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0907 <프롤로그> 1. 교실. 밤. F.I. 나래이션 첫째날, 한 아이가 죽었다. 머리가 텅텅 비어진 채. 아마도 진실을 기억해 냈나보다. 둘째날, 한 아이가 죽었다. 다리가 잘리워진 채. 아마도 진실에 다가갔나보다. 세쨋날, 한 아이가 죽었다. 귀들이 베어진 채. 아마도 진실을 엿들었나보다. 넷째날, 한 아이가 죽었다. 두 눈을 잃어버린 채. 아마도 진실을 보았나보다. 다섯째날, 한 아이가 죽었다. 혀가 사라져버린 채. 아마도 진실을 말했나보다. 여섯째날, 한 아이가 죽었다. 두 손이 없어져버린 채. 아마도 진실을 썼나보다. 첫째날의 나레이션이 나오기 시작하면 보이는 어질러진 책상. 둘째날 나레이션에 또 한 아이의 목소리가 겹친다. 셋째날 나레이션에 또 한 명의 목소리가 겹친다. 여섯째 날 나레이션에는 여섯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겹쳐서 나온다. 그 위로 나타나는 일기를 넘기는 손. 색지를 오리는 손. 잡지에서 그림을 오리는 손. 그로테스크한 만화 그림. 카셋 테잎의 마그네틱을 일기에 장식한다. 뒹구는 색펜. 풀. 가위. 담뱃불로 종이를 태워 하트를 만드는 손. 깨알같은 글자로 미로를 만드는 손 등 일기를 장식하는 갖가지 아트웍의 모습들이 보인다. 공책의 한 부분에 멀리 떨어져서야 알아볼 수 있는 라는 글자체를 완성한다. 그 결과물들 사이로 크레딧이 잠깐 잠깐 보인다. 물 속 그림을 장식하고 있는 효신의 손. 일기에 펼쳐진 물 속 그림이 실제의 물로 바뀌면서 2. 물속 (환상). 동반자살 이미지. 큰 거품을 내면서 맨 몸의 두 아이(시은,효신)가 지나간다. 다시 고요해진 물 속. 화면 가득 작은 부유물들이 물 속을 떠 다니고 물 위로 서너 줄기의 빛이 작은 선들을 이루고 있다. 천천히 다가가 보면 두 명의 소녀가 두 다리를 묶은 채 가라앉고 있다. 입에서 작은 거품을 내고 죽은 듯 가라 앉아 죽어 가는 소녀들. 갑자기 한 아이(시은)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몸부림 치며 다리의 끈을 풀고 있다. 다른 한 아이(효신)는 이 아이(시은)를 잡는다. 막무가내로 다른 아이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서는 아이. 끈을 푼 아이가 다른 한 아이를 밟고 햇살이 부서지는 수면 위로 오른다. 수면 위로 멀어져 가는 아이. 아이의 시야에 보이는 물 위의 밝은 빛. 빛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아이. 3. 운동장 (이른아침) 혼자 운동장을 달리는 시은의 얼굴 모습. 시은이 마지막으로 운동장을 돌아 심호흡을 하며 운동장 한 켠으로 오면 카메라 빠르게 운동장 먼 곳에서 다리를 쫙 핀 채 스트레칭하는 시은이로 다가간다. 운동복 차림을 한 여학생의 발. 눈. 얼굴. 땀등이 타이트하게 보인다. 목 근육을 풀면서 눈을 감는다. 목운동을 하면서 눈을 감는 시은이의 귓속으로 들어가는 카메라. 시은의 귀 속에서 공명되는 기이한 사운드와 함께 어둠. 암흑 위로 떠오르는 타이틀 MEMENTO MORI HAPPY NEW YEAR 4. 수도가 (늦은 등교시간) 학교 담 가까이의 풀 숲 사이에서 책가방이 하나 떨어진다. 숲이 우거진 담 사이로 민아가 나온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더니 가방을 들고 수돗가로 향하는 민아. 수풀을 헤치며 나오다 묻은 나뭇가지를 터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말을 건넨다. 고형석 너 머리에 뭐 묻었다 민아 아, 예. 안녕하세요? 고형석은 민아의 인사를 받고 수돗가 쪽에 놓인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고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민아는 담을 넘다 더러워진 교복을 대충 닦고 세수를 한다. 문득 눈을 들어 수돗가 위를 보니 자주색 노트가 한 권 보인다. 민아, 치마에 손을 문질러 물을 씻고 노트를 들어본다. 딱 펼친 곳, 루즈로 칠한 입술 자국이 있다. 일기글씨 (효신 나레이션) 첫키스는 사과향기 같은 거라구? 난 피냄새를 맡았어 혀 끝에 닿는 네 입술의 피… <인써트1> 두 여자의 키스 장면이 초접사로 잠깐 보여진다.(효신, 시은의 교실에서의 키스) 정신을 차린 민아, 일기를 원래 자리에 놓고 수도를 잠그고 교실 쪽으로 뛰어간다. 뛰어가는 길에 일기를 다시 살짝 들고 간다. 5. 민아반 교실 (아침 자습 시간 전 쉬는 시간) 캠코더 화면에 보이는 태극기. 그 위로 지원이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지원(V.O.)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카메라가 팬하면 교실의 아이들이 보인다. 자는 아이가 보이자, 지원 자빠져 자고 있습니다. 밤에 무슨 일 하는 겁니까? 아, 이 학생 술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지원이가 카메라로 교실의 아이들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다. 지원의 뷰파인더에 보이는 여러 아이들. 생리대 위레 볼펜 똥을 닦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만화책 쌓아놓고 진지하게 만화 보는 아이, 수다 떠는 아이, 화분에 우유 주는 아이, 카메라 앞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 외톨이 수영, 교실 뒤쪽에 놓인 어항의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바로 옆에 숙제 베끼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지원 여긴 숙제 베끼고 있습니다. 입시 교육에 찌들린 아이들. 한 마디로 불쌍합니다. (작게) 야, 베끼고 나한테 줘. 알았지? 카메라를 들어 선풍기를 보여주며 지원 선풍기 두 대 밖에 없습니다. 학생들 건강 이대로 방치하시렵니까? 열라 더워요… 화장하는 날라리1. 지원 아침부터. 학생이 무슨 떡칠을 하고 있습니까? 그런다고 원판이 바뀝니까? 터프걸 청미, 청치마와 몇 개 비싸 보이는 옷들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댄다. 날라리2 청미 옆에 붙어 있다. 청미 반 값이야. 이거. 지원이 날나리1을 보며 떠들고 있는 사이, 방금 세수한 민아가 가방과 일기장을 들고 뒷 문으로 들어온다. 민아, 카메라 앞으로 다가서서 나름의 방식으로 인사한다. 지원 안녕…민아야. 민아 나 (목을 조르며) 졸라 (귀를 가리며) 귀엽지? 민아는 지원이에게 인사하고 자기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과 노트를 꺼내 자기 자리를 정리한다. 화장실로 나서려는 수다1,2 지원 자 우리 가게 아가씨들예요. 여기 한 접시 있죠. 이 아가씨가 우리 가게 2순위랍니다. 젤 이쁜 아가씨. 싱싱하죠? 맘에 드는 애로 골라보세요. 야 인사해… 수다1 안녕하셔요. 수다2 오빠 빨리 와. 지원 우리가게 1순위는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 어디요? 1순위는… 지원, 자신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지원 예 바로 접니다. 안녕하세요? 저로 말씀 드리면 지성과 섹시함을 겸비한… 이때 들어오는 연안, 연안 야! 문지원. 화장실에서 갔다 오던 연안 카메라를 든 지원에게 급하게 간다. 연안 야! 그거 건드리면 안 돼. 내 거 아니란 말야. 연습 때 써야 돼. 지원 야 근데 테이프는 있냐? 연안 쓸 줄도 모르는 게 막 만지고 있어… 자는 아이 야, 조용히 좀 해! 지원, 연안을 피해 도망나간다. 6. 육상부실 (아침 자습 시간) 육상부 아이들이 교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코치에 대해 떠들고 있다. 지영 그래서 언니도 그리로 가래요? 주장 고개 끄덕인다. 육상부2 거긴 필드 뛰는 애들 밖에 없는 대학이쟎아. 육상부1 이대로 가만이 있으면 작년 미라 선배처럼 그냥 팔려가는 거야. 육상부2 술 한잔 얻어 먹더니. 육상부1 술만 먹은 게 아니지.. 육상부2 저번 겨울 합숙비도 삥땅했잖아. 그걸로 자기 대학원 등록금 냈다고 떠뜰고 다녀. 육상부1 너한테 직접 그 말을 했어? 육상부2 너만 모르냐? (주장에게) 얼마나 받았데요.이번엔. 주장 모르지. 육상부1 미친 놈. 교감이 싸고 도니깐 지 세상인 줄 알어. 주장 하여튼 요번엔 바꿔야 돼. 1학년, 너희들 한테는 피해가 가지 않게 해줄께. 주장이 시은에게 편지 봉투 하나를 내민다. 주장 니가 이거 전해줘야겠다. 시은이 가방을 챙기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들며 시은 이게 뭔데요? 주장 알잖아. 우리의 뜻. 니가 전했으면 해. 시은 왜 저죠? 주장 지영이가 너보다 훨씬 기록이 좋아. 그런데 한달 동안 빌빌대던 니가 계주 선수로 뽑힌 이유를 잘 생각해 봐. 알았어? 시은, 난감한 표정. 7. 복도 (아침 자습 중) 지원, 연안, 히히덕 대면서 멀리 창문에서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고형석을 찍고 있다. 8. 교실(아침 자습 중) (이쯤에서 오늘 민아 욕구, 민아 캐릭터 보여야) 민아, 창가에 서서 광합성을 한다. 확 다가오는 햇빛. 민아, 눈을 감는다. 갑자기 어지러워서 휘청한다. 민아, 가방에서 꺼낸 일기를 펼친다. 민아,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아트웍. 민아의 손, 어느 페이지에 멈춰선다. 민아, 한 장의 큰 사진, 운동복 입은 시은이가 눈에 들어온다. 시은의 운동하는 이미지의 여러 사진들이 보인다. 9. <일기 인써트> 동대문 운동장 찰칵찰칵 찍히는 동대문 운동장에서 시합 중인 시은의 이미지가 빠르게 디졸브된다. 스타트 건을 든 심판 너머 출발선에 선 시은의 긴장된 표정.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이미지. 시은이가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쳐다본다. 그 위로 스타트 건 소리, “펑”하고 터진다 10. 화장실안 (쉬는 시간) 팡 소리를 내며 민아가 일보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그 앞에 시은이가 씻고 있다. 시은 너 왜 그렇게 아침부터 사람을 야려 ? 민아 아 깜짝이야. 뭐야? ..왜… 두 사람 서로 눈을 마주보고 있다. 민아 응? (순진한 척) 야리는게 뭐야?…. 시은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민아 (장난스럽게)당근이지. 민아, 시은을 피해 화장실을 나간다. 11. 교실 (아침 자습 중) 뒷 문을 “팍” 열어 젖히고 교복으로 갈아 입은 시은이가 들어와 문 가 뒷 자리에 앉는다. 시은 짝인 청미가 빵을 뜯어 먹다 시은을 반긴다. 청미 굿모닝 시은, 의자에 있는 선물을 발견한다. 청미를 본다. 청미 펴 봐. 아침에 오니까 니 자리에 있더라. 한동안 뜸하더니 다시 온다? 시은 뭘 봐… 시은, 선물을 펴보지 않고 책상 밑으로 꾸러미를 내려 놓는다. 청미 얼굴이 별로 안 좋다…왜 그래? (빵을 건네며) 야, 좀 먹을래? 청미가 팔을 툭 건드리자 시은 아프다는 표정 짓는다. 시은 아…아퍼…이년아. 너나 먹어. (웃으며) 과자 없어? 청미 아침부터 이 쌍년이 욕 지랄이네…. 요게 낼 시합이라고 폼 잡어? 웃으며 캠코더를 들고 들어오는 연안, 지원. 연안,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다듬는다. 지원, 무언가 열심히 보느라 돌아보지도 않는 민아에게 다가온다. 지원 그거 뭐야? 일기야? 지원이가 획 빼앗아 대충 훑어본다. 너무나 화려한 정성이 눈에 들어온다. 지원 와, 정성이 뻗쳤어. 완전히. 민아 몰라. (딴데 가리키며) 야….담탱이… 이때 들어오는 담임선생. 수학을 가르치시는 40대 인자해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다. 민아가 일기장을 홱 뺏다가 떨어뜨린다. 일기장에서 약간 보이는 보물지도 페이지. 민아, 급하게 일기 챙기며 시은 힐끗 본다. 12. <이미지> 체육관 안 (오후) 덤블링 위에서 통통 튀어오르는 효신의 얼굴. 밝은 표정. 민아, 효신으로 번갈아가며 올라오다가 효신, 민아를 보고 웃는다. 카메라 빠져보면 효신, 넓은 체육관에서 혼자 덤블링을 타며 즐겁게 놀고 있다. 13. <일기> 효신반 교실 안 (조회 시간) 나래이션 참새, 병아리, 돼지, 개구리… 효신의 나래이션이 이어지며 교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인다. 교탁 앞에서 고개를 드는 효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효신 출석부를 팡 내려친다. 놀라는 담임. (감독 까메오) 떠드는 소리가 잦아들자, 효신 잘 부탁해 효신이는 시은이 옆에 앉는다. 시은이는 졸린 표정으로 앞만 쳐다본 채 효신이에게 아무말 건네지 않는다. 14. <일기> 효신반 교실 안 (국어시간) 연안이가 발표하는 자작시. 연안 일어서서 종이에 쓴 시를 읽고 있다. 우리들만의 이유! 최연안 우리가 사복을 입는 이유는 교복이 일본의 잔재이기 때문이고 우리가 미팅을 하는 이유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때문이고 우리가 수업 시간에 자는 이유는 청소년은 꿈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국어 선생 웃는다. 국어(고형석) 잘했다. 연안아. 담에는 베끼지 마라. 아이들 웃는다. 국어 다음 민효신! 효신, 그리던 그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빤히 쳐다본다. 효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랩을 외우는 것처럼 거침없이 시를 외운다. 효신 아무도 없다 아무도 있다 그러나 없다 아닌가 있나 없는것 같아 아니야 있어 없다고 했지 그것은 거짓 진실은 있다 있다는 거짓 거짓은 있다 … 아이들 이상하다는 표정, 국어 흐뭇하게 웃는다. 엎드려 자던 시은 놀란 표정. 있다는 진실 아무도 몰라 아무도 없어 그래서 몰라 아무도 있어 그래도 몰라 정답은 있다 아니다 없다 있다는 진실 없다는 진실 없다는 거짓 있다는 거짓 진실은 거짓 거짓은 진실 나는야 몰라 아무도 나야 나는야 아무다. 누구나 나도, 나는야 누구나 될 수 있다. 진실이 거짓이 되듯 말이다. 15. <일기> 효신반 교실 안 (쉬는 시간) 효신, 교실 뒤의 게시판에 ‘우리들의 생일’ 이라고 써진 칸을 보고 있다. 7월 달에 모인 이름들. 유시은 밑에 ‘민효신’이라고 쓴다. 연안, 효신을 흘기며 지나간다. 우유팩이 날라가서 연안의 머리에 맞는다. 연안 뭐야? 연안 조금 지나쳐 뒤돌아보면 뒤이어 날라오는 우유팩들이 연안 뒤에 있던 효신의 머리를 맞추고 있다. 효신, 뒤돌아보지 않는다. 시은, 바닥에 떨어진 우유팩을 콱 밟는다. 16. <일기> 음악실 안 (과거 효신반 수업중) 깐깐해 보이는 30대 여자 음악 선생님이 합창 “님이 오시는지” 을 지도하고 있다. 