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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9년 12월 17일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 '여리고 불안한 작은 사회 모습'

오는 24일 개봉하는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는 지난해 개봉한 [여고괴담]과 전혀 다르다.

전편과 아무런 내용의 연속성이 없으며, 한맺힌 귀신의 복수극도 아니다. '괴담'보다 '여고'에 초점을 맞춘 성장기 여학생 사회의 단면도다. 그 그림안에 여리고 불안하고 호기심 많고, 때로는 섬뜩 하리만치 폐쇄적인 이 소사회의 모습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공포영화의 장치들을 차용하고 있지만 장르의 타성을 거부하는 이 영화는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효신과 시은은 여학생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동급생보다 조숙한 효신에게는 시은과 국어선생님, 둘만이 학교에서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둘에게만 배타적으로 쏠리는 애정의 출구는 동성애와 불륜이라는, 사회통념과 상반되는 방향을 향해있다. 주위에서 손가락질이 쏟아지고 시은은 효신을 멀리하려 한다.

민아는 평범하고 발랄하다. 영화는 어느날 아침 민아가 효신과 시은의 교환일기장을 줍는 데서 시작한다. 읽기를 보는 민아의 호기심과 두려움 섞인 눈으로 효신과 시은의 낯선 세계를 회상한다. 마침 그날 낮 효신은 시은으로부터 절교선언을 받고 건물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영화는 그날 밤까지 하루동안으로 시간을 압축한다.

효신의 죽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곱명이 죽으면 폐교시킨대. 지금까지 여섯명 죽었고 한명 더 죽었으니까 폐교되면 잘됐지, 뭐." 한쪽에서는 효신이 국어교사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이 퍼진다. 이질적인 것에 대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집단적으로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는 모습은 일반사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하교시간에 효신은 귀신으로 나타난다. 실재일 수도 있고 학생들의 공포가 불러낸 환영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 영화에서 두려움이나 공포는 학생들로 하여금 무관심과 편견을 깨고 타인에게 다가가게 하는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공포영화로 치면 따뜻한 공포영화다.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는 두 명이 공동감독한 영화다. 우리 영화에서 선우완·장선우 감독의 [서울 예수]에 이어 두번째다. 제작사 '씨네2000'쪽은 [여고괴담]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지난 3월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인 김태용(30), 민규동(29) 두 감독에게 속편을 주문했다. [열일곱] [창백한 푸른 점] 등 둘이 함께 만든 단편 영화를 보고 낙점한 것이다.

두 감독은 그때부터 수십차례의 여고 답사와 설문조사, 여고 연극반 학생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지금 여자 고등학교의 다양한 표정들을 스케치했다. 그 때문인지 여학생들의 대사와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민아역의 김민선씨를 빼고 효신역의 박예진, 시은역의 이영진씨 등 여고생역들이 모두 신인임에도 신인답지 않게 연기가 자연스럽다.

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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