칫하다가는 1편(서울 동원관객 72만명)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1편에서 모든 이야기를 해버렸다. 억울한 희생과 한(恨)과 괴담(怪談), 그것으로 부조리한 교육제도와 현장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우리의 전통적 귀신관과 청소년영화의 결합은 [여고괴담] 을 여고생들의 개인적 카타르시스 차원이 아닌 사회성까지 획득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두 번째 이야기]는 그래서 사적인 이야기 공간으로 들어갔다. 교육현장에서의 인간소외 문제를 두 여고생을 통해 드러낸다. 효신(박예진)은 너무나 좋아하는 육상선수 시은(이영진)이 어느날부턴가 거리를 두자 그 단절감과 고립감을 못이겨 자살한다. 영화는 '우정'이라고 하지만 사회통념으로는 그들의 관계는 '동성애'이다. 바로 그 사회통념이 효신을 원귀로 만들었고, 영화는 그 통념을 공박한다. 급우들의 놀림이나 교사의 태도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사이에 민아(김민선)가 존재한다. 그는 효신의 영혼의 존재를 느끼는 1편의 김규리 역과 같은 일종의 무당(신과 인간의 매개체)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는 라틴어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화두로 삼은 일기장이다. 그 몽환적이고 주술적인 일기장은 효신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 통로이다. 우연히 그것을 주워읽은 민아는 그래서 공포를 체험하지만 효신과 시은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효신과 시은의 '사랑'이 존재하던 과거와 그 사랑이 깨진 한 달 전, 그리고 효신이 자살한 현재를 마구 뒤섞는다. 현재도 효신의 영혼이 보는 시선이 또 하나 존재한다. 그것들이 혼란스러울 만큼 교차된다. 같은 영상의 변주와 반복, 순정만화같은 미학적 구도, 소리를 이용한 공포 이미지는 10대들의 취향이다.

대신 1편의 것이어서 더욱 멀리하고 싶었던 것들, 이를테면 교육 현장의 부조리에 대응하는 여고생들의 변화한 대응방식과 심리묘사가 반짝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형제가 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야기]의 한계이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두 신인 감독이 일을 분담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연출했다. 24일 개봉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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