시은의 난청, 합창 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 딴 생각에 빠져 있는 표정. 웅웅거리는 소리 속에서 선생님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시은에게 혼자 노래를 부르도록 시킨다. 시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선생님 다시 시킨다. 김현주 음악 선생 다시 해 봐! 내가 카운터 넣어줄 테니까. 시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선생님이 먼저 선창을 한다. 시은, 그래도 가만히 있는다. 피아노치던 효신이가 시은이를 안타깝게 보다가 갑자기 피아노 건반을 “꽝” 내려친다. 17. 음악실 (1교시 수업 중) “꽝” 하는 피아노 소리에 놀라는 민아. 일기를 덮고 다시 시은을 본다. 시은이는 투서를 만지작 거리고있다. 시은, 민아의 시선을 눈치 채고 민아 쪽을 본다. 지원, 연안은 민아 옆에서 장난치고 있다. 민아, 문득 놀라서 제자리로 시선을 돌린다. 민아, 노래를 부르다가 다시 슬쩍 돌아봤는데 시은이가 계속 민아를 노려보고 있다. 18. 통유리복도 (쉬는 시간) 민아, 지원, 연안이 함께 음악 수업을 마치고 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걸어온다. 복도 코너에서 한 아저씨(빚쟁이)와 교감 선생님, 어떤 아이가(효신) 함께 있다. 효신이가 빚쟁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빚쟁이 효신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효신, 갑자기 빚쟁이의 손을 팍 치운다. 민아, 외부에서 온 아저씨랑 교감 그리고 뻣뻣하게 굳어 있는 한 여학생의 구도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눈치로 쳐다보며 지나간다. 민아, 효신의 표정을 보며 계속 쳐다본다. 효신, 숙인 고개 사이로 지원의 뷰파인더로 눈을 돌린다. 뷰파인더에 효신의 얼굴이 담긴다. 19. 교실 (2교시 수업중) 연안 우유 먹다 떨어뜨려서 소리낸다. 약간 기울어진 낮은 앵글의 프레임에 필기하는 생물선생이 연안의 소리에 놀라서 두리번 거리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는다. 생물 뭐야! 생물 이리저리 살피더니 문득 화면을 노려본다. 생물선생 점점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서 화면을 뒤흔든다. 민아 놀라서 일기장을 덮는다. 민아 바로 앞으로 다가온 생물. 카메라를 집어든 생물선생. 생물 선생 거기 뭐야? 왠 카메라야… 지원 어. 아니에요… 생물선생 뭐야 임마. 왜 내 수업을 찍어? 누가 시켰어 이거? 지원 그게 아니라니깐요 …. 생물선생 테이프 꺼내 …..빨리… 지원 당황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지원 어떻게 여는지 모르겠어요 생물선생 빨리 꺼내 임마! 지원 제 꺼 아니라서 몰라요 생물선생 그럼 누구 꺼야? 지원, 연안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연안, 모른척 한다. 20. 교장실앞 복도 (쉬는 시간) 시은이는 투서를 들고 눈치를 보고 있다. 오이를 먹으며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걸어오던 코치 시은을 보고 아는체를 한다. 코치 야 유시은. 너 임마, 여기서 뭐해? 시은 아니, 뭐 그냥… 코치 너 얼굴이 왜 그래 임마. 슬럼프가 너무 오래 가져가는 거 안 좋다… 시은 네 그때 삐리릭 울리는 핸드폰, 코치 핸드폰의 한부분 누르면 안테나가 팍 튀어 나온다. 코치 우리 잘 하자 응? 코치 핸드폰에다 “아, 예”를 연발하며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코치가 가자 바로 투서를 교장실 문 안으로 슬쩍 집어 넣는 시은. 그 때 문이 열리면서 교장실 안에 있던 교감이 나온다. 교감과 시은, 둘이 눈이 마주친다. 21. 교무실 안 (쉬는시간) 생물선생의 책상은 교무실 중앙 통로 옆에, 고 선생의 책상은 창가 쪽에 놓여 있다. 생물 절루 가서 손들고 서 있어! 지원, 연안 고선생의 자리와 떨어진 벽쪽으로 쭈볏대며 다가간다. 생물 선생이 지원, 연안 교무실 입구에 무릎꿇고 앉히게 하고 카메라를 이리저리 열어 보려고 하다가 안되니깐 아래 서랍 속에 집어넣는다. 연안, 지원 서서 생물을 보고 비웃다가 생물이 쳐다보니깐 네탓이니 내탓이니 옥신각신하고 있다. 연안 안 걸린대며? 지원 너 때메잖아… 생물 조용히 해 임마!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어. 니넨 벌점두 아깝다. 이따가 사육장 치워. 지원 또요? 지원과 연안이 선 옆쪽으로 창가에 놓인 고형석 선생 책상. 효신이 고형석 선생 책상 앞에 가방을 들고 서있다. 국어 신체검사는 마치고 가지 그래. 효신 묵묵부답. 교감에게 불려온 시은. 고형석과 얘기하던 효신의 옆을 지나간다. 시은이가 지나가는 찰라, 고형석의 농담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효신. 시은, 효신의 웃는 모습을 포착한다. 고형석과 얘기하던 효신과 교감과 얘기하던 시은의 텔레파시. 시은(V.O.) 오랜 만이다… 효신(V.O) 얘기 안 하기로 해놓곤… 생물이 담배를 빼물며, 고선생 책상 쪽으로 다가온다. 생물 고 선생 불 있어요? (효신에게) 넌 뭐야? 이것들은 조금만 아파도 조퇴나 할려고 들고… 교실로 돌아가, 임마. 국어 (사람좋게 웃어보이며)양호실에 가 있어. 효신, 꾸벅 인사를 한다. 고 선생은 창가로 다가가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여전히 빈 담배를 물고 있는 생물에게 불을 붙여준다. 생물 아니 애들이 선생 수업을 찍어요? 내참…요즘 세상이… 고선생이 시킨 거 아냐? 국어 선생님 인기가 좋아서 그런 거 아녜요? 생물 저 새끼는 뭐야, 또! 국어를 비롯한 선생님들, 교감 앞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시은을 바라본다. 교무실을 빠져나가던 효신이 통로 옆 생물 선생 서랍 속에 놓여 있던 캠코더를 들고 나간다. 22. 양호실 ( 3교시 수업시간) 부드러운 바람이 창가로부터 들어와 커튼을 흔들고 있다. 효신의 머리칼을 흩날리고 고요히 창밖을 응시하는 효신의 단아한 모습이 보인다. 민아, 커튼이 여러 개 쳐진 양호실에 일기장을 들고 들어온다. 양호선생님 넌, 또 어디가 아퍼? 멀쩡해 뵈는데 민아 네? 민아는 선생님이 나타나자 이마를 짚으면서 약간 휘청댄다. 민아는 양호 선생님에게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처럼 손동작을 해대며 대충 둘러댄다. 양호선생님 (다 안다는 듯) 알았어. 일루와서 여기다 이름 적어놓고…좀 누워있다가 다시 수업 들어가 알았어? 민아, 민아, 구석에 한자리 속으로 들어가 베개를 탁탁 만지고 그 밑에 일기장을 넣는다. 커튼을 날리며 들어오는 바람. 민아, 미소 지으며 눈을 감는다. 민아 이리저리 일기를 넘기다 푹 파인 종이 속에 담긴 포장된 작은 봉지를 발견한다. 포장을 풀어보면 작은 알사탕이다. 밑에 “힘들 때 먹는 특효약”이라고 씌여있다. 일기글 사는 게 힘들거나 혹은 지루해질 때 이 약을 먹어. 보기엔 그냥 알사탕 같지만 실은 내가 만든 특효약이야. 일단 먹어봐. 그러면 몇 시간 후면 힘이 솟을꺼야! 민아 일기장에서 그 사탕을 떼어내서 하늘에 비추어본다. 나간줄 알았던 선생님 명부를 들고 나타난다. 민아 얼떨결에 사탕을 삼킨다. 양호 선생님 너 몇 반이라구? 민아 11반요. 양호선생님 알았어. 푹 쉬어. 맛이 약간 쓴지 미간을 찌푸린다. 다음장을 넘기면 보이는 글들. 민아 약간 씁쓰름한 표정으로 사탕을 먹으면서 말아 쓴 글을 마저 펴읽는다. 일기글 약간 쓰지? 너가 먹은 건 내가 만든 독약이야. 만일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넌 오늘 죽게 될 거야. 해독약을 만들고 있긴 한데 잘 모르겠어. 만들게 되면 연락줄게. 힐끔 효신이가 있는 쪽을 보곤 민아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약간 어지럽더니 갑자기 배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배를 만져본다. 부글 부글 용암 같은게 끓는 소리. 23. <일기> 교실. 시은의 관심유도 효신에게 물총쏘는 시은. 효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제자리에 앉아 있다. 24. <일기> 화장실 (애국조회전)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사이로 들리는 수다. 효신이가 들어있는 칸 밖으로 조회에 나가는 애들의 불평소리가 들린다. 효신이가 나가려고 할 때 시은이가 갑자기 들어선다. 효신 악.. 시은 조용히 해…. 효신 읍.. 시은 조용히 하라니깐. 효신의 입을 막으면서 구석으로 숨는다. 순시돌던 수학 선생님 문을 확 연다. 25. <일기> 학교 수영장안 (오후) 빈 수영장.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둘은 빨간 장갑을 낀 채 벽 앞에 마주 서 있다. 옆에는 널부러진 마대 자루. 벽에는 거품이 칠해져 있고 둘은 벌로 청소중이다. 시은 야 너 때문에 걸렸잖아. 효신, 반응하지 않는다. 시은 너 알어? 벽 이렇게 오래 보고 있으면 사람 미친데. 효신, 여전히 반응하지 않는다. 시은, 고함을 지르며 수영장 바닥을 왔다갔다한다. 시은이가 다시 효신 옆에 선다. 효신 시은아 눈부처가 뭔지 아니? 시은 눈부처? 아니 뭔데? 효신 그러면 지금 내 눈동자를 들여다 봐. 시은 뭔데… 효신 봐봐. 눈동자 안에 누가 있지 않니? 시은 없는데… 효신 자세히 봐봐 시은 나밖에 안 보이는데… 효신 그걸 눈부처라고 해. 시은 허… 효신 우리 교환일기 쓰자 시은 난 뭐 쓰는건 약해 효신 좋잖아, 수업시간 때우기도 좋구, 나는 짝수 페이지에 짝수날, 너는 홀수 페이지에 홀수날 쓰는 거다. 이거 어때? 효신, 자주색 일기장을 꺼내 보여준다. 현실 속의 민아가 읽는 그 일기장이다. 26. <일기> 옥상 (늦은오후) 시은이 효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 효신이는 육상선수에 대한 신문기사를 소리내 읽어주고 있다. 둘 너머로 교회가 보인다. 효신 이런 기사보면 아직도 사람들은 육상선수가 라면 먹으면서 굶으면서 연습해 주기를 바라는거 같아 시은 휴지 있어? 효신이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준다. 시은이 휴지를 돌돌말아 귀에 대고 돌리며 닦아낸다. 시은 가끔 안들려. 의사가 달릴수록 안좋데 효신 넌 가끔 안들리고 난 가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시은 무슨 소리… 효신 너 첨 봤을 때, 굉장히 큰 종소리가 들렸어. 시은 미친년 저리가… 효신과 시은이 깔깔 거리며 함께 웃는다. 옥상 지붕에서 춤추며 노는 시은과 효신. 27. <일기> 욕조. 밤. 소리 테스트. 한 욕조 안에 들어가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효신, 시은. 효신, 흰 종이를 한 장 들어 보인다. 효신 맞혀봐. 시은, 흰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눈을 감는다. 큰 종소리가 하나 울린다. 시은, 귀에 푸드드드득 날개 소리가 들린다. 시은 눈이 내린 산 속에 흰 새 한 마리가 날고 있어. 효신 비슷했는데…두 마리야. 28. 양호실 (수업시간) 시은(V.O.) 효신아! 시은이는 곧장 민아가 있는 침대 쪽으로 와서 침대의 커튼을 열고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엎드려서 일기 읽던 민아, 놀란 얼굴로 뒤돌아본다. 시은 너 왜 여기있어? 민아 아퍼서… 시은 멀쩡하더니 왜 아퍼? 시은이가 민아 바로 옆 침대의 커튼 안으로 들어간다. 효신(V. O) - 대사 수정 요 (한 달간 싸우다 처음 만난 상황) 생일 축하해. 시은(V. O) 또 선수치는구나 효신(V. O) 나야 뭐 축하 받는 거랑은 언제나 거리가 멀잖아. 시은 많이 아퍼? 효신 조금 어지러워. 양호선생님이 나 어지러운 거 임신증상이랑 똑같대. 주기 체크 해보래. 시은 (양호선생을 지칭하며)미친 년. 효신 하하 드디어 우리 사이에 애 생겼나봐. 시은(V. O) 웃기지마. 효신 안 웃네. 시은 효신아… 효신(V. O) 나 진짜 아펐어. 너랑 이렇게 된 거 다 내 탓이야. 시은(V. O) 그만해, 나가자 할 얘기가 있어. 민아는 귀를 쫑긋 세우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침대 밑으로 떨어진다. 시은 효신을 데리고 나간다. 29. 식당 (점심시간) 지원, 민아의 밥을 뺏어먹고 있다. 연안, 포도와 오이를 먹고 있다. 지원 (민아에게) 너 아픈데도 없으면서… 땡땡이나 치고 잘한다! 민아 (배를 만지며) 아냐, 나 진짜 아퍼 연안 아프긴 뭐가 아퍼. 아침까지도 쌩쌩하던 게 무슨. 지원 빨리 먹고 사육장 가야돼…안 그러면 벌점 3점이야 또… 연안 그렇게 누가 남의 카메라 들고 설치래? 너 땜에 또 사슴 똥이나 치워야 되잖아. 지원 똥 좋지 않냐? 어차피 할 일도 없는 년이. 연안 할 일이 없긴 뭐가 없어. 공연 때메 모임 있는데 못 가잖아. 넌 내가 고형석 찍으라고 카메라 가져온 줄 아냐? 카메라 어떡할거야? 지원, 연안의 포도 뺏어먹는다. 지원 됐어, 됐어. 리허설하는데 무슨 비디오를 쓰냐? 쫌팽이. 나도 쪽팔려 죽는줄 알았어. 하필이면 형석이 오빠 있는데 손들고 서있게 하냐? 어휴. 근데 아까 있잖아.. 고형석. 화장실에서 나랑 눈마주친 거 알어? 이렇게 몸을 떨다가 나랑 눈이… 연안 야 저질. 지원 (민아를 보며) 야. 근데 이거 약간 냄새가 이상해. 똥냄새? 킁킁. 공짜라서 그런가? 연안아 좀 먹어봐. 연안 야! 민아 야, 유시은 친구 중에 걔 누구지? 지원 누구 유시은? 왜? 연안 한 명 끝내주는 애 있지. 민아 누군데? 30. 사육장 (점심시간) 사슴 세 마리가 보인다. 엄마 사슴, 아빠 사슴, 아기 사슴. 연안이는 사육장 밖에서 토끼 한테 철조망 사이로 먹이 주며 대화한다. 민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있다. 연안 효신이라고 우리 중창단에서 반주하는 애야. 걔네 둘이 되게 친했는데 요즘은 좀 아닌 것 같애. 말마. 걔 작년 우리반 따였어. 민아 (웃음) 내가 듣기엔 니가 따였다고 그러던데… 연안 누가 그래? 그나저나 여름방학 때 너네랑 놀러간다 그랬다가 아빠가 여자가 어딜 돌아다니느냐고 엄청나게 혼났어. 지원, 사육장안에서 청소도구를 든채로 후다닥 나온다. 문은 잠그지 않고 지원 야 진짜야? 너 사실대로 말했어? 어떡할려구 그래? 으휴 바보같애. 거짓말하라고 그랬잖아. (민아를 보며) 야 얘 못간데 연안 어떻게든 갈거야. 아 냄새나 맨날 너 때문에 청소해야 되잖아. 지원 야 이게 다 자연의 냄새야. 연안 너 혼자 다 맡아 지원 아 더워. 야 빨리 놀러갔음좋겠다. 민아 (문득) 개네들 요즘도 사궈? 연안 누구? 시은이? 개네 죽자사자 난리더니 요즘은 영 아닌 것 같던데..