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 Synopsis | Staff | Cast | Gallery | Multimedia | Scripts
Reviews | Articles | FAQ | Trivia | Goofs | Links | Library | Forum

문화일보, 99년 12월 17일

'성장통' 앓는 영혼들의 초상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는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는 대학생들의 메모장 이나 컴퓨터 바탕화면에 일종의 경구처럼 흔히 쓰여 있는 말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고생의 일기장에 적혀 있다. 사춘기는 지났지만 아직 현실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여고생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친구에 대한 이상(異常)집착과 죽음에 대한 동경이 영화의 뼈대를 이루고 그같은 미성숙함 때문에 메멘토 모리는 여고생을 정말 죽음으로 인도한다. 집착과 죽음의 모티브는 물에 잠긴 두 소녀의 허우적거림과, 이중 물 밖으로 나가려는 한 소녀를 다른 소녀가 끌어당기는 상징적인 도입부 시퀀스로 표현했다.

다른 아이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효신(박예진)과 역시 급우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육상선수 시은(이영진)은 한 일기장에 일기를 번갈아 가며 쓰면서 둘이서만 지낸다. 이들을 보는 카메라의 응시는 일기장을 우연히 주워 보게 된 민아(김민선)의 시선과 겹쳐진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효신이 드러내는 시은에 대한 과도한 집착때문에 시은은 효신을 피하게 되고 효신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그리고 효신의 영혼은 학교 안에 머물며 초현실적인 현상들을 일으킨다.

사물함에 들어있는 피칠갑한 효신의 얼굴이나 민아를 괴롭히는 효신의 손 등 몇가지 사람을 놀라게하는 환상적 공포 말고는 영화는 일반적 공포영화의 화법에서 벗어나 있다. 즉 물적인 공포보다 교우 관계의 뒤틀림과 그에 따른 왜곡된 우정,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 등 학교 생활에서 민감한 성격의 아이들이 느끼게 되는 두려움에서 공포의 정수를 뽑아내려 했다. 그래서 영화는 공포쪽보다는 성장의 고통을 말하는 성장영화에 더 다가가 있다.

데뷔작을 공동연출한 김태용·민규동 감독은 화면구성과 음악에 많은 공을 들여 신인 배우들만의 약점을 덮었다. 하늘을 옥상선의 수평으로 가르고 옥상 위의 안테나와 인물들을 수직으로 세워 찍은 효신과 시은의 원경은 정적이면서 아름답다.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진 뒤 에는 두 사람을 한 화면에 잡으면서도 원근감을 느끼게 배치하거나 계단 양쪽의 대칭적 구도를 이용한 인물 움직임을 잡은 연출은 세련 되고 감각적이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미사음악 '키리에'의 편곡과 합창은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이끌어가면서 후반부 효신의 저주로 인한 학교의 혼란을 박진감 있게 표현한 쇼트들의 빠른 변화를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으로 몰고 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여고생 학급생활을 현실감 있게 그리면서 공포를 깔끔한 영상으로 뽑아낸 신인 감독들의 역량이다. 중성적 이미지의 시은의 인상도 강렬하다. 24일 개봉.

마태운 기자

back to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