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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신은 왜 자살했나요?

가장 손쉬운 답은 시은이 효신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맞을 겁니다. "나는 네가 창피해"라는 시은의 말은 효신에게 굉장한 상처를 준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효신이 학교에 오기 전부터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증거들이 많습니다. 효신은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친구에게 선물을 주고, 일기장을 '버리고(?)', 심지어 유언 비슷한 말까지 합니다. "새로 태어나는 날이라니깐"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가볍게 할 말처럼 들리지요.

그렇다면 원래 동기는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동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각본에서는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자살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꼭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DJUNA님은 "죽음을 대단한 상실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자살을 아주 쉽게 해낸다"라고 했어요. 효신에게 남은 삶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소풍 가듯 가볍게 자살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언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씨네21에 실린 김혜리 기자의 글을 인용하겠어요. "성장 영화로서 [여고괴담...]이 발딛는 좌표도 동성애의 모티브와 얽혀 있어요. 수많은 할리우드 청춘 영화에서 성적인 눈뜸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명백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장은 동성애적인 유대를 끊고 이성애적 관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기도 하잖아요. 효신은 그런 성장, 혹은 거짓 화해를 거절하고 죽음으로 뛰어든거구. 성장이란 축적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갖고 있던 것을 버리고 살해한 다음, 자기가 혐오하던 속성들을 피와 살 속에 받아들이는 일이죠. 그래서 효신은 죽음을 통해 이승에서 성장을 멈추고 딴 세상에서 태어난 것이고, 시은이 옥상에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에 효신이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는 환영사로 들려요."

하지만 최종 편집본에서는 이 순수함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효신이 시은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하니까요. 아마 효신은 우연히 교무실에서 시은을 만난 뒤로 삶에 다시 희망을 품었나봐요. 시은이 조금이라고 관대하게 굴었다면 자살을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시은이 '네가 창피해'라고 말한 뒤 돌아서자, 효신의 자살을 말릴 마지막 이유가 사라진 것이 아닐까요?

정리하면, 효신은 시은이 자기를 거절했기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라, 시은이 자기를 거절했기 때문에 그대로 계획을 밀고나간 것입니다.

나중에 민규동 감독님은 효신의 자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효신은 왜 죽은 걸까요?

효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면 풀수록 어려워지는 지점이었습니다.

저는 효신이의 죽음이 여러가지 원인과 상처 속에서 잠재적인 가능성을 이미 드러내놓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적인 죽음의 순간에 그 죽음의 이유는 말로는 정리할 수 없는... 살아있는 저로서는 정리할 수 없는 작은 종소리나 짧은 순간의 미소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

죽은 자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어떤 것일까요?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은 것도 있었고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나면 저도 어떤 정답을 짧은 한 문장이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만 침묵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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