근데 왜? 민아 아니 그냥… 지원 난 시은이 멋있던데… 연안 암튼 난 개네 밥맛이야 지원 방학하면 비키니 사야지 연안 너 같은 절벽이 무슨 비키니냐 ? 지원, 청소도구를 내던지며 뒤 동산에 올라 포즈를 취해본다. 지원 내 몸매가 어때서 수퍼엘리트모델 몸매지 나 같은 애가 입어야지 누가 입냐? 내가 비키니 입고 나타나면 남자들이 바글바글 몰려들잖아. 지원, 청소 도구 들고 슈퍼모델 포즈를 취하며 놀고 있다. 그 뒤로 시은, 효신 지나가고 있다. 지원 (사육장을 보고는)근데 사슴 원래 세 마리 아냐? 민아, 지원이 ‘어!’하며 사육장 안을 들여다 본다. 사육장엔 어미 사슴과 아기 사슴만이 멍한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31. 복도 곳곳------전면수정! 신체검사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는 어수선한 복도와 교실, 아이들 신체검사 준비가 한창이다. 아이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한다. 사슴을 찾아다니는 세사람. 연안 너 때메 무슨 고생이냐 이게 지원 아침부터 꼬이더니…구슬도 꼬여야 보배라고 하던데… 연안 야…너 진짜 무식하다… 민아 야…저거…저거 사슴아냐? 사슴을 쫒으며 중앙홀을 돌아다닌다. 지원 야 큰일났어. 저걸 어떻게 잡어? 우리가 무슨 디어헌터냐? 연안 쟤는 어쨌든 여기 못 빠져나가. 우리 학교는 네모라서 귀신도 못 빠져나간대잖아 지원 그럼 넌 귀신 아니네. 넌 잘도 빠져 나가잖아. 민아 안되겠어. 나 담임한테 말하고 올께. 지원 안 돼. 나 또 혼나면 어떻해? 모른 척 해. 그냥 가자. 응? 민아 야 니네 먼저 가 있어. 대충 말하고 올께. 응? 32. 중앙홀(점심시간 끝날무렵) 사슴을 쫓던 민아는 중앙홀 통로를 걷다 시은과 효신이 위로 올라가는 걸 본다. 민아, 시은이 학생 출입 금지 표지판을 지나 잽싸게 가방을 든 효신을 데리고 옥상으로 나가는 걸 본다. 민아, 옥상 입구로 달려와 학생출입금지 간판을 툭 치고 지나간다. 33. 민아반 교실 (5교시 신체검사) <가슴둘레> 지원, 연안이 교실 뒷편에 앉아있고 교실 앞 쪽에선 가슴둘레 검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풍선을 불던 수다1, 가슴에서 진동으로 해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간지럽다면서 핸드폰을 꺼낸다. 수다1, 핸드폰 대신 생리대를 반 잘라서 양쪽에 다시 넣는다. 담임 다 뽕 빼… 아이들의 우---하는 소리. 수다1 선생님 작게 해주세요! 담임 66… 아이들 웃는다. 수다1 선생님! 담임 작게 해달라며 약간 삐진 수다1 앞으로 나서는 큰 가슴. 큰가슴 야 비켜 연안과 지원은 또 티격태격 말싸움 중이다. 연안 야, 민아 혼나고 있는 거 아냐? 지원 야, 됐어.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가잖아. 괜히 말했다가…누가 잡아서 집어 넣겠지. 연안 (가슴을 가리키며) 있으나 없으나다. 빼랑 응? 지원 으이그! 34. 옥상 시은과 효신이 오랜만에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가벼운 얘기들을 하고 있다. 효신 선물 어땠어? 시은 고마워…좋더라… 잠시 정적 효신 일기도 읽었어? 시은 엉? (머뭇거리며) 아니 아직…조금 있다 읽으려구… 잠시 정적 효신 우리 다시 시작하자. 시은 그럴까? 이를 멀리서 훔쳐보던 민아, 그런 효신을 뒤로 하고 내려오려는 시은. 민아, 잽싸게 먼저 내려간다. 효신은 그런 시은을 캠코더로 찍으며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이 때 멀리서 효신이가 시은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35. <일기> 학교 운동장 시은이의 운동화 끈이 풀려 있다. 효신이가 앉아서 운동화 끈을 묶어 준다. 예쁘게 클렀다 다시 묶었다. 시은이는 그냥 서 있다. 시은 문득 아래에 앉아서 신발 끈을 매는 효신이를 바라 본다. 민아가 시은의 신발끈을 메고있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둘을 바라본다. 효신이가 연습하려는 시은에게 자외선 차단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려준다. 눈을 감으라는 효신, 뿌리다가 눈을 뜨는 시은, 시은이 눈을 뜨면 민아가 시은에게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있다. 시은의 눈에 스프레이가 들어간다. 민아가 어쩔 줄을 몰라한다. 효신이가 시은이에게 선물을 준다. 시은이는 효신이가 사주는 무릎 보호대를 차본다. 그 자리에서 제자리 뛰기를 한 번 해본다. 효신, 시은의 손에 빨간 손수건을 매준다. 36. <일기> 동대문 운동장 육상부 아이들 메트리스 깔고 그늘에 앉아서 순정 만화책 보고 있다. 남자친구 얘기…음악듣고….인형돌리면서 놀고 있다. 어머니들이 싸온 음식 먹으며 수다 떨고 있다. 그 사이에 교복입은 효신이가 있다. 효신이는 카메라로 시은이의 경기하는 모습을 찍고있다. 운동장의 시은이가 눈을 감은 채 한 손으로 귀를 막고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며 제자리에서 통통 튄다. 여러 육상부 아이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시은 가래침을 많이 뱉는다. 심판 제자리! 스타트 라인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은, 목 위로 땀이 흐른다. 앞을 노려보는 시은. 주위를 둘러보면 텅빈 관중석 속에 효신이도 있다. 시은 입을 꼭 다물고 이를 악물고 뛴다. 시은 다른 아이들을 월등히 젖히고 앞서서 달린다. 시은 단거리를 뛰고 와서 그자리에서 쓰러진다. 코치보다 효신이가 더 먼저 뛰어와서 시은을 부축한다. 시은 으…이빨이 다 빠질 것 같애. 37. <일기> 욕조의 시은과 효신. 효신, 아이스크림에다 침을 길게 늘어뜨린다. 손가락으로 휘저어서 시은에게 준다. 둘 관계에 대한 대화. 대사 수정 요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니. 그냥…뛰면 아무 생각 안 나거든… 너 같은 단세포가 부러울 때가 있어. 남들이 물으면 육체와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지 라고 대답해. 시은, 인상 구겨진다. 효신, 피식 웃는다. 시은, 웃으며 물을 효신 얼굴로 퍼붓는다. 38. 민아반 교실 <몸무게>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민아, 일기를 옷으로 잘 감싸 덮어 서랍에 넣는다. 줄서서 대기하던 연안, 지원, 연안 이번 몸무게를 위해 몇 주를 다이어트 했다고 긴장한 표정이다. 연안 일주일째 오이랑 포도만 먹었더니 어지러워. 이번엔 성공해야 되는데. 나 면도기로 다리 털까지 깎었단 말야. 지원 백날 해봐. 넌 안 돼. 넌 거기 털을 깍어야 돼. 연안 야! 연안 몸무게 재고 내려 오면서 울먹인다. 지원이가 연안이의 몸무게를 칠판에 적으며 놀린다. ‘51’ 저울 위에 올라서는 민아, 민아, 조용히 앉아 있던 시은과 눈이 마주친다. 선생님 (43kg!) 연안 얼마야? 민아 야 나 4 kg나 빠졌어…어떻게 된 거지? 연안 너 언제 이렇게 뺐어? 치사한 년. 얼마나 빠진 거야… 연안이가 너무 부러워한다. 민아, 구역질이 나려고 한다.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시은. 자기 자리에서 효신이가 준 선물을 뜯어 보고 있다.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어보는 시은. 시은, 열어보면 육상화다. 아무리 봐도 일기는 없다. (메모 : 내일 시합 때 신을 거지? 이따가 봐. 또 줄 게 있어.) <청력검사> 선생님이 공명기를 시은의 오른쪽 귀에 갖다댄다. 반응이 없는 시은. 이마에 땀이 흐른다. 연안, 지원이 말장난 하는 동안 아까부터 시은이만 바라보는 민아. 시은이의 시야에 민아의 얼굴이 보이고 점점 이상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시은의 반응없음에 한참을 기다리던 선생님, 고개를 갸웃둥 하더니. 담임 선생님 자, 다시 한다. 이번에도 안 들리면 진짜 이상한 거야. 시은이 선생님을 한 번 보고 다시 앞을 본다. 다시 공명기를 시은의 오른쪽 귀에 대는 선생님. 시은, 귀에 들리는 더 심하게 들리는 이상한 소리. 39. <인써트> 옥상 작렬하는 태양. 캠코더 시점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구름, 마을의 전경. 옥상 위의 지붕. 안테나. 효신의 자기 그림자를 찍는다. 시멘트 사이에 핀 풀잎. 40. 민아반 교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계단 수를 세는 소리…) 긴장한 시은이의 눈에 민아가 시은이를 보고 있다. 민아, 생각다 못해 왼손을 들어 하품을 한다. 그걸 본 시은, 천천히 왼 손을 들어본다. 선생님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처럼 오른쪽에 공명기를 갖다댄다. 민아, 오른손 오른손 오른손이라고 속으로 외운다. 민아를 보던 시은, 오른손을 든다. 담임 선생님 다음! 무표정한 시은. 괜실히 웃는 민아. 지원 야 너 미쳤나? 하품하더니 갑자기 실실 웃고 그래? 민아 나 아무래도 몸이 이상해. 어지러워. 연안 아까 양호실 가서 약 안 먹었어? 민아 약? (웃으며) 먹긴 먹었지. 지원 그러게 누가 맨날 만화만 보래? 으구,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민아, 지원, 연안이 말하는 뒤편에 수영이가 거북이 어항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 다닌다. 시은 교실 밖으로 나간다. 41. 복도 민아, 시은이 어디갔나 살피며 복도로 나온다. 복도로 나와서 수다떠는 민아,지원,연안. 옆 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장난을 친다. 민아, 화장실 간다고 빠져나간다. (민아, 지원, 연안 효신의 비디오에 찍힌다. 옥상에서 보이는 창가의 민아. 효신의 비디오에 찍힌다. 민아 뒤로 떨어지는 검은 종이) 42. 민아반 교실 (신체검사중) <키검사> 키재기 막대가 징 소리를 내며 서서히 떨어진다. 접사. 여러 명의 긴장한 얼굴 위로 막대가 살짝 내려왔다 올라간다. 담임 145! 꼬맹이 아이, 다시 해요! 선생님, 한 번만요. 담임 안 돼! 아이들 우-하는 소리 꼬맹이 다시 선다. 약간 흔들리는 키재기 도구. 선생님과 아이들의 야유에도 꿋꿋하게 키재기 도구에 올라선 키 작은 여학생. 다시금 흰 막대기가 천천히 내려온다(고속촬영) 잔뜩 긴장한 꼬맹이의 얼굴. 애써 고개를 길게 뽑는다. 발꿈치를 살짝 살짝 들어본다. 눈을 크게 뜨고 여학생의 발꿈치를 바라보는 선생님. 우하던 아이들도 여학생의 키가 얼마가 나오는지 지켜본다. 막대기가 여학생의 머리에 닿는 순간, (퉁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이어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비명소리가 파도를 타고 신체검사하던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뛰어 나간다. 43. 민아반 복도 (5교시 신체 검사 중)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복도로 뛰어 나온다. 복도에서 수다떨던 민아, 연안, 지원이 놀라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고 민아는 눈이 동그래져 가만 서 있다. 민아, 잠깐 동안 우유 들고 뛰어오는 효신을 발견한다. 수다2 (V. O) 걔 있잖아 생물이 꼴통 같은 년이라고 그런 애. 수다1 (V. O) 누구? 수다2(V.O.) 한달전쯤인가? 수업 안 끝났는데 교실 열고 들어왔던 애! 그래서 우리 막 웃고 그랬잖아. 지원, 연안이 나타나 민아를 데리고 계단으로 향한다. 44. 화단 시체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 사람에서 민아, 까치발을 하며 고개를 내민다. 시체 문득 문득 보인다. 3반 애야? 우와, 장난 아니다. 아이들의 수다가 이어진다. 생물선생이 흰 커튼을 훅 뜯어와 시체를 덮는다. 생물 들어가. 빨리. 시은이가 내려다보는 화단. 민아, 선생님들에 의해 밀려나는 아이들에게 섞여서 밀려난다. 민아, 고개를 들어 위로 살피니 저 멀리 복도에 시은이가 보인다. 사방으로 둘러싼 계단 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민아, 다시 고개를 들어 시은이가 서 있는 곳을 보면 시은이는 없다. 민아가 옥상을 올려다 본다. 옥상에서 누군가 삭 사라지는 느낌. 전개 1 45. 민아반 교실 (자율학습) 아이들이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데 담임 선생 교탁 앞으로 들어온다. 아무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멍한 표정의 아이들. 담임 아, 2-3반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어. 갑자기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이 울음 소리에 선생님도 말을 멈춘다. 교실은 조금씩 울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일단 찾아오는 슬픔. 민아는 시은을 뒤돌아 본다. 시은이 자리는 비어 있다. 담임 신체검사는 일단 연기됐으니깐, 교복으로 갈아입고, 일단 자습하기로 하고…분위기 어수선하게 돌아다니지 말고, 지원의 핸드폰이 울린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담임 또 말을 잠깐 멈춘다. 지원 놀라서 핸드폰을 끈다. 담임 아무튼 오늘 각별히 행동 조심하고 조용히 지내도록 해! 우리 반에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그렇지? 책상 밑에서 일기장을 손에 들고 있는 민아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46. <인써트> 민아의 상상. 천이 덮힌 효신의 시체 위로 바람이 분다. 천이 벗겨져 보이는 시체의 얼굴. 그 너머로 보이는 민아. 시체의 얼굴, 민아의 얼굴이다. 민아의 비명. 47. 민아반 교실(자율학습) 교실 전체가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이다. 방금 전의 교실 분위긴 사라지고 없다.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온 새가 방향을 틀 때마다 소리를 질러댄다. 새를 내보내려고 커튼을 젖히고 나가는 방향을 유도하고 온통난장판이다. 어떤아이들은 머리를 낮추고 책상밑에 숨기도 한다. 새가 다시 창밖으로 날라가자 아이들은 와 하며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이 군데 군데 모여앉아 수근거리고 있다. 