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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99년 12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열 일곱 소녀의 일기장에 담긴 비밀

효신의 이야기

나는 죽음을 택했다. 별 것 아닌 일에 소란을 피워대는 아이들은 오늘도 신체검사를 받느라 시끄럽다. 점심 시간, 나는 그들 틈에서 빠져 나와 한적한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 사랑하는 시은이와 고형렬 선생님이 계신 이곳을 오늘 하루만 더 머물다 떠나고 싶다.

시은의 이야기

왜 죽음을 슬퍼해야만 하는 걸까? 효신이가 죽었고,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효신이의 죽음이 내 탓이라 한다. 효신이를 사랑했지만 그 애의 집착이 버거웠다. 그저, 달리고 싶다. 오늘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내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민아의 이야기

효신이와 시은이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주웠다. 점심시간, 그들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 시간 후 효신이가 죽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효신의 흔적을 되짚어 봐야겠다. 학교에서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효신의 책상 위에는 국화 한 다발이 놓여 있다. 다른 반 아이들이 그녀의 교실로 몰려온다. "어떻게 생긴 애야?" "어디 앉은 애야?" "많이 보던 앤데…" H.R 조직표에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후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는다. 그들은 잠시 동요할 뿐 친구의 부재를 금세 잊는다.

시은이 갑자기 나타나 효신의 책상을 뒤지며 무언가 찾는다. 카메라 앞에 선 여고생 연기자들은 수업중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모범생처럼 긴장된 모습이다. 그러나 교실 세트 곳곳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맞은 듯하다.

슛 사인에 상관없이 만화책 보는 아이, 밤늦은 시간에 어떻게 귀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아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 떠는 아이… 이들을 통제하느라 목청을 높인 스태프들은 담임 선생님 같다. "자, 여기 집중 해봐! 저기, 조용하고 여기 보라니까! 슛하면 준비하고 액션하면 연기하는 거다!" 공동 연출을 맡은 김태용 민규동 감독은 단편영화 [열일곱], [창백한 푸른 점]에서 함께 작업했다.

두 감독은 때론 연기지도와 화면구도, 편집과 촬영 등 역할분담을 하지만 시나리오부터 편 집까지 일일이 대화를 나누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여기에 신인 김민선 이영진 박예진의 신선한 연기가 가세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전편보다 좀더 사실적으로 굳게 닫힌 교문 안의 학교, 그곳의 공포를 화면에 담아낼 것이다.

위의 사진: 효신이는 자신의 어린 아이적 환영에 시달린다. 죽음으로 성장을 멈춰버린 효신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박예진과 임예진, 두 효신이는 이름마저 같다.

옆의 사진 1:효신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효신이네 반으로 몰려든 아이들. 어디선가 본 듯도 하지만 효신을 정확히 기억하는 소녀는 없다. 반장의 강압에 못이겨 돌아선 아이들은 금세 친구의 죽음을 잊는다.

옆의 사진 2:효신과 사제지간 이상의 관계였던 고형렬 선생의 수업시간. 아이들은 교탁에 국어책을 쌓아 놓았다. [강원도의 힘]의 백종학이 고형렬 선생님으로 출연한다.

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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