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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00년 4월

김유평의 銀幕社設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한국형 컬트 영화

컬트영화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아직까지 정착된 컬트 문화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둘러싼 몇 가지 현상들은 좀 의미심장하다. 지난 2월 20일 저녁 영등포에 위치한 청소년 문화 센터인 하자센터에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사랑하는 110여 명의 열성 팬과, 감독, 주연배우가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는 민규동, 김태용 두 감독의 단편영화 상영, 팬들과의 대화, 두 배우의 생일잔치등이 열렸다. 이 영화의 열성 팬들은 4월 중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중 검열에서 삭제된 장면을 복원하여 상영하는 노컷필름 상영회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서울 관객 60만을 동원한 전편에 비해 소박한 수준인 서울관객 20만명을 기록한채 조용히 막을 내린 작품이다. 단편 영화계의 스타였던 민규동, 김태용 감독의 공동연출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신선한 화제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편의 후광을 감안하면 시원찮은 흥행 성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통 호러 영화의 기법을 벗어난 실험적인 스타일, 여고생들의 동성애 등 소재에 대한 거부감 등이 흥행성공의 장애 요인이었던 듯 하다. 이 영화를 형편없는 영화로 치부하는 비난론도 통신상에 무척 격렬하게 올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나는 최근에서야 비디오로 이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정통 호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당연히 실망을 주었을 영화였다. 그러나, 약간 거칠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신선한 걸작이었다. 자살해서 귀신이 된 효신과 보이쉬한 육상부 시은이의 사랑은 집착, 절망 그리고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러브 스토리로 손색이 없었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 관객일 오늘날 여고생들의 멘탈리티와 밀접하게 닿아있는 것이었다. 동료 학생들로부터 왕따 당하고 연인인 시은에게서도 버림받은 효신은 애증을 안은 채 자살한다. 그리고 그녀가 학교에서 자살한 바로 그 날, 그녀는 자신을 왕따시킨 친구들 앞에 귀신으로 나타나 그들을 놀래킨다. 그리고 귀신이 된 효신은 영력으로 학교 문을 폐쇄하고, 학생들과 교사들을 집단폐소공포증상태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에서 귀신에 의해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효신의 귀신은 복수를 원한 것이 아니라 소외받은 영혼으로서 뭔가 발언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영화가 흥행 노림수를 정확히 지키는 정통호러에서 벗어나 있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지만,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열광팬을 만들어 내는 핵심 요소인 듯하다. 이 영화는 하나의 호러 장르 영화라기보다는 소외당한 십대의 정서에 충실한 감성 영화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홈페이지에서 만난 열성 팬들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언제나 학교 전산실에 앉으면 어느덧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찾아 헤메는 나를 보게 된다...난 ...중독되어 있다

여고생을 중심으로 한 이 영화의 열렬한 팬클럽 활동이 컬트적인 현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이 영화에서 표현되고 있는 아웃사이더적인 주제의식과 흥행을 의식한 주류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적인 표현 형식이 정서적인 공감을 크게 느끼는 일부 청소년층에 의해 자발적으로 숭배받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영화를 대상으로 시작된 한국의 컬트 문화가 이제 자국의 영화를 대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좋지않을까? 만약 시간이 흘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둘러싼 지금의 열광 현상이 정말 컬트적인 현상이었던 것으로 판명된다면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은 한국 컬트 영화 감독 제1호로 기록될 것이다. 제작비 30억을 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속속 기확되고 있는 요즘이다. 같은 시기에 한국형 컬트 영화라 불릴 만한 작품이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김유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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