연안 세상에서 새가 제일 싫어. 난. 지원 너 봤어? 봤어? 우와 졸라 끔찍해. 연안 새가 퍼득퍼득 날 때 거기서 이가 떨어진데. 어휴 더러워. 지원 걔네 엄마가 얼마나 난리칠까? 연안 어휴…별 일이 다 있어. 어떻게 새가 교실로 들어오냐? 지원 집에 가고 싶다. 무서워 연안 왜 신경쓰이게 학교에서 죽나 몰라. 멍한 민아 옆으로 아이들의 수다가 끝이 없다. 48. 효신반 복도(5교시 자율학습) 시은, 자신의 사물함을 열 듯 열쇠를 꺼내 사물함을 연다. 사물함에는 아무 것도 없다. 놀라서 쿵 주저앉는 시은. 49. 민아반 교실(자율학습) 거북이 얼굴 접사. 수영이 무언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가 서서히 창문쪽으로 간다. 창문 어항안의 거북이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청미 무슨 일이냐? 이게. 날날리2 우리 학교는 자꾸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작년에도 2명이나 죽었잖아. 날라리1 그것도 몰라? 학교를 만든 자리가 공동묘지였때. 청미 아냐 수영장 만들 때 사고로 일하던 사람들이 시멘트에 덮였대 날라리1 나 전학갈까봐 날날리2 전학갈 필요 없어. 여태까지 6명 죽었으니깐 한 명만 더 채우면 바로 폐교돼. 그러면 옆 이관고랑 합쳐서 남녀공학 될 수 있어. 날라리1 근데 언제 기다려…또 한 명을… 청미 니가 딱 죽으면 되겠네…근데 걔네 집 졸라 가난한가봐. 그거 때메 죽었나봐. 날라리1 니가 어떻게 알어? 청미 학생부에 조폭 같은 새끼들이 찾아와 가지고 대가리 비비고 댕겼대. 날라리2 조폭은 무슨 빚쟁이래. 옛날에도 몇번 학교까지 찾아왔었다대. 청미 걔네 아빠 어딨는지 말하라고, 교감이 애를 족쳤대요 글쎄. 야 선생이 어떻게 빚쟁이한테 자기 학교 애를 파냐? 날라리1 야 담탱이가 만나게 해준 거 아냐? 청미 하여튼 담탱이든 뭐든 다 소용없어. 날라리2 불쌍하다. 그래도. 날라리1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맨날 존나게 키스하고 댕기더니…재수없어. 날라리1 키스하면 안 되냐? 날라리2 안 되지 씨발. 신성한 학교에서 키스하면 안되지. 날라리1 그래서 맨날 여관 댕기냐? 날날리2 그런데 시은이 쟤 안 운다. 애인이 죽었는데…독하네 청미 야 옥상에 효신이랑 누가 같이 있었다는 얘기 들었어? 날라리1 누가? 누군데? 날라리2 효신이 목에 무슨 발자국이 있었대던데. 너 봤냐? 날라리1 아냐. 손에 머리카락 움켜쥐고 죽었대. 손이 안 펴진다고 그러던데. 날라리2 와. 됸나 골때린다. 청미 야, 혹시 시은이 아냐? 의심스런 눈초리로 시은이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청미. 날라리들 말을 멈추고 시은의 빈자리를 본다. 민아 아이들의 수다를 듣다가 더 못 참고 일어서서 말한다. 민아 니들 그만해. 시은이 나랑 같이 있었어. 지원, 연안 이게 무슨말이야 그런 얼굴이다. 그때 열려진 뒷문으로 시은이가 가방을 메고 들어온다. 주변 아이들 말고는 시은이가 들어오는지 잘 모른다. 아이들이 오전과는 다르게 시은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짝 청미도 태도가 쌀쌀 맞다. 시은이는 책상 아래 내려 놓았던 효신이 준 선물을 가방에 넣고 살며시 나간다. 시은이가 선물을 챙길때부터 시은이를 바라보던 민아는 일기장이 안보이게 노란 파일에 끼워 들고 시은이를 쫓아 나간다. 연안과 지원 야! 어디가? 50. 중앙홀 계단 시은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향한다. 민아, 시은을 따라가고 있다. 민아, 시은 기둥을 사이에 두고 양편에서 걷는다. 기둥이 가려질 때마다 카메라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민아, 시은 한번씩 번갈아가며 보인다. (민아의 상상) 시은과 효신 손잡고 반대방향으로 뛰어간다. 고형석과 효신 즐겁게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아, 마지막 기둥을 지나치자 시은이가 없다. 민아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지만 시은은 보이지 않는다. 시은은 민아와 반대 방향으로 지나친다. 51. 복도---재고가능 민아, 시은이가 있던 4층 창가에서 화단을 내려다 보고 있다. 깡통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땅에 닿는 소리가 무섭다. 갑자기 코피가 나온다. 일기장의 솜을 뜯어서 코를 막는다. 일기장을 넘겨보면 ‘둘 만의 통신을 위해’ 라는 글과 함께 한 페이지에 십원짜리 동전부터 오십원짜리 백원짜리 3000원짜리 5000원짜리 전화카드가 붙어 있다. 민아, 일기장에서 떼낸 동전으로 전화를 건다. (129에 걸어서 시은의 난청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민아 네, 안 들리는 게 아니라 가끔 다른 소리가 들려요. 윙 하기도 하고… 전화벨 소리… 뭐…피 흐르는 소리… 어지럽지는 않구, 잘 모르겠는데요. 아침마다 수영해요. 육상부거든요. 네? 뇌신경요? 그럼 죽는다는 얘긴가요? 제 나이요? 이때 교회 종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전화를 들어 종소리를 녹음하는 민아의 정적인 모습) 52. 네모화단 (어디선가 시은을 내려다보고 있는 고형석.) 시은,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는 화단을 바라본다. 풀잎을 입에 물고 빨아본다. 민아가 아침에 창가에 서서 하던 광합성과 같은 느낌. 시은, 약간 어지러워서 휘청한다. 옥상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시은. 시은 눈에 들어오는 옥상.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카메라 옥상에서 화단을 내려다보면 한 아이가 보인다. 민아, 시은과 같은 자리에서 네모화단에서 옥상을 올려다보고 있다. 옆 쪽의 수위 아저씨가 물호수로 피가 묻은 나무 위로 물을 뿌리고 있다. 53. 옥상 입구. 옥상으로 가는 입구에 학생 접근금지라는 표시판이 놓여져있다. 민아, 계단을 올라가서 옥상 문을 열어보지만 잠겨 있다. 문틈 사이로 교회 첨탑이 보인다. 문틈 사이로 소녀가 스쳐지나간다. 뒤돌아서서 가려다가 뒤쪽 서고의 문을 열어보는데 끼익하고 열린다. 54. 옥상계단 서고 (쉬는 시간) 창에서 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서고. 먼지가 가득하고 구석은 어둬서 잘 보이지 않는다. 민아는 서고 구석까지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민아 시은아 돌아서서 가려는데 문득 책꽂이 옆에 시은 서 있다. 시은 왜? 민아 깜짝이야. 시은 왜 찾어? 민아 아니. 너 여기서 뭐하니? 시은 넌 뭐해? 민아 여기 참 좋다… 시은 한동안 말이 없다. 민아 괜한 질문을 했다는 표정. 시은 구석에서 펼쳐본 선물(한 쪽 운동화)를 가방 속에 챙겨 넣는다. 시은 나 혼자 좀 내려버둬 민아 나 아까 옥상에서 너랑 걔랑 같이 있는 거 봤거든…. 시은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민아 효신이 말이야… 시은 효신이가 뭐…너두 죽고 싶어? 민아, 입을 다물고 서고를 나가려고 한다. 시은 너 아까 나한테 뭐한 거야? 민아 그래두 우리 호흡 잘 맞지 않았냐? 시은 너한테 내가 언제 도와 달랬어? 시은 돌아서 서고를 나간다. 민아, 쫓아가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민아, 문을 두드린다. 55. <일기> 욕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에 시은이가 난감해한다. 시은에게 문신 해주는 효신. 효신 연안이한테 샀어, 근데 물로 문질러 줘야하네 어쩌지 시은 팔에 침을 뱉어 문질러 준다. 둘의 팔에 나란히 문신을 붙어 있다. 효신 생각보다 괜찮다. 56. <일기> 교실 시은, 효신 손잡고 걸어 들어온다. 몇몇 아이들 이상한 눈으로 본다. 효신 시은 책상 위의 생리대가 있다. 시은이 집어서 던진다. 육상부 친구 시은을 잠깐 구석으로 불러낸다. 육상부친구 시은아 너 그렇게 다니면 애들이 레즈라고 손가락질해…조심해…너도 알잖아. 한번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시은 얼굴 빨개진다. 시은 누가 그런 소릴 해? 죽을 거라고 전해줘. 같은 시간 다른 구석에서는 연안 효신에게 다가간다. 연안 야 너한테서 냄새나….레즈비언 냄새… 효신 연안 노려보다가 갑자기 킁킁 거린다. 효신 너한테선 더 이상한 냄새가 나…무슨 생선 냄새 같은 건데… 연안 얼굴 빨개진다. 자리로 돌아가 갑자기 엎드려 운다. 승연 연안을 달랜다. 57. <일기> 벤치, 연안에 대한 효신의 위협적인 반격 효신이 앉아서 책을 보며 우유를 마시고 있다. 연안이 친구들과 들어온다. 연안이는 책을 읽으며 앉아있는 효신이가 아니꼽다. 승연 이 비겁한 년. 너무한 거 아냐? 뭐라고 비아냥 거리는 사이 효신이 책을 천천히 덮고 우유팩을 조심스럽게 마저 뜯는다. 효신이 일어나 연안이 얼굴에 우유를 확 부어버린다. 연안 야 소리친다. 연안 달려와 효신이와 한판 붙는다. 엄청 사납게 달려드는 효신, 연안의 친구들이 돕는다. 고형석 선생 나타나서 효신을 데리고 간다. 효신나래이션 고형석 걔는 꼭 타이밍을 못맞춰 그게 문제야, 불놀이하는데 뒤늦게 싸이렌 울리며 출동한 소방수같아. 58. <일기> 수돗가의 물장난 세 명이 친했던 시절. 시은,효신 물장난 중. 고형석 지나가다 물 맞고 화난 표정. 효신이가 안겨서 고형석을 젖게 하고 고형석 도망간다. 세 명이 친했던 시절. (모닥불 피워놓고 육상부들에 둘러 싸여 노래 부르는 시은) 59. <일기> 교정. 등나무벤치 공간이 바뀔 때마다 효신과 국어의 대화가 단절적으로 보인다. 고형석 귀에 이어폰 꽂아주는 효신 효신 대본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에요. 연출하는 선생님은 화만 내지. 다른 배우 찾아보라고 했는데 듣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음료수 병 깨가지구 팔을 그었어요. 그리곤 연출 선생님한테 아파서 못해요 하니깐 웃으면서 보내주던데요 고형석의 손목에 있는 흉터를 만져보는 효신. 60. <일기> 택시 길거리에서 택시 잡는 고형석 고형석 차를 타고 가는데 옆에서 쌕쌕 거리고 자는 거야. 그래서 몰래 손을 잡았지. 그랬더니 그 여자가 갑자기 우리가 이제 사랑하게 됐구나 딱 그러는 거야. 놀라서 손을 싹 뺐지. 그랬더니 또 쌕쌕 거리고 자는 거 있지. 잠꼬대한 거야. 효신 부처님이 그랬는데…도망간 여자를 잡으려고 하지 말고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으라고… 61. <일기> 극장 스티커 사진 찍는 효신과 고형석. 효신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다들 그렇게는 외치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난 물론 살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절대로 안 그런다고는 장담 못해요. 그때가 되봐야 알죠. 그 사람 입장이 되보지 않고는 모르는 게 어디 한두개겠어요? 고형석 아무리 그래도 넌 죽이지 마… 62. <일기> 술집 고형석 나? 난 항상 우울하지 뭐. 선생들은 세속적이지 애들은 유치하지. 답답해 학교에서 산다는 게. 효신 선생님은 술도 못 하고 음악도 못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술을 꿀꺽꿀꺽 마시는 효신 선생님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얼굴이 붉어진 선생님 효신 눈을 피한다. 63. <일기> 교정. 혹은 서고. 옥상. 시은 효신의 대화 시은 그래서, 잤어? 했어? 효신 (태연하게) 어쩔 수 없었어. 웃으면서 하니깐 좋았어. 시은 표정 굳는다. 효신 어쩌면 좋지? (너랑) 헤어지고 싶진 않아. 이해해줘. 난 그날밤 멋진 시간을 보냈어. 말 안 한 건 미안해. 시은 (웃으며) 요렇게 코가 빨개지는 건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야. 그렇지? 전개2 64. 민아반 교실 (6교시 수학시간) 딱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분필. 담임, 분필이 계속 부러지는 걸 의아해 한다. 민아 일기 보고 있다. 수업 시간인데도 아이들이 웅성웅성 떠들고 있다. 칠판에 글씨를 쓰던 담임 선생님이 참다참다 돌아서서 한마디 한다. 담임 선생님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공부를 해야지, 알았지?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 말에 잠시 조용하지만 이내 다시 수근댄다. 민아 일기장을 보다가 종이에 손가락을 벤다. 민아 아야 벤 상태의 손가락에서 사악 피가 베어나온다. 손가락에 맺힌 작은 핏방울. 연안 (민아를 보며) 피! 지원 (선생님을 보며) 피! 담임 선생님 뭐야 어디서 떠들어? 연안 피요 … 지원 선생님 피… 담임 선생님 뭐? 누구? 지원 다리에 …. 담임 선생님 자기 다리를 내려다 본다. 치마 사이로 피가 주욱 흘러 내리고 있다. 민아 놀란 표정. 아이들은 놀라서 어쩔줄 모른다. 선생님 당황해서 뛰쳐나간다. 민아는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세 명의 대화 목소리가 이어진다. 연안 얘 정말 이상하네. 너 왜 아까부터 울고 그래? 민아 몰라, 그냥 눈물이 나. 지원 엄마가 그러는데 여자는 피를 많이 흘려서 뼈에 적혈구가 적기 때문에 눈물이 많데. 연안 니네 엄마 되게 유식하다. 너랑 딴 판이야… 지원, 연안을 툭 친다. 민아 (일기를 꺼내보이며) 이거 사실은… 죽은 효신이하고 시은이의 교환일기야 연안 효신이? 지원, 일기를 낚아채서 본다. 딱 펴지는 곳. LOVE라는 글자가 써진 곳. 지원 멀리 떨어뜨려놓고 보면 러브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지원 아까 죽은 애꺼 아냐? 아까 그게 시은이 효신이 거 였어? 야 민아야 이걸 왜 아직도 니가 가지고 있어? 죽은 사람 일기 보면 죽는다는 얘기도 몰라? 민아 나도 몰라 그냥 재미있어서 좀 읽었는데…걔 비밀을 다 읽은 것 같아서 불길해. 연안 걔네 식구들 한테 주거나 경찰한테 줘야지. 이거 증거야 분명히. 지원 증거는 무슨 증거야? 선생님한테 드려야 되는 거 아니냐? 아까 왜 안줬어? 민아 야 나 몸이 이상해. 사탕 때메 나 죽을 지도 몰라. 나 시은이 만나야 돼. 연안 야 무슨 말이야? 너. 민아 효신인 아주 복잡한 애야, 이해하기 어렵고, 무슨 생각을 하는 애인지 알 수가 없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생각을 하는 애야. 연안 걔 원래 그래. 왜 그렇게 걔한테 신경 써. 화장실이나 가자 민아 (혼잣말로) 시은이 어딨을까? 지원 내가 어떻게 알어? 연안 민아야, 화장실 가자 민아, 연안의 말을 듣지 않는다. 