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 Synopsis | Staff | Cast | Gallery | Multimedia | Scripts
Reviews | Articles | FAQ | Trivia | Goofs | Links | Library | Forum

1시간 40분밖에 안되는 영화에 왜 그렇게 다양한 해석이 많나요? 영화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아니면 첫 장편이라 서툴러서 통제가 안 된 건가요?

전 평론가가 아닙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평하려고 이 페이지를 만들지는 않았어요. 이 페이지가 하려는 것은 정보와 의견 교환이지 비평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히 저 나름대로의 답을 해보겠어요. 우선 '첫 영화가 서툴러서 통제가 안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인데, 조금은 정말 그럴 거예요. 두 감독 모두 충무로 영화가 처음이었어요. 굉장히 급하게 찍히기도 했고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도 전에 촬영에 들어갔고 촬영하는 동안 끝없이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으니까요.

두 감독분들도 [키노]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편집이 덜 되었다고 말했어요. 최종 편집 이전에 한 인터뷰라 근거로 이용하기는 어렵지만, 종종 공식 홈페이지에 오르는 글을 읽어보면, 그분들도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같았으면 액세서리가 잔뜩 달린 DVD 감독판으로 나왔을텐데, 우리나라에선 그럴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워요.

영화가 종종 일관성을 잃는 것처럼 보이고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욕조에 혼자 있는 효신의 장면이 대표적인 예일 거예요. 이 장면은 효신이 욕조에서 시은에게 장미 문신을 붙여주는 장면이 있어야 설명이 되지요.

그러나 이것만으로 영화의 '난해함'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의 '불친절한 내러티브'는 의도적이거든요.

이런 불친절함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관객들이 적극적이 됩니다. 단순히 극장에 앉아 구경만 하지 않고 일부러 의미를 찾아 헤매고 빈 틈을 채우면서 영화에 직접 참여하게 됩니다. 이 FAQ 페이지도 그 결산이랍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런 불친절함과 모호함에는 다른 가치도 있답니다.

예술작품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매체는 아닙니다. 예술은 과학 논문이나 정치가의 연설과는 다르답니다. 만약 과학자나 정치가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말로 논문이나 연설문을 가득 채웠다면, 그 글들은 잘 쓴 것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에서 애매모호함은 다릅니다. 이런 애매모호함은 반대로 작품을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많은 관객들은 영화 속에 일어나는 초자연현상이 불분명하게 설명되었다고 불평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떤가요? 너무 노골적이고 분명해서 믿기조차 힘들었던 [여고괴담]과는 달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단번에 여러 차원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를 불분명하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하고 있어요. 어떤 때는 초자연적인 이야기로, 어떤 때는 심리적 붕괴를 다룬 사실적인 이야기로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요.

이런 입장은 이야기의 앞뒤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자상한 영화보다 더 사실적입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예술 작품이 완벽하게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어디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풍요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이성적으로 해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꼭 예술 영화 관객이 될 필요도 없고요.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런 단속적인 정보들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해왔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대할 때 그러는 것처럼 그저 마음을 열면 됩니다!

(이 글의 후반부는 DJUNA님이 보내주신 편지의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back to F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