연안 표정 굳는다. 뒷문에서 나타난 효신반 반장. 효신반 반장 야 소미나 상담실로 오래. 65. 상담실. 상담받는 효신반 아이들 한 명씩. 섹시마녀 효신이가 늘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아서 그냥 말을 안 거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효신이가 싫었던 건 아니에요… 기독녀 난 체육복 고무줄 끊어져서 그걸 고치느라고 효신이가 자리에 없는 지 신경도 못 썼어요. 고무줄 때메…다 내 탓이에요. 더럽이 … 시은이가 상담받는 모습. 선생님 안 만난 지 오래 됐다고? 시은 네. 선생님 둘이 친한 사이 아냐? 시은 한때요. 선생님 그래도 아침에 뭐 전화 같은 것도 없었어? 시은 고개를 흔든다. 선생님 소문 들었지? 옥상에 한 명이 더 있었대. 안 좋은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시은 신경질적으로 빨간 손수건을 조아댄다.) 민아, 어느새 상담실에 뒤편에 서 있다.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고 나타난다. 선생 잠깐만 기다려. 선생님 잠깐 나간다. 민아, 시은 어색하게 둘만 남아 있다. 시은, 혼자서 조서쓰고 있다. 선생님 양호실에서 이상한 점은 없었어? 민아 아뇨 모르겠는데요. 선생님 (시은에게)다썼어? 시은 네 선생님 시은이 너 코치선생님이 아까부터 찾던데…육상부 실로 빨리 가봐. 민아 저두 가보면 안될까요? 66. 효신반 교실 효신의 자리엔 꽃이 놓여있다. 빈자리. 상담실에 다녀온 아이. 기독녀는 큰 소리로 운다. 섹시마녀, 기독녀를 달랜다. 기독녀 나 오늘 아침에 효신이한테 휴지 빌렸는데 그땐 아무렇지도 않았어, 죽을거 같지 않았는데 섹시마녀 야 그럼 죽을 사람이 이마에 나 죽는다 써붙이냐. 더럽이 넘 허무해, 걔가 죽으면 우리 같은 애들은 뭐냐, 난 걔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는데. 섹시마녀 선생님들은 아쉬워 하겠네, 공부 잘하는 애가 죽었으니깐. 더럽이 거기다가 예쁘기까지 하잖아. 기독녀 나 화장실갈래, 같이가 무서워. 더럽이 으유 효신반 아이3과 효신반아이1이 나가려고 교실문을 여니 다른반 아이들이 무수히 들여다 보고 있다. 출석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 누구야? 어디 앉았던 애야? 어떻게 생겼는데? 말들이 많다. 이 때 효신반 반장이 들어오더니 아이들에게 소리친다. 효신반 반장(승연) 야 니네들 가! 뭐하는 거야 남의 반에 와서 .. 빨리 가. 반장이 아이드을 떠밀고 문을 닫으려는데 손 하나가 닫는 걸 막는다. 아무말 없이 효신이 책상 쪽으로 가는 시은. 반장과 아이들이 아무말도 못하고 시은이를 바라다 보고 있다. 시은 거칠게 책상 속을 뒤진다. 효신이 책상 속엔 아무것도 없다. 시은 다 어디갔어? 반장 고형석 선생님이 아까 다 가져갔어. 이제 와서 뭐하니? 이에 쩨려봄으로 응수하는 시은. 책상을 발로 찬다. (시은 왜 화를 내나) 껄렁한 효신반 날라리1,2,3. 시은에게 시비건다. 씨발년이… 67. 육상부실 (자율학습) 육상부코치는 육상부를 벌주고 있다. 코치…투서를 들고 있다. (주장, 야 임마 니가 코치해. 니네끼리 다해! 대진표 니네가 짜고…. 이번엔 중간만 뛰라니깐. 이번이 다가 아니야. 너 이거 한번 뛰고 그만 둘 거야? 니네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어? 빤스 벗고 덤벼도 모자랄 상황이야. 이 자식들아. 내가 그렇게 쉬워 보이냐? 니들 나랑 천년만년 같이 해야 될 거다… 내일 시합 취소야. 그만둘 새끼들 지금 나가…) 시은 삐걱 문을 열고 들어온다. 주장 시은을 노려본다. 68. 복도 민아 코너를 돌아 서면 민아의 눈 앞에 효신이 사물함이 보인다. 사물함엔 민효신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다른 사물함들엔 자물쇠가 달려 있지만 효신의 사물함엔 없다. 민아는 사물함을 살짝 열어본다. 암흑의 사물함 안에 조금씩 빛이 들어와서 사물함을 들여다보는 민아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민아 문득 효신의 머리를 발견하고 놀라서 사물함 문을 쾅 닫고 물러서다 엉덩방아를 찧는다. 69. 수돗가 민아 퍽퍽 세수를 한다. 고개를 들면 혼돈 속에 빠진 표정이다. 몸에 무슨 흔적이 없나 더듬어 본다. 제자리에서 통통 튀어보기도 한다. 갑자기 들리는 비행기 소리. 바람이 불더니 솔방울이 민아 머리 위에 떨어진다. 민아, 허겁지겁 파일에서 일기를 꺼내 쓰레기통에 버린다. 땅바닥의 수도관 조절장치 뚜껑을 열어 그곳에 일기를 감춘다. 벌떡 일어나 일기를 원래 자리에 놓고 도망친다. 70. 교실 (7교시. 자습시간) 여전히 책상 위에 놓인 일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민아, 조심스럽게 일기를 넘긴다. 효신의 글 내가 어떤 앤지 알고 싶으면 이걸 뜯어봐. 조심해 후회할지도 몰라. 후후. 민아가 봉인된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뜯어보면 은박 거울이 있다. 민아, 거울에 문득 비치는 얼굴, 소녀다. 민아, 뒤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수영, 거북이 먹이를 주고 있다. 청미, 만화책 보고 있다. 거울 밑에 있는 다른 메모. 효신의 글 힘들지? 해독제가 어딘가 있겠지 뭐, 다시 속는 셈 치고 한번 외워 봐. 해독제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될거야. 너를 지켜주는 주문 : memento mori (민아가 메멘토 모리…메멘토 모리…라고 글을 읽는다. 그 글을 읽는 사이, 민아의 뒤에서 조그마한 손이 나와서 민아의 어깨와 가슴 배를 더듬는다. 민아가 뒤돌아보면 아무 것도 없다. 민아의 몸은 뻗뻗하게 굳는다. 저 뒷 자리에 앉아 있는 수영이가 민아가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민아는 책상 밑에서 작은 손이 다리를 타고 올라 온다. 지원이가 보기엔 민아는 다리를 벌린 채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다. 어린 소녀의 뒤통수가 조금씩 민아의 아랫배 쪽으로 올라온다. 민아는 벌벌 떨다가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쓰러진다.) 71. <일기> 욕조4. 소녀와 배가 꿈틀대는 환상을 경험하는 효신, 시은에게 하소연하는 효신 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혹은) 효신이가 걷다가 뒤돌아보니 어린소녀가 뒤따라오고 있다. 효신이는 뒤돌아보며 걔속 걷는다. 소녀가 집요하게 쫓아온다. 효신 빨리 걷는다. 소녀도 빨리걷는다. 소녀는 효신을 보고 엄마라고 부른다. 효신 뒤돌아보면 어린 소녀가 효신을 바라보고 있다. 효신이 점점 빨리 걷는다. 어린 소녀도 점점 빨리 온다. 효신이는 어느 순간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간다. 어린 소녀는 악착같이 쫓아와서 효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효신의 흰 교복 위에 손바닥을 댄다. 피가 묻는다. 효신 소리를 지른다. 효신이는 너무 놀라서 앉아서 울음을 터트린다. (난 그 애가 누군지 안다. 그 애가 나를 몰라보기를 원했지만 그 애도 나를 알아봤다. 7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날 기억하고 있다. ) (혹은) 효신 시은아 나 이상해… 시은 왜? 효신 배속이… 점점 심하게 움직여... 물고기가 노는 것 같애. 시은 또 그 소리야? 효신 진짜야 시은 정색하며 시은 너 무슨 일 있었어? 효신 말도 안 돼. 나 너밖에 없어. 나 어떻게 되는 거 아냐? 시은 바보 같은 소리 하고 있어. 효신 진짜 겁나. 시은 이따 같이 병원에 가 보자. 효신 그런 적 없다니까. 그 얘기 하지마. 너가 나 의심한 다음부터 배가 이상해졌단 말야. 72. <일기> 육상부실 결국 시은이를 찾아낸 효신이 시은 선생님 심부름 갔었어. 효신 거짓말마. 너가 어딨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혼났어. 시은 어딜 가긴. 요기 상자같은 학교 안에 있는데. 효신 그냥 알고 싶어. 그래야 안심이 돼. 효신 어제는? 시은 극장 갔었어 효신 극장? 어디? 몇 시꺼? 누구랑 갔는데? 시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 효신 너 왜 자꾸 나한테 거짓말하구 그래? 시은 못 봤다니깐… 효신 내가 안 보여? 내가 개미야? 안 보이긴 왜 안 보여? 시은이 핸드폰이 울리자 효신 달려가 전화기를 든다. 전화벨 끊어진다. 메시지를 확인해 본다. 비밀번호가 계속 틀린다. 계속 맞춰본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 말 못하는 효신. 73. <일기> 체육관. 야 반주 안해? 중창반 아이들이 효신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수다를 떨고 있다. 효신이 머리에는 껌이 붙어 있다. 효신 시은아 하지마…하지마…라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잠자리들이 효신이가 기댄 창에 붙는다. 물에 젖은 잠자리을 보는 효신. 74. <일기> 트랙 트랙에서 스타팅 연습을 하고 있던 시은이 귀에서 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스타팅 라인에 서서 집중하려는 순간에 효신의 음성이 시은을 괴롭힌다. 효신 목속리 하지마… 스타트 건 소리에 맞춰서 옆에 서 있던 아이들은 모두 출발한다. 아직 제자리에 있는 시은에게 코치가 다가와서 뭐하냐고 묻는다. 시은이는 효신에게 소리친다. 시은 알았다니깐…… 코치가 뭐 임마? 하고 놀라서 시은이의 머리를 내려친다. 코치와 둘이 걸어가는 시은. (뒤따라오는 효신.) 코치 시은의 대화. 코치 검사 결과는 나중에 얘기하고….일단 이 기록으로는 대학이 어렵고 잘못하면 선수도 어려워져. 주변 정리해. 응? 시은, 대답없다. 코치 고선생님한테 얘기 들었다. 효신이가 공부는 완전히 젖히고 너한테만 매달린다면서. 집에 와서는 내내 교환일긴가 뭔가만 붙들고 늘어진대. 한때 우정도 좋지만, 서로를 위해서는 가끔 거리도 필요한 거 아냐. 효신이도 아마 니가 잘 달리는 모습에 반했을 거야. 이대로 가면 둘다 놓치고 아무 것도 없어. 알아 들었어? 시은 모르겠는데요. 코치 난색을 표한다. 쾅쾅 두드리는 효신. 문이 열리자 놀란 표정의 시은과 코치. 75. <일기> 육상부 가는길 효신이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시은 많이 아퍼? 효신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시은 뭐가? 효신 … 시은 야 언니가 어린 애야 걱정은 무슨 걱정! 효신 나만 두고 그렇게 가버리지마, 아까는 진짜 너 죽이고 싶었어, 이젠 절대 그러지마! 시은 알았어 그만해 효신 너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 잠시라도 안보이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애. 시은 그럼 어떡해? 아예 등을 붙이고 댕길까?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너잖아. 효신 그래도 넌 그거 때문에 불안해하진 않잖아. 시은 왜냐면 난 널 믿거든. 효신 거짓말. 시은 어떻게 알았어? 시은 우리 이제 공개적으로 나갈까? 효신 왜 남들 웃음거리 되게? 시은 그게 중요해? 효신 표정 밝아진다. 76. 중앙홀---재고중 민아 지나가면 축제 참여 게시판에 민효신 유시은 이름을 써 있다. 생물 나타나 낙서를 발견하고 그 위에다 발견되면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쓴다. 이어지는 비명 소리…아아악…. 몇몇 아이들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아이들 수영장 복도에서 중앙중앙홀을 지나 교실로 우루루루 몰려간다. 수영복 차림의 아이도 섞여 있다. 아이들 계단에서 넘어지고 그런다. 당황하는 선생님들. 민아 왜들 그래? 77. 수영장---재고중 민아 안으로 들어가보면 풀장에 등을 보인 채 떠 있는 수영이. 아이들 빠져나가고 문 닫히는 소리가 둥 하고 낮게 메아리친다. 민아 수영이에게 다가간다. 수영이 오랫동안 숨을 참은 것처럼 푸우하면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다. 수영 나 효신이 봤어. 민아 어디서? 수영 머리 긁는다. 민아 어디서? 수영 봤어. 민아 어떻게 생겼는데… 수영 단발 머리. 민아 걔 머리 길어. 수영 긴 머리 맞아. 민아 걔 머리 짧아. 수영 맞아. 단발 머리야. 민아 너 효신이 누군지 알아? 수영 몰라. 수영 입을 벌리며 웃는데 잇몸에서 피가 난다. 78. 육상부실. 주장이 아이들이 듣게 말한다. 주장 유시은, 너 어떻게 된 거야?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시은이 무슨 말인가하는 표정으로 대답이 없다. 주장 너 혼자 살겠다고 뭘하든 그건 니 자유지만 너 때메 좆 됐어. 이 때 한 명이 나와 시은이를 후려친다. 넘어지는 시은이. 시은이 주장을 본다. (민아 나타나서 시은을 구해주려고…) 79. 육상부 길 시은이 걸어나오는데 민아가 길목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민아, 시은을 쫓아간다. 시은 걸리적거리지 말구 가. 민아, 특유의 미소. 시은, 멈춰선다. 시은 너 자꾸 왜 그래? 민아 멋있잖아. 시은 그래서 어쨌다고? 민아 사람이 칭찬하면 그냥 받아주는 거야. 시은 나, 너하구 장난칠 기분 아냐. 민아 그래? 나두…잘 됐네. 시은 뭐가? 민아 아니…혹시…해독약 뭐 그런 얘기 못 들어봤니? 시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도대체? 시은 돌아간다. 민아 표정 싹 굳는다. 민아, 시은을 쫓아가면서 계속 부아를 돋군다. 민아 야 유시은, 너 표정 죽인다. 폼만 잡으면 다냐? (한달 전에 나한테 돈 빌려갈 때 생각난다…) 시은 갑자기 팍 뒤돌아선다. 민아,멈춰서서 민아 아니…우리, 효신이를 위해서 뭐든 해야하지 않을까? 시은, 다시 숨을 죽이고 뒤돌아 가버린다. 저 쪽에서 연안 지원이 민아를 찾고 달려온다. 민아, 연안이를 피해 시은이를 쫓아간다. 연안, 민아를 쫓아가며 이야기를 건넨다. 연안 야 소민아! 민아 여기서 뭐해? 연안 그러는 넌 쟤랑 뭐하는 건데? 민아 너 왜 그래? 꼭 시비거는 사람처럼… 연안 너 좀 웃긴다고 생각안돼? 일기장에 푹 빠져선 하루종일 시은이 뒤만 쫓아다니고… 너 언제부터 시은이랑 그렇게 친했어? 언제는 우리반 왕재수라더니. 지원 민아야 가자 연안 우리 사이가 그렇게 별 거 아니었어? 민아 연안아, 효신이가 죽었잖아 연안 효신이? 니가 걜 언제부터 알았다고… 걘 알아도 너보단 내가 더 많이 알어 지원 야 그만 좀 해라. 좀. 민아 넌 불쌍하지 않니? 그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너한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냐구? 연안 나한테 일어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 난 효신이든 시은이든 걔네 문제 아니라도 생각할 게 너무 많아. 민아 너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아주 다른 사람하고 얘기하는 것 같애. 왜 그렇게 흥분해? 그런 얘기 할 땐 한번만 더 생각해 보고 말해 연안 생각 안하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니? 암튼 난 걔들 재수없어. 너 변했어. 시은이 때메. 민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연안의 코 앞에 면상을 갖다대며) 입 조심해… 연안이 민아의 등 뒤에 대고 소리친다. 연안 야? 그래서 시은이랑 너랑 둘이 사귀냐? 그래서 좋아? 지원, 연안을 말린다. 시은, 가다가 서서 뒤를 돌아본다. (사이) 연안, 시은에게 따지고 있다. 연안 너 우리한테 감정 있어? 민아 건드리지 마. 민아, 나타난다. 연안 민아야…왜 그래…너. 일기 갖고 있잖아. 줘 버려… 민아 무슨 얘기야. 내가 뭘 갖고 있다구 그래… 민아, 갑자기 연안의 머리를 잡고 시은에게서 떨어뜨린다. 시은, 민아를 말리자, 이번엔 시은의 목을 잡고 조르기 시작한다. 연안, 울고 있다가 멍한 표정을 짓는다. 시은, 민아의 팔을 뿌리치자, 민아, 소리친다. 민아 야 얘 건드리지마. 무서운 애야. 친구도 죽였어. 난 봤어. 아침에 양호실에서 효신이 데리고 나가는 거 봤어.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는 것도 봤어. 자기 기록 떨어지고 사람들이 예전처럼 자기 좋아하지 않고 그러니깐 무서워진 거야. 효신이마저 자길 떠나는 게 무서웠던 거야. 그래서 효신이가 화해하겠다고 한달 만에 만난 날에 같이 죽자고 해놓곤…혼자만 보낸 거야…얜 진짜… (혹은) 놔! 니가 이제 와서 이럴 자격이 있다구 생각해? 왜, 니가 그렇게 끔찍히 아끼는 효신이가, 왜,살아서 너한테 그 말 못했는데!! 넌, 뭣두 아니었어! 그날, 효신이가 뭔가 말할려구 너 찾아왔을 때, 너, 나한테 매점 가자 그랬지! 벌써 잊었니? 효신이 들으란 듯이 큰 소리루 나한테 말했잖어! 민아야! 매점가자! 넌,알구 있었어. 내가 널 좋아하는 거.. 그리구 보란 듯이 그걸 이용한 거야. 효신이 앞에서. 마치 니가 싫어하는 짓을 한, 벌이라는 듯! 것두 아주 엄청난 벌을 준거야! 효신인 니가 죽였어! 시은, 민아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린다. 시은, 문득 민아에게서 효신의 얼굴을 본다. 민아,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서 있다. 민아, 갑자기 시은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지원, 연안 아무튼 민아를 놔두고 교실로 돌아간다.) 80. 중앙홀 정기 중창제를 알리는 게시판에 아이들이 몰려 있다. 어느 대자보. 이중인격자 고형석 학생을 건드리냐? 지원, 멈춰서 게시판을 내용을 보고 놀란다. 81. 교무실 고선생은 보이지 않고 몇몇 선생들이 고선생 책상 주변에 모여 무언가를 보며 수군댄다. 여선생들 모여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수다떨고 있다. 음악 어머니도 연락이 안되면 지금 병원에 아무도 없는 거네요 양호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죠? 작년에도 그러더니… 음악 여기 학교 터가 70년대 철거촌이었대요. 철거 당하면서 죽고 그러잖아요. 한 맺힌 사람들 때메 그런가 봐요. 양호 걔가 중창단이니까 김선생님은 잘 아시겠네. 음악 저도 잘 몰라요. 1년반이나 같이 지냈지만 통 모르겠는 아이예요. 말도 없고… 음악, 옥수수 먹다가 보면 이빨이 하나 없다. 양호 고선생님 말에는 똑똑한 아이였다는데. 양호, 음악의 이빨 발견하고 놀란다. 고선생 책상 위엔 중앙홀에 붙어 있던 대자보와 같은 대자보가 놓여 있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걸 써붙이는 거야 애들 탓할 거 뭐 있습니까. 지원이 생물선생 앞에 있다. 생물 나는 어른인데 너랑 어떻게 똑같애 임마! 지원 제가 안 썼어요. 카메라나 주세요. 생물 뭐가 아냐 임마… 아침에는 남의 수업을 찍지 않나? 너 왜그래? 지원 선생님은 의식있는 분이잖아요…그러니깐… 셍믈 입은 삐뚫어져도 말은 제대로 하는구나. 지원 피해의식요! 생물 이 자식이! 지원 방구 낀다. 생물 코를 가린다. 수군대던 선생들, 고선생이 교무실로 들어서자 다들 흩어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생물과 지원을 바라본다. 국어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생물이 가져온 대자보를 국어 선생에게 건넨다. 생물 애들이 지금 이걸 돌려보고 있어. 여기 나온 너라는 사람이 고선생이야? 애들이 미국식 교육만 받아가지구 이건 뭐 목소리만 큰 깡패들이야. 통제가 되야지… 책상 위에 놓인 대자보를 보는 고선생의 표정이 참혹하다. 생물 그러게 내가 고선생이 애들 좋아한다고 곳곳에 문 다 열어두자고 우길 때 반대했잖아. 우길 걸 우겨야지. 뭐야 이게…애들은 문 하나 딱 열어놓고 몰아가야 된다고… 선생들 자리에 앉아서도 힐끔힐끔 고선생을 쳐다본다. 국어 무슨 뜻이에요? 교감이 대자보 서너장을 손을 들고 교무실로 급하게 들어선다. 흥분해서 손에 든 대자보를 흔들어대며, 교감 고선생, 대체 이게 뭡니까? 내가 분명 주의를… 교감은 말을 마치지 못하고 피를 토해낸다. 모두 놀란다. 82. 중창반 서클실 중창반 아이들이 서클실에 모여 오늘 리허설에 관해 회의 중이다. (하느니 마느니 논쟁) 연안이 한 쪽 구석에서 속이 상한 얼굴을 하고 얘기를 듣고 있다. 대사 수정 요 중창단 1 야, 그렇게 뜻도 안물어보고 결정하면 어떡해? 승연 어쩔수 없었어. 그러니까 이렇게 다시 모은거 아냐. 물론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죽었는데 우리가 가만 있을 순 없잖아. 순서는 바꿨지만 오늘 진혼제는 꼭 해야되는 일이라고 봐. 중창단2 그래도 효신이 얘기 가지구 안 그래도 야단법석인데. 우리까지 나서서 그러면 너무 웃기지 않을까 중창단1 효신이도 없는데 반주는 누가 해? 한 아이가 너무 심각한 이 분위기를 못참고 ‘풋’하고 웃는다. 연안 어차피 니들도 알게 되겠지만…효신이 걔 임신 때메 자살한 거래. 아이들은 울음을 멈춘 채 연안이 꺼낸 이야기에 놀란 표정으로 연안을 바라본다. 승연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연안 넌 귀도 없냐? 이미 소문 쫙 퍼졌는데… 이건 완전히 중창반 망신이야. 승연 말도 안돼. 연안 세상에 말 되는 일만 일어나냐? 안 그러면 왜 신체검사 날 죽냐?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승연에게 집중된다. 승연은 연안을 노려보고 있고, 연안은 승연을 바라보고 있다. 연안 몰라! 난 못해! 어쨌든. 연안 일어서서 나가버린다. 83. 효신반 교실 죽은 반 애들이 와서 보니깐 신문지로 창문을 가려져 있다. 갑자기 고형석 교실로 들어온다. 아이들의 책상에는 아무것도 없고 교탁에 국어책이 하나 가득 싸여있다. 고형석 효신이 자리에 꽃은 누가 치웠어. 아무 대답이 없다. 고형석 심심하구나 너희들. 고형석 애써 웃다가 아무말도 않고 나간다. 엎드려 있던 아이들 일어나서 순식간에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효신반 아이2 거봐 내가 뭐랬어? 뻔뻔이, 매일 눈높이교육, 눈높이 교육 그러더니 효신반 아이3 요새 쟤가 말 없어진 거 이유가 있었구나 효신반 아이1 원래 말이 없었잖아. 효신반 아이3 아냐…첨엔 괜찮았어. 효신반 아이2. 내일 장례식 한다던데… 효신반 아이1 걔네 엄마 아직 연락도 안된다며… 효신이 가방 없어진 사실. 사물함 부숴놓은 이야기. 방송으로 종례를 한다. 방송 오늘 야간자율학습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오늘… 아이들 속에서 우우하는 소리가 나온다. 갑자기 지지직 하면서 빠른 랩 음악이 나오다가…생물과 음악이 소리 높여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저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갑자기 그 얘길 왜 꺼내는 거에요? 내 몸매가 뭐가 어때서 그렇게 말이 많아요?… 84. 운동장 (야간 자율 학습 시간) (민아 구석에서 주장을 위협하고 있다. 주장 놀라서 도망간다.) 시은 운동장 울면서 뛴다. 시은이 스탠드에 땀으로 흠뻑 젖어 앉아있다. 옆에 고형석이 앉아있다. 말이 없는 둘. 시은이 확인하듯 묻는다. (대사 수정) 고형석 왜 그런 거 같애? … 시은 (말을 자르며) 학교, 이제 안 나올 거예요. 안녕히 계셔요. 시은, 가방을 챙겨 가다가 갑자기 돌아서서 고선생을 향해 가방을 휘둘러 내려친다. 시은의 팔을 잡아 안으려는 고선생. 잠시 멈춰 있던 시은. (멀리서 보기엔 둘이 안고 있는 듯) 고선생의 힘이 빠지자 (주위의 벽돌을 집어들어) 다시 더 세게 달려든다. 민아 놀라서 달려들어 말린다. 85. <일기> 효신반 교실(늦은밤) 어두운 한 켠에 고형석 선생이 한 여학생에게 머리를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다. 효신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조용히 손을 빼고 일어선다. 가방을 들고 문 쪽에 다다른 여학생.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생. 효신이 선생 쪽을 바라본다. 고선생이 다가가려 하자 효신이 문을 열고 나간다. 고선생은 가만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86. <일기> 효신반 교실 앞(늦은 밤) 효신이 교무실 문을 열고 나오면 밖에 시은이 기다리고 서 있다. 시은에게로 달려가 시은이를 꼭 껴안는 효신. 시은이 가만히 효신을 껴안고 있다. 효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87. 양호실 닝겔에서 튜브로 떨어지는 물방울들. 톡톡톡. 민아 누워 있다. (이하 수정) (민아의 눈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 지원이가 연안이를 데리고 와서 화해하라고 조른다. 연안 버티다가 운다. 효신이 마지막 모습을 이야기해달라는 고형석. 마지막으로 나타난 아이는 시은이. 옆에 앉아 있는 건 시은. 민아, 시은의 대화 시은 민아야, 너 내 일기… 민아 나 어딨는지 알어. 시은 어디? 민아 내 눈 봐봐. 시은 장난하지 말고 민아 봐봐. 시은 뭐… 민아 자세히 좀 봐봐. 뭐가 보이지 않니? 시은, 민아 눈에서 무언가를 보고 뭉클해한다. 마치 키스할 것 같은 자세. 88. 상상. 옥상---생략가능 민아, 옥상 문을 연다. 난간에 혼자 서서 하나둘셋넷 하고 수를 세고 있는 효신이 보인다. 민아, 효신에게 다가가서 비디오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효신, 지붕 위로 올라가며 가져가 봐 라고 놀린다. (효신을 미는 손. 시은이가 효신이를 죽인다…) 민아, 효신이에게 다가가자 효신, 비디오카메라를 하늘로 던진다. 하늘로 올라가는 비디오 카메라에 보이는 학교는 점점 작아진다. 카메라에 보이는 시점은 구름을 뚫고 아주 먼 곳으로 사라진다. 죽어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승천하는 이미지. 이 우주로 팽창한 이미지는 민아의 눈으로 돌아온다. 시은, 문득 민아의 닝겔 튜브로 역류하는 피를 발견한다. 시은, 당황하며 튜브 중간을 끊자, 피가 밖으로 떨어진다. 시은, 더 당황하여 닝겔 폴대를 건드리고 붉은 피가 차오르던 닝겔 병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밖에 있던 양호 선생님이 또 싸우는 줄 알고 뛰어 들어온다. 민아의 자는 얼굴이 보인다. 링겔의 주사약이 똑똑 떨어지는 게 보인다. 그 양이 한참이나 줄어들었다.) 89. 복도 곳곳-민아의 상상 땅바닥에 딱 떨어져 펼쳐지는 일기의 한 부분. 길게 펼쳐진 지도.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걷고 있는 민아. 일기 속의 지도에 따라 빈 학교를 부유하듯 여기저기 힘없이 걸어다닌다. 나래이션 (절대로 눈을 뜨지 말 것, 두 눈을 잃어 버릴 테니깐, 앞으로 너무 크지 않은 걸음으로 108걸음을 갈것, 두려움은 절대로 가지지 말기, 거기서 두 걸음 뒤로 물러설 것, 그리고 벽에 손을 대고 여섯 개의 터널을 지날 것, 그리고 7번째 존재를 뚫어지게 바라볼 것. 그리고 언제든 사물의 이면을 살필 것 ………… 소중한 너와 나만의 기억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민아, 음악실 앞에 다다른다. 90. 음악실-민아상상 민아, 피아노 앞에 선다. 피아노의 의자를 열어본다. 아무 것도 없다. 민아, 뚜껑을 열지만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민아, 끊어진 몇 개의 건반을 두드려 본다. (인써트) 건반을 쾅 내려친 효신. 선생님한테 꾸중듣는 시은을 뒤돌아본다. 91. <일기> 음악실. 둘만의 제의 음악실 창문을 넘어 몰래 들어오는 시은과 효신. 효신은 시은이 보다 뒤 , 여러 음악가들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그 시선을 따라 결국 모짜르트 초상 앞에 선다. 효신 천재는 악마를 섬기지. 시은 여기 뭐가 있길래 그래? 시은 발목을 절뚝이며 피아노 앞으로 간다. 효신이가 피아노에 가서 앉더니 짧고 부드러운 멜로디를 쳐준다. 갑자기 일어나서 피아노의 줄을 하나씩 끊기 시작한다. 디잉… 시은이의 놀란 표정. 펜치로 세 개의 줄을 이어서 끊는다. 각각 다른 음의 소리가 음악실 내부로 울려 퍼진다. 92. 음악실---민아상상 딩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민아가 피아노 밑을 열어보면 뚜껑 안쪽 면에 피아노 안은 시은과 효신의 사진과 그림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어릴적 사진부터 시은이의 육상 경기 사진. 스티커 사진, 연필 스케치, 유화등 피아노 안 쪽 벽면의 검정 부분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다. 놀라는 민아, 물건을 하나씩 들어 본다. 감동스런 표정으로 효신이가 장식해놓은 피아노 내부를 보고 있는 민아 모눈종이로 판 커다란 종이 글씨 펴면 ‘오늘은 시은 승리의 날’ 그 집요함에 민아 넋이나간다. “시은 승리의 날” 밑에 작은 봉지들이 붙어 있다. 그걸 하나씩 뜯어본다. 해독제라고 쓰인 작은 캡슐을 발견하는 민아. 캡슐을 열어보면 아까와 똑같은 모양의 사탕이 있다. 그 사탕을 감싼 종이에 써진 글. 자, 해독제. 이걸 찾아 다녔지? 날 믿는다면 먹어. (니가 시은이가 아니라면…) 사탕을 바라보며 갈등하는 민아. 이걸 먹는다고 나아질거라는 생각은 금지. 이건 내마음으로 조정되는 리모콘이다는 걸 명심할 것. (너에게 나의 마지막 선물을 할게. 이제 내가 한 이야기들을 기억한다면 넌 나의 비밀을 몽땅 가져가게 될 꺼야. 너의 메달 개수만큼 중앙홀을 걸어봐’) 사탕을 먹는다. 93. 양호실 갑자기 4-5명의 아이들이 들어 닥친다. 아이들 기절. 구토. 사색이 된 얼굴들. 잠에서 깨는 민아. 양호선생님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효신반 아이1 애들이 이상해요. 식중독 같애요. 효신반 아이2 오늘 점심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거든요. 양호 선생님도 갑자기 심하게 입덧을 시작한다. 양호실을 빠져나오는 민아. (주장 다쳐서 들어온다.) 94. 체육관 (N) - 여기부터 밤입니다. 피아노 앞에 모여든 중창단 단원들 성가 리허설 중. 시편 20절. 웅장한 중창. 스탠드에는 여전히 수영이가 혼자 놀고 있다. 중창반 연습을 위해 움직이는 효신반 아이3. 피아노 주변 악보에서 이상한 글귀를 발견한다. 기독녀(효신반3). 놀란 표정. 기독녀 야 이거 우리 얘기 아냐? 구겨진 종이를 펴서 읽는다. 악보 나는 눈물에 잠긴다. 너희는 신난 망나니처럼 웃으며 노래했지. 벌레같은 역겨움을 풍기는 너희들. 기억의 수레 바퀴는 돌고 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내가 느꼈던 슬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 주어야 하겠지. 너를 용서치 않으리라. 효신의 눈 빠르게 악보에게로 달려간다. 효신반 아이3 기도하는 표정 짓는다. 연안, 멍하게 서있는 민아 발견하고 모른 척한다. 기독녀 무서워. 중창반회장 뭐가? 효신반 아이3 이거 효신이 유서야… 자꾸 우리 주변에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애. 성령의 힘으로 쫓아내야 되지 않을까? 중창반 회장 괜히 쓸데 없는 말 만들지 마. 수영이 유서 내용을 계속 읊조린다. 95. 복도 시은 교실 문을 팡팡 연다 (시은 수영장에서 혼자 수영한다.) 96. 복도. 밤. 민아, 양호실을 나온다. 복도에서 저 끝에 서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는 멀리서 사탕을 주머니에서 꺼내 민아에게 내민다. 민아, 어찌할 바 몰라 가만 서 있는다. 소녀, 사탕을 먹어버리고 씩 웃더니 도망간다. 민아, 소녀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보면 어느새 소녀는 시은과 함께 뛰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턴 소녀 혼자 뛰고 있다. 민아는 건물 사이의 통로를 거쳐 끊임없이 그 자취를 놓치지 않으면서 뛴다. 소녀는 마치 민아를 어디론가 인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97. 체육관 (야간 자율학습 시간) 중창반 아이들은 여전히 합창 연습을 하는데 반주가 자꾸 틀린다. 승연 안되겠어. 반주없이 해보자. 중창단원 반주는 효신이가 잘했는데. 효신이가 없으니깐 좀 그렇다. 연안 야, 그렇게 좋으면 효신이한테 가? 걔 실려나가는 거 못 봤어? 왜 내가 보내줄까? 승연이가 아이들이 모인 단상으로 올라가 찢어진 종이 한장을 보여준다. 종이엔 “오늘 내가 준 선물은 어땠니? 우리 다시 시작하자. 오늘 밤에 갈게” 라고 씌여 있다. 아이들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그 떄 떄를 맞춰 체육관 조명이 껌뻑거리더니 천둥이 우르르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연안 뛰어나가는데…) “깍!”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반주자. 아이들이 돌아본다. 피아노 옆에 거북이 한 마리가 바둥대고 있다. 98. 교실. 청미 들어온다.날라리1,2와 수다. 날라리 1 괜찮아? 청미 뭐야 이게….오랜만에 공부좀 할라구 학교에 왔더니 학교분위기 꿀꿀해서 못 있겠다. 청미나 날라리도 가방을 싸고 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창문 밖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 천둥소리가 난다. 청미 어 비오네? 날라리1 아이 씨발. 쭈랑 오늘 BOSS가서 백일주 마시기로 했는데…날 샜다, 야. 청미 근데 이상한 얘기 들었다. 아까 화장실에서 죽은 애를 봤대. 날라리1 에이, 웃기고 있네….정말? 누가? 어느새 교실로 들어온 수영이가 끼어든다. 수영 내가. 청미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어디서? 수영 체육관에서 청미 어떻게 생겼는데… 수영 목이 길어. 청미 까고 있네. 수영 효신이가 곧 올 거야. 청미 너 또 헛소리 할려구 그러지? 야, 거북소녀 가봐. 수영 야! 너네 내 거북이 봤어? 날라리와 청미가 까르르 웃는다. 공부하던 옆자리 아이들도 사실은 이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같이 킥킥 거린다. 보면 수영이가 들고 있는 어항의 거북이도 없다. (연안 일기장 찾는데 없다. 대신 가방에는 낮에 날아든 새 시체로 발견된다.) 99. 음악실 음악실 문으로 들어서는 민아. 아무도 없다. 민아가 걸어와 모짜르트 초상화 앞에 선다. 피아노를 열어본다. 진짜 물건들이 있다. 이 때 음악실 뒤에서 시은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은 소민아! 놀라서 바라보는 민아. 시은 너지? 서서히 민아에게로 다가선 시은. 민아를 노려보다 시선이 피아노 밑의 물건들로 간다. 기념품들을 만져보는 시은. 그런 시은을 바라보는 민아. 기념품을 보던 시은이 생각 났다는 듯 민아를 올려다 본다. (일기!) (수정) 민아(V.O.) 미안해… 일기를 잃어버렸어. 시은(V.O.) 일기는 다 거짓말이야. 난 한번도 일기를 쓴 적이 없어. 효신이란 아이를 알지도 못해. 온 종일 니가 나한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 효신이가 혼자서 꾸민 이야기야. 민아(V.O.) 거짓말. 시은(V.O.) 어짜피 가려서 믿을 거라면 내 말 아예 듣지도 마. 100. <일기> 교실. 교실에서 벌받고 있는 아이들. 효신이가 계속 시은이의 눈치를 살핀다. 선생 니들이 이럴 수 있어? 다들 책상 위로 올라가. 효신 책상에 올라가기를 거부한다. 대신 시은 손을 꼭잡는다. 선생 니네 손잡고 뭐해 임마. 풀어 빨리. 선생, 시은의 뺨을 친다. 시은의 입술에 작은 피. 효신 뒤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선생 뭐야…저거 선생 앞문 열고 복도로 뛰쳐나간다. 동시에 뒷문 열고 효신이 들어와서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시은에게 달려간다. 효신 시은의 머리를 잡고 키스하고 시은 놀라서 효신을 떼어낸다. (민아가 처음 발견한 일기의 키스 장면) 효신 막무가내로 시은에게 키스한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아이들 효신 말리기 시작한다. 시은 극도로 난처한 표정. 101. <일기> 상담실. 선생 서로 약속이었다구? 그래? 시은이는 그렇게 말 안하던데… 효신 웃는 표정 효신 선생님은 몰라요. 저희들을. 이해 못해요. 다른 세계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시간이 걸리는 문제죠. 효신이가 혼자서 중얼거리는데 시은이가 들어온다. 선생 유시은, 얘기해봐. 니네 둘이 애인 사이야? 서로 애낳고 같이 살 사람이기 때문에 교실에서 뽀뽀하고 그런 짓해도 상관 없는 거야? 얘기 해봐 임마. 내 니네들 둘 그런 사이면 용서해 주겠어. 사랑은 아름다운 거잖아. 그렇지. 니네 둘이 정말 그렇게 절실하게 필요하 사이면…맘대로 해. 교실에서 뽀뽀하자고 약속했었어? 선생님 앞에서 사랑을 부정하는 시은. 시은 너 왜 그래? 진짜 미쳤어? 그만 좀 해…나보고 뭘 어떡하라는 거야. 효신 시은이가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웃는다. 선생님 얘가 니 애인이야? (시은에계) 너 남자 없어? 시은 저 남자 친구 있어요. 효신 표정 변한다. 효신 괜찮아 내가 다 얘기했어. 솔직하게 말해도 돼. 그러면 다 용서해 준대. 시은 아니요. 선생 웃으며 효신 바라본다. 102. <일기> 지하철. 금붕어 사서 복수하려는 효신. 효신의 분노 효신이 지저분한 동대문역 화장실벽에 아이펜슬로 낙서를 한다. <나랑 할 사람 연락 바람 017 278 3361 > <남자 급구 017 278 3361> <창녀 유시은 : 017-278-3361> 갑자기 구역질을 하는 효신. 효신이가 도망치듯 화장실 문을 열고 뛰어 나간다. 화장실 칸 밖에서 소변을 보던 중년 아저씨 둘이 놀라서 바라본다. 103. <일기> 지하철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쳐서 넘어진 효신. 바닥에도 그 번호를 쓴다. (민아, 효신과 부딪친다) 104. <일기> 욕조 부르르 떨면서 혼자 있는 효신. 105. <일기> 복도 -- 교실. 멀리서 효신이가 우유를 들고 나타난다. 106. <일기> 민아반 교실 교실 문이 팍 열린다. 칠판에 글씨를 쓰던 선생이 돌아본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연 아이에게로 돌아간다. 시선이 시은이에게로 간다. 시은이의 짝 청미가 효신을 보며 시은이를 푹 찌른다. 시은이 고개를 돌린다. 민아, 연안,지원과 함께 웃고 있다. 문을 연 채 그냥 돌아서 나가버리는 아이. 효신이다. 생물이 분필을 놓고 열린 문을 보며 '꼴통 같은 년!'이라고 한다. 웃는 아이들. 107. <일기> 효신반 교실 우유를 들고 뛰어나오는 효신, 효신반 교실(2-3)로 뛰어 들어간다. 효신이 뛰어들어와 교실에 앉아 일기장을 펼친다. <너는 나를 보고 고개를 돌렸어 왜니?> 라고 쓴다. 잠시후 시은이 효신반에 찾아온다. 효신 미안해 시은 뭐가 미안한데 효신 그냥 우유 주러 갔었어, 우유만 주고 올려구 했어 시은 나 이제부터 우유 안 먹어. 시은 효신이가 적고 있던 일기를 본다. 시은 일기를 뺏으려고 한다. 시은 일기 줘. 효신 안돼 시은이가 효신의 일기를 뺐어서 찢기 시작한다. 효신 시은에게 일기를 뺏는다. 그리고 찢겨진 부분들을 막 줍는다. 찢겨진 한 부분. 오늘 준 선물은 어땠니? 오늘 밤에 갈게… 효신 갑자기 고개를 들어 시은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고형석 이때 교실로 들어선다. 108. 교무실 (생물 서랍에서 카메라를 뒤지는 지원. 고선생의 등장) 고형석 선생과 지원이 앉아있다. 지원 선생님하고 걔랑 무슨 사이예요? 고형석 그만 하자. 오늘은 좀 피곤 하구나. 지원 효신이가 진짜 임신했어요? 고형석 말할 의욕을 잃는다 고형석 일어난다. 지원 선생님한테 더 화가 난다. 지원 선생님이 아무말도 안하는게 더 화가 나요, 효신이 걔가 이상한 애 쟎아요. 고형석 그만 하자니깐. 지원 선생님은 왜 가만히 있어요? 예? 맨날 우리한테 했던 얘긴 어떻게 된 거에요. 그렇게 말 안하고 있으면 사람들한테 그냥 인정하는 거 쟎아요. 정말 떳떳하지 못할만한 일을 저질렀나 보죠? 지원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평온하던 고형석 갑자기 지원 따귀 때린다. 지원보다 고형석이 더 놀란 표정. 고형석 지원을 한참 바라본다. 놀란 생물, 속 시원한 표정 109. 중앙현관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복도를 걸어 나오고 있다. 투덜대며 복도를 나오는 청미, 진미, 에스더 등의 발들. 가방을 맨 아이들이 서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와 중앙홀로 내려온다. 민아반 진미등이 현관 문 앞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이상해 하고 있다. 아이들이 서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와 중앙홀로 몰려든다. 몇몇은 다른 방향으로 되돌아 간다. 문을 억지로 열어 보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점점 많아 지는 아이들. 110. 동쪽 현관과 서쪽 현관 열리지 않아서 아이들이 돌아가거나 열려고 애쓴다. 111. 화장실. 민아반 아이들 몇 명이 열리지 않는 화장실 문 앞에 줄을 선 아이들 북새통을 이룬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 볼 일 보는데 문이 팡팡팡 열린다. 비명. 112. 교무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퇴근했는지 고선생님만 혼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있다. 책상에 앉아있는 고형석. 한참 운 얼굴이다. 효신의 가방 속에서 물건들을 꺼내본다. 효신과 찍은 사진을 꺼내본다. 코를 훌쩍거리다가 효신의 필통에서 펜을 꺼내는 고형석. 종이 위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효신이는.…효신이는…. 고형석은 종이를 구기고 그 위에 카셋 테잎의 테잎을 풀어서 헝클어 뜨리며 이상한 모양을 만들어본다. 113. 중앙현관 아이들이 웅성거리는데 생물 나타나서 열어 보지만 열리지 않는다. 대신 지원을 발견하고 절벽이라고 인신 공격. 이에 지원은 선생을 능멸하고 사라진다. 114. 음악실 ---모든 대사 정리요 민아 그게 나도 모르겠어, 어느날 내 가방안에 들어있었는데, 웬지 그냥 내거 같더라고 시은 그런 소리가 어딨어 민아 (웃으며) 그렇지? 어쨌든 난 너랑 효신이를 오랫동안 만난거같다는 느낌이 들어 시은 효신이와 언제나 여기서 놀았어 민아 시은아 너까지 죽을까봐 걱정돼 시은 난 안 죽어 민아 효신이는 너가 곧 죽을거라고 시은 일기에 써있는게 다 사실은 아냐, 민아 일기에는 뭐든 믿게하는 힘이 있어, 일기에는 누구든 진짜만 쓴다고 느껴져 시은 이제 필요없어 민아 약속해 꼭 찾아줄게 시은 뭘 약속한다는 거 자체가 웃긴 거야 민아 나두 죽는건 무섭지만 친구랑 같이 죽는 건 어쩌면 할 수 있을 것 같애. 혼자 죽는 건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데 누구랑 함께 죽으면 뭐가 완성되는 느낌이 들어 시은 지금 몇시야 민아 글쎄 시은 지금 난 가야돼, 민아 좀 더 있으면 안 될까? (처음으로 그 애가 나를 보고 웃었다!) 시은 나 부탁이 있어. 유서 좀 써 줘. 민아 미쳤니? 유시은, 너 왜 그런 생각을 해! 시은 효신이가 보고 싶어…그런 얘기를 써줘 (민아 아침에 일기를 줏었어 아까 부터 전해 주려 했었는데… 미안해) 민아 너 왜 일기를 안 보려고 그래? 그러면 효신이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애? 맘이 좀 편할 것 같애? 나는 니 생일선물로 일기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시은 그건 효신이가 정했던 거지 내 생일은 아냐 (민아, 휴대폰을 시은에게 준다. 아까 시은이가 쳤던 큰 종소리가 계속 들린다. ) 민아 생일 축하해… (시은 승리의 날)이라고 써진 모눈종이를 준다. 민아 낼 응원갈게. (민아, 시은에게 피아노에서 꺼낸 슬라이드 필름을 틀어준다. 팍팍 지나가는 사진들. ) 희미하게 밝혀진 음악실 구석에 둘이 앉아 있다. 민아 연안이한테 샀어, 근데 물로 문질러 줘야하네 어쩌지 (민아, 시은 팔에 침을 뱉어 문질러 준다. 둘의 팔에 나란히 장미문신을 붙였다) 시은 그렇게 밀어붙이다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냐… 민아 넌 뭐 특별한 줄 알어? 기껏해야 다수결 같은 거 눈치보느라고 바쁜 주제에… 시은 먼저 죽으면 비 오는 날 데리러 오자고 그랬는데… 민아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다 구름을 만나면 비로 쏟아지는 거래… 시은 누가 그래… 민아 일기에 써 있던데… 민아 사람이 죽으면 우주에서 그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시간이 좀 걸린데…효신이는 죽고 아직도 학교를 안 떠난 것 같애. 떠나기 전에 주고 싶은데… (민아, 시은이 효신이를 죽였다…한달 간의 일기가 시은이가 쓴 것이다….과대망상이라는 지적. 민아, 시은이가 가진 살의를 느낀다. 시은, 민아가 보여주는 증거에 의하면 효신이가 바람 핀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시은, 후회. ) 시은 너 어디 아퍼? 민아 응…나 오늘 마술에 걸렸거든. 이상한 약때메… 민아 효신이가 너를 왜 그렇게 좋아한 거야? 시은 몰라…아마 내가 친구의 죽음을 견뎌낼 수 있는 애라고 생각한 거 같아 민아 응? 시은 중학교때 친구들이 넷이나 같이 죽었거든. 효신이는 나한테 내성이 생겨서 자기가 죽어도 까딱 않겠다고 놀렸었어. (집단자살이미지) 쿵 소리… 시은 그때부터 잘 안들려 민아 귀 문제가 아냐. (더 많은 대화…효신에 대해 민아에 대해) (신발 한짝 선물…민아가 했다고 고백?) 115. 복도. 지원이가 복도로 보이는 붉은 십자가. 벽에 금이 가 있다. 지원이가 연안이를 만난다. 연안 빨리 집에 가자. 지원 리허설은? 연안 그딴 거 뭐하러 해. 지원 민아는? 연안 몰라…가방 가져올 동안 기다려. 중앙홀에서 봐. 116. 중앙홀 아이들이 우왕자왕 중앙홀을 오간다. 핸드폰 하는 생물과 담임. 유리를 깨거나 2층으로 나가야죠 뭐. 유리깨면 세콤 돌아가지 않아요. 세콤은 무슨… 이 때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 삐삐 메시지…욕설…씨발년아…교성… 아이들의 핸드폰 불통되는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떠든다. 공중전화 뒤에 줄을 서 있고 전화하던 한 아이 감전된다. (이하 수정) 효신반 날라리와 민아반 청미와 날라리들. 옆반 아이들과 시비 붙는다. 저년은 옷 좀 입고 오잖아. 그래서 내가 야 너 신경 좀 썼다 그렇게 말해주잖아. 졸라 화내요. 자긴 원래 타고 난 앤데… 야 너 뭐라 그랬어? 미친 애의 독백 미친애 왜 내가 귀신이야? 왜 있는데 없다구 그래? 왜 내가 그렇게 살어야 돼? 머리 집어 뜯기 시작한다. 분쟁. 이해할 수 없는 대화들 니가 사람이냐? 사람? 넌 사람에 대해서 알어? 사람이 뭐가 어땠다고? 사람이 뭐 대단한 줄 알어? 노예 만들고 개고기 먹고 전쟁하고 살인하고 사형시키고 학교만들고 지랄하는 게 다 사람이야! 사람 들먹이면 다 되는 줄 알어? 지겨워. 내 앞에서 사람 얘기 좀 꺼내지 마. 사람인 게 쪽팔려. 쓸데 없이 할 일만 많고. 깜박거리는 형광등을 쳐다보는 효신반아이3 효신반 아이3 응 나랑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애야, 엄마 나 데리러 와 무서워. 나 끊을게. (왜 뒤에 기다려?) 응 옆에 누가 있는 것 같애…(같다니…) 몰라…(얘 정신차려) 몰라 못 보겠어… 효신반 아이3의 비명소리.아악 117. 체육관 승연이가 마지막으로 연습을 하려는데 연안이가 들어온다. 승연, 방해라거면 가라고 한다. 연안, 하려면 지금 하자고 한다. 이 때 밖에서 화분이 떨어져 “악”하고 아이들이 놀라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피아노가 저절로 울리는 바람에 아이들이 놀란 아이들이 천정에 뭐가 나타나 놀라 달아난다. 멍하게 놀라 서있는 연안이. 118. 중앙홀 중앙홀은 혼란에 빠진 상태. 체육관에서 쏟아져 중창단 아이들이 뛰기 시작하면 주변 복도의 아이들이 놀란다. 사층의 화분. 몰려가는 아이들 때문에 아래로 떨어진다 아이들이 만드는 소음 속에서도 피아노 소리는 점점 격렬하게 들려온다. 119. 음악실 (민아의 가슴에서 젖이 나와서 민아 허겁지겁 휴지를 구해서…혹은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시은이 태연하게 일기를 펴보다가 조금씩 조금씩 오열하기 시작한다. (왜? 일기에 뭐가 있나?) <민아가 일기에 그린 음악실에서 마주친 시은의 얼굴 그림> <인써트> 운동장을 뛰는 시은, 울면서 뛰고 있다. 구역질하는 시은, 다시 뛴다. 점점 커지는 피아노 소리에 시은, 고개를 든다. 민아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시은, 민아가 잠시 한눈 판 사이 음악실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민아, 놀라서 허겁지겁 교정 아래 내려다 보지만 아래에는 아무 것도 없다. (민아 자신이 몰아친 이유로 시은이가 자살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아야 중앙홀로 쫓아나갈 수 있다) 120. 화장실. 아직도 화장실에서 담배피는 아이.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담배가 꺼진다. 위를 올려다 보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물. 변기에서 쏟아져나오는 물. 수도관이 비틀어지면서 갑자기 콱 소리를 내며 나오기 시작하는 물. 아이들 비명 지르며 나온다. 121. 중앙홀 화장실에서 튀어나온 아이들. 세워놓은 형광등을 건드려서 펑 하고 소리나며 깨뜨린다. 툭 건드린 흉상,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다가 만다. 한꺼번에 몰리는 아이들로 인해 화분이 깨어지고 수족관이 넘어진다. 천둥이 치고 비소리가 거세진다. 핸드폰 걸던 아이 누군가 치고 지나가서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떨어진 핸드폰을 줏으려던 아이에 걸려서 넘어지는 아이들. 진정시키는 선생님들. 애들 붙잡고 넘어진다. 구석진 곳 선배들한테 맞던 후배들이 치고 달아난다. 수영 어항을 들고 거북이를 쫓고 있다. 기둥 사이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두가 이리저리 몰려 다닌다. 122. 중앙홀 시은이가 현관 쪽 복도에서 뛰어 나온다. 그 뒤로 민아가 따라나온다. 민아가 중앙홀에 지원을 만난다. 연안이가 저쪽에서 온다. 민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지원 체육관에 무슨 일이 있나봐. 연안이는 민아를 보자 바로 울먹인다. 연안 효신이가…효신이가…. 민아 연안을 안스럽게 본다. 쓰러지는 연안이. 민아는 계속 시은을 쫓아간다. 시은이는 몰려 나오는 아이들을 헤치며, 체육관 쪽으로 사라진다. 시은이를 쫓아가다 아이들에게 밀려 넘어지는 민아. 123. 체육관 텅빈 체육관에 음악만 들린다. 녹음기를 바라보는 시은. 124. 중앙홀 (민아, 왜 쓰러지나…민아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적절한 나레이션)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민아. 기도하는 아이. 무수하게 뛰어가는 아이들의 발 밑으로 기어가는 거북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패싸움하는 무리들. 화분 부수고 지나가는 아이들.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된다. 부감.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조용해지자 체육관쪽에서 피아노소리와 녹음된 중창단 노래가 들린다. 어색한 숭고함이다. 번개 불이 깜박깜박 할 때 마다 아이들이 조금씩 보인다. 모두 무서워서 한발도 못움직인다. 비소리도 크게 들린다. 갑자기 누군지 한 소녀의 울음소리가 슬프게 울린다. 125. 중앙홀 - 시은과 효신의 생일잔치-상상 껌벅 껌벅하는 불빛 사이로 점점 구축되는 생일잔치. 누군가 라이터를 켠다.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라이터 불을 케익의 초로 옮긴다. 케익은 아이들 손에서 손으로 옮겨져서 계단을 가득 메운 아이들 사이를 빠르게 돈다. 중창단 아이들 사이로 나타나는 효신과 시은. 아이들의 박수를 보낸다. (인써트) 체육관. 덤블링 위로 퐁퐁 튀오올라 프레임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시은, 효신. (케익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서서히 변해 비디오카메라로 떨어진다) 126. 중앙홀 불이 켜지고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누군가의 꺅 소리로 엄숙함이 깨지고 흩어지기 시작한다. (인써트) 개미굴 주위의 바쁜 개미들. 물방울이 개미에게로 떨어진다. 천정에 보이는 거대한 효신의 눈.(CG) 눈이 껌벅이고 눈물이 떨어진다. 위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 위로 떨어지는 물더미. 멈춰 있던 아이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127. <인써트> 스스로 날리는 일기. 시은 효신의 부각된 이미지의 교차편집. (단상) 민아, 문틈 사이로 시은과 효신 키스하는 걸 목격한다. 시은의 눈물. 잠자리의 날개에 떨어진다. 효신 시은의 등에 있는 칼을 뽑는다. 동반자살. 신체검사때 민아 뒤로 휙 떨어지는 효신. 덤블링 퐁퐁. 지하철. 물 속으로 빠져들어간 시은, 헤엄쳐 나오는 시은이. 옥상 위에 벌벌 떨면서 혼자 서 있는 시은. 효신이가 탄 지하철을 등진 채 서 있는 시은. 시합에서 떨어지는 시은. 오늘 아침 시은을 보다가 수돗가에 일기를 놓는 효신. 128. 중앙 현관 갑자기 저절로 열리는 문. 사슴 뛰쳐 나간다. 불어오는 바람. 바람 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129. 교무실 고선생이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죽어있다. 130. 운동장. 밤. 어둠 속에서 와하 소리와 함께 비가 와서 질퍽한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무수한 발들. 131. 중앙홀---수정요 애들이 다 빠져나간 중앙홀에는 민아만이 넘어져있다. 옆에 비디오카메라 깨져 있다. 바닥에는 신발들이 널려져 있다. 깨진 유리를 밟고 나타나는 시은. 민아 옆에 선다. 둘은 텔레파시로 대화한다. 민아(V.O.) 미안해… 일기를 잃어버렸어. 시은(V.O.) 일기는 다 거짓말이야. 난 한번도 일기를 쓴 적이 없어. 효신이란 아이를 알지도 못해. 온 종일 니가 나한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 효신이가 혼자서 꾸민 이야기야. 민아(V.O.) 거짓말. 시은(V.O.) 어짜피 가려서 믿을 거라면 내 말 아예 듣지도 마. 효신 둘 사이에서 하품하고 있다. 민아(V.O.) 효신아? 너 알지? 시은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내가 니 대신 위로해주는 거야! 오해하지마! 난 그냥…(울먹인다.) 시은, 민아를 스쳐 지나간다. 132. 옥상계단 시은이가 저벅저벅 계단을 올라간다. 문을 열면 하얀 빛이 들어온다. 133. 양호실 깨는 민아. 오전 상황과 똑같다. 양호실로 들어오는 시은. 시은, 효신을 데리고 나간다. 134. 양호실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시은, 효신의 대화. 식당. 사육장. 민아가 있던 식당을 지나, 민아가 있던 사육장을 지나, 민아가 있던 계단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간다. 135. 옥상 시은 & 효신 옥상상황이 반복된다. 시은이 효신과 웃으며 옥상으로 올라온다. 민아도 몰래 따라 옥상으로 올라온다. 민아는 시은과 효신의 상황을 엿본다. 효신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오니깐 좋다. 효신 가방에서 캠코더를 꺼낸다. 그리고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시은의 얼굴에 들이민다. 시은 어디서 났어? 효신 우리 둘 생일을 기록하려고 훔쳤어. 발목 아픈건 어때? 시은 뭐 그렇지 내일 시합 있어 효신 진짜 잘됐다, 애들은 다 수업 들어갔겠지 시은 지금 신체검사 중일 걸 효신 몸무게 몇 키로, 키 몇센티, 그런 숫자들이 내 성장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시은 내려가자, 저번에 정기검사 못받아서 신체검사 받아봐야 돼. 효신 오늘이 디데이야. 좀만 더 놀자 시은 뭐하고? 효신 이거 찍으면서, 효신 옥상 난간에 올라 앉는다. 캠코더로 시은이와 학교를 이곳저곳 찍는다. 효신 휘청한다. 시은이 잡아준다. 시은 야 위험해 ! 나 아무래도 내려가 봐야겠어 효신 시은아, 너가 그냥 내려가 버리면 니가 아직도 날 피하는거라 생각할거야 시은 (웃으며) 나두 너랑 안노니깐 심심했어 됐어? 효신 늘 살기 싫다는건 너였는데, 내가 죽으면 사람들한테 내가 어떤 애로 기억될까? 시은 몰라서 물어? 효신 그냥 한 아이였다, 그렇게 남으면 좋을 거 같애. 한 아이가 죽었다, 그렇게 어때? 시은 너 오늘 무지 폼잡는다 효신 오늘 새로 태어나는 날이라니까, 시은 그게 무슨 말이야? 효신이 웃는다. 시은 나 잠깐 내려갔다 올게. 136. 교실 시은은 신체검사 받다가 난청을 경험한다. 효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효신(V.O) 새로 태어나는 날이라니깐 민아의 도움을 받아 청력검사를 마친 시은 기분이 이상해서 재빨리 옥상으로 올라간다. 급히 옥상에 올라온 시은이 옥상 난간에 서있는 효신을 본다. 캠코더가 던져진다. 시은 효신아 너 뭐해 떨어지는 효신의 시점샷이 학교를 훑어 허공을 돌아 물속으로 들어간다. 137. 물 속. 물 속으로 빠져들어간 시은, 효신 바다 속을 시원하게 유영하는 둘. 민아도 합세한다. 민아가 비디오캠으로 찍는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수영하며 놀고 있는 셋에서 카메라 멀어지며 시은 효신 마지막 인터뷰 시작 효신의 마지막 나레이션. 일기로 끝난다. F